스트레스에 속았다니
스트레스에 속았다니
  • 이재성 칼럼위원
  • 승인 2019.02.0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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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이재성 칼럼위원=나는 밤 12시를 넘겨 집에 들어간 적이 1년에 20일도 안 되고 술 담배도 안한다. 그런 나에게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 하냐고 묻는다. 그럴 때 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 잠깐씩 나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줄 뿐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미국에서 스트레스에 대해 성인 남녀 3만 명을 대상으로 8년 간 추적 조사했다. '한 해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습니까?'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습니까?' 라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의 사망률이 43% 증가 했는데 여기서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위험하다고 느낀 사람들만이 사망 위험률이 증가 했고 스트레스가 위험하거나 해롭지 않다고 말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률이 더 낮았다는 거다.

1년에 3만 명씩 8년 동안 24만 명을 조사했는데 그들 중 18만 2천명이 사망했으며 일 년에 2만 명가량이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믿음'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스트레스의 힘》에서 맥고니걸 박사는 말했다.

34~93세 성인 남녀 1천명을 추적 조사했는데 연인과 이별, 사업 실패, 가족의 죽음 등 스트레스가 요인이 되면 사망률이 30% 증가 했다. 그런데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이라도 똑 같은 상황에서 대수롭지 않다고 넘기면서 평소대로 주변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생존율은 높은 것으로 나왔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스트레스는 해로운 독이 될 수도 있고 이로운 약이 될 수 있다"라고 맥고니걸 박사는 말한다.

신경 전달 물질인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인데 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 된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사랑의 분자'와 '포옹 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한다. 즉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이나 소통능력,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을 도와준다는 거다.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하우스 키퍼는 한 방을 청소 할 때 300칼로리 정도를 소모할 정도로 힘든 직업이다. 그들이 받는 육체적 스트레스를 '노동'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4주를 실험했다. 놀랍게도 체지방도 줄고 몸무게도 줄어들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만 바꿨는데 이런 변화가 나타난 거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혈관이 이완되거나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데 이는 용기를 낼 때와 같은 현상이다. 즉 같은 현상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말고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나를 위한 행동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과 DHEA호르몬이 분비 된다. 코르티솔은 성장을 중단 시키거나 우울함을 더 느끼게 하거나 내 몸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린다. 반면 DHEA는 우울감을 덜 느끼거나 면역력을 높여 주고 신경세포들의 퇴화를 막아준다. 또한 뇌가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고 인지력까지 향상시킨다. DHEA가 이런 좋은 역할을 한다는 영상을 보여주자 실험참가자들의 몸속에서 DHEA호르몬 양이 더 높게 나왔다. 단지 영상만 봤을 뿐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좋은 점도 있는 스트레스를 왜 나쁘다고 주장했을까.

헝가리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1907~1982)는 1936년 내분비 호르몬을 연구 했다. 옆 실험실의 생화학자가 동물의 난소에서 어떤 물질을 분리한 걸 실험쥐들에게 주사했다. 그러자 부신이 커지고 면역 조직은 위축되고 위궤양까지 생겼다. 그래서 다른 대조군 쥐들에겐 식염수를 투여 했는데 똑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는 난소 추출물이 아니라 주사 맞는 환경이나 경험에서 차이가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려 실험을 했다.

뜨거운 보일러실에 가두거나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방치하거나 일부러 상처를 내고 지켜봤다. 이렇게 고통을 받은 쥐들에게서 같은 반응이 나왔고 그는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불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그의 가설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회의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돈 냄새를 맡은 산업계는 이를 철저히 상업화 시켰다. 셀리에 교수의 가설은 심혈관 질환과 류머티즘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효과가 높다고 홍보했고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 더욱 이를 이용했다.

실험쥐처럼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고혈압, 당뇨, 성욕감퇴, 비만 등에 시달린다. 대표적인 예로 '땅콩 회항'으로 고생한 박창진 사무장은 인스타그램에 '핵폭탄 같은 스트레스로 지난 삼 년간 생긴 머리 양성종양. 올해 들어 너무 커져서 수술합니다'라고 올리면서 뒤쪽에 생긴 혹 사진을 올렸다. 이렇게 지속적이면 버틸 사람도 동물도 없을 것이다.

쥐 실험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쥐처럼 일부러 바늘로 찌르거나 칼로 상처를 내거나 하는 스트레스 고통을 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즐거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헐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사람의 가설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부정적 효과를 끼쳐 왔고 일반인들은 속아 왔다고 볼 수 있다.

쉽지 않게 지만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생기면 '지금 이 상황은 별거 아니다. 가설에 속지 말자.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거다. 이겨내자'라고 마음 먹는 게 내 건강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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