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셜록 홈즈와 함께 떠나는 여행
기획) 셜록 홈즈와 함께 떠나는 여행
  • 전진홍 기자
  • 승인 2019.05.28 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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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하는 코난도일의 유럽여행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150호) 전진홍 기자 = 탐정하면 떠 오르는 인물 ‘셜록홈즈’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동경의 대상이며 탐정 ‘홈즈’를 흉내낸다. 유럽의 대표적 소설 코난도일의 ‘셜록홈즈’ 유럽을 대표하는 소설이며 영화이다. 홈즈가 영화속에서 유럽을 넘나들며 문제를 풀어내는 것을 우리도 영화를보며 홈즈를 따라가본다.

한적한 관광지에서 일어난 범죄,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다!

영국 남부의 솔즈베리는 선사시대 석상 유원지 스톤헨지와 13세기에 건립된 솔즈베리 대성당으로 유명한 사적지이다. 지난 3월 그 곳 어느 쇼핑몰 벤치에서 60대 노인과 30대 여성이 빈사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다. 검사 결과, 이들을 중독시킨 물질은 놀랍게도 1970, 80년대에 옛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 사용했던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이었다. 은퇴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로 신원이 확인된 두 부녀의 암살 배후로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 정보 당국을 지목한다. 물론 러시아는 즉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외교관 맞추방 조치가 취해진다.

이후 7월경에는 영국 경찰이 암살 용의자로 러시아인 일당을 특정했으며 그 중 1인 이상을 추적 중임을 언론을 통해 알린다. 그리고 마침내 8월에는 미국이 이 범죄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경제 제재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수상쩍은 사건 하나가 영 ․ 러 간의 외교전을 불러일으키더니 미 ․ 러 간의 경제 전쟁으로까지 확대되어 버렸다.

사태의 규모에 비해 해외 언론이나 외교가를 통해서 별다른 관련 팩트들이 잘 흘러나오지 않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법하다. 노비촉은 최근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사용된 ‘사린가스’나 김정남 독살 때 등장한 ‘VX’ 신경작용제보다도 5배에서 8배 이상 더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은퇴한 전직 스파이를 해치기 위해 이런 독극물이 동원되어야할 이유가 대체 뭘까? 스크리팔은 이미 러시아 감옥에서 상당 기간 수감생활을 해서 정보 당국에서도 이용가치가 없는 걸로 분류된 지 오래라는데? 게다가 군사 시설도 아니고 민간인의 일상 공간에서 굳이 왜 이런 일을 벌여야 했을까? 혹시 이 모두가 대 러시아 경제 전쟁 국면을 억지로 만들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꾸며낸 일은 아닐까?

범죄가 일어났고 독극물이 사용되었는데 신원을 숨긴 용의자는 오리무중에 사건의 추이는 전혀 예상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사건을 해결하고 규명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솔즈베리에서 차에 몸을 싣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거슬러 올라 런던의 베이커 가 221B 번지로 향한다. 호흡을 한 후 현관을 신중히 노크한다. 자문 탐정과 그의 충실한 파트너가 이 일에 흥미를 갖고 꼭 시간을 내주기를 고대하며.

“내 이름은 셜록 홈즈요. 남들이 모르는 일을 알아내는 것이 내 직업이지.”

런던 베이커 가 221B 셜록 홈즈 박물관 입구. 개인 블로그 캡쳐
런던 베이커 가 221B 셜록 홈즈 박물관 입구. 개인 블로그 캡쳐

런던 베이커 가 221B 번지의 하숙인들

런던 지하철을 타고 베이커 스트리트 역에 내리면 셜록 홈즈의 동상이 우선 우리들을 맞이한다. 2.8m 훤칠한 키에 사냥 모자를 눌러 쓰고 파이프를 문 채 미간을 찡그리며 허공을 응시하는 특유의 포즈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5분 정도 더 걸으면 셜록 홈즈 박물관에 다다른다. 1991년에 개관하면서 영국우정공사에 의해 221번지를 부여받았고 현재는 221B라는 문패에 홈즈와 왓슨의 하숙집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내건 채 손님들을 맞고 있으며 개관 당시에 이 박물관은 두 사람이 살았던 거실을 본뜬 2층 방 하나와 전시품을 모아놓은 방 하나, 이렇게 소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서재와 침실을 겸한 방 세 군데와 밀랍인형들이 들어찬 전시실, 거기에 기념품 숍이 더해진 아담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진짜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사용했을 것 같은 앤틱한 가구와 중후한 느낌의 짙은 색 벽지, 오래 된 벽난로 같은 것이 아늑함을 주면서도 생활감 있게 꾸며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창밖의 전망 또한 런던의 우중충한 날씨와 합쳐져 으스스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협소한 거실, 서재, 침실 등의 연속이라 언뜻 보기에는 그저 그런 볼거리의 밋밋한 공간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작 내용을 재현한 밀랍인형들의 공포스럽기 짝이 없는 리얼함, 변색된 노트에 휘갈겨져 있는 낙서 내용의 깨알 같음에 눈을 빼앗기다보면 한 발 떼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오르며 첫 발을 옮길 때부터 이미 홈즈의 추리와 연결된 장치를 만나게 되는 식이다.

단편 ‘보헤미안 왕국 스캔들’을 보면 홈즈가 왓슨에게 ‘본다는 것’과 ‘관찰한다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수를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니 정답이 몇 개인지는 직접 가서 확인해보실 것. 보지 마시라, 관찰하시라. 애써 관찰하시는 만큼 만만찮은 즐거움이 그대의 것이 되리니. 박물관도 입장 요금을 내야하지만 기념품 상점 또한 가격이 그리 싸진 않은 편이다. 사냥 모자와 담배 파이프, 홈즈 반신상이나 캐릭터 피규어, 바이올린 모형, 베이커 가 221B 표지판 같은 것들이 빼곡히 진열되어있다. 기념품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그리고 전 세계 어딜 가도 구하기 쉬운 물건들이 아닌 걸 고려해본다면 가격은 많이 높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입장을 기다리며 기꺼이 수 십분 씩 줄서기를 마다않는 다양한 나이와 인종의 관광객들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바로 셜록 홈즈라는 콘텐츠가 파생시킨 문화와 상품들의 매력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현장이구나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의 포스터 ,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들
영화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의 포스터 ,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들

“결혼을 시켜도 되고 죽여도 되고 뭐든 마음대로 하시오!”

미국의 배우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질렛이 보낸 원작의 설정 변경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서신에 작가인 코난 도일은 위와 같이 답했다고 한다. 애초에 도일은 홈즈에 대해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크게 개의치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그도 우리 한국 독자의 경우가 어떠했나까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최초로 셜록 홈즈를 체험하게 된 경위를 기억하시는지? 홈즈의 활약상과 우리들의 첫 만남은 대부분 아동 소설의 형식을 통해서였지 않았을까. 범죄를 소재로 하다보니 본격 문학으로 대접받지는 못했지만 범인을 응징하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에다 논리와 추리를 다루는 교육적인 장점을 인정받아 많은 작품이 마구잡이로 번역 소개 되었다. 196, 70년대 열악한 출판업 실정에 저작권 개념도 없던 시절이니 원전 완역은커녕 일본어 중역에다 발췌 번역이 횡행했을 터, 홈즈와 왓슨이 주고 받는 위트와 재치가 고루한 아저씨 말투에 실려 번역되었을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읽었던 것이 과연 코난 도일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진다. 전편이 완역되어 출판되었을 때 각 작품마다 줄거리는 본 듯한데 분위기가 예전 독서 기억과는 정말 상전벽해 식으로 달라졌다는 느낌을 한 두 번 받은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전집이 출간되고서는 우리 대중들도 이 명탐정 이야기를 어느 정도 새롭고 현대적인 내용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셜록 홈즈 하면 다소 올드하고 고전스런 이미지를 떨어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홈즈의 팬덤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원작의 이미지까지 쇄신한 계기가 된 작품들이 영상 매체 쪽에서 탄생했으니 워너브러더스 영화사가 제작한 <셜록 홈즈> 영화 두 편(2009~2011)과 영국 BBC가 제작한 4시즌짜리 드라마 <셜록>(2010~2017)이 바로 그것이다.

두 작품은 원작을 대하는 태도부터 매우 대조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영화 <셜록 홈즈>는 시대 배경만 원작과 같을 뿐 배우들의 연기나 액션 등은 현대적인 느낌을 많이 섞어 추리물보다는 어드벤처물에 가까운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나 <스내치> 같은 가이 리치 감독 전작의 터치가 그대로 살아있는 과장된 스턴트는 호불호가 갈리긴 해도 극장에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아이언맨>으로 유명세를 탄 홈즈 역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홈즈가 할 법한 행동과 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지만 희한하게도 별로 홈즈 같아 보이지 않는다. 홈즈 캐릭터가 지나치게 배우의 개성에 묻혀버렸기에 원작의 팬들은 아예 홈즈 영화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화 관객들은 캐릭터의 활용을 친근하게 느껴서인지 액션 히어로 같은 홈즈를 부담 없이 소비하고 있다. 덕택에 2편 이후 다소 공백이 있긴 했으나 2020년 개봉을 목표로 3편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드라마 <셜록>은 어떨까. 영드 <닥터 후>의 제작진 마이크 개티스와 스티브 모팻이 셜로키언으로서의 아우라를 주체하지 못한 채 써내려가고 있는 홈즈의 팬픽 같은 작품이다. 셜록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는 달리 첫 시즌을 연기할 때만해도 배우로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았었다. 원작의 홈즈보다 조금 더 철없고 감정적이며 허세스러운 데가 있는 청년의 모습, 말하자면 원작 홈즈의 캐리커쳐 버전을 연기하고 있다고 할까. 강한 추리력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캐릭터라니 분명히 현대 버전이면서도 곰곰이 뜯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원작의 홈즈에 충실하다. 그러니 원작의 팬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주인공 외에 시각적인 부분을 하나 지적한다면 스마트폰 문자 채팅을 스크린에 띄워 추리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연출은 디지털 시대를 반영한 21세기 셜록 버전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무튼 이 버전에서 앞으로 또다시 파생될 것 같은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기도 한다.

강남 커피라운지 ‘221B' 입구의 셜록상.
강남 커피라운지 ‘221B' 입구의 셜록상.

홈즈 대 모리어티인가 아니면 도일 대 홈즈인가?

글 서두에 현실에서 현재진행형인 솔즈베리 사건을 꺼내서 허구의 인물인 셜록 홈즈와 겹쳐본 것은 현실이 만들어낸 허구와 허구가 만들어낸 현실의 부딪힘이 어떤 모습일지 한 번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홈즈는 모리어티와 숙적으로서 대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도일은 자신이 창조한 홈즈와 내내 대결해야했다. 홈즈는 모리어티를 극복해냈다고 하겠으나 도일은 과연 끝끝내 홈즈를 이기지 못한 것일까.

코난 도일은 인생의 마지막 4분의 1을 심령술의 신봉자로 살았다. 안타깝게도 그는 미신과 속임수를 이성적 추리로 돌파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창조해낸 작가이다. 홈즈의 건조하지만 인본주의적인 논리 추론을 사랑하고 응원했던 수많은 독자들은 도일 말년의 변모에 당황스러워하며 저항했다. 세상을 뜰 때까지 도일은 문학계, 과학계, 종교계로부터 쏟아지는 조롱을 받으며 온갖 공격을 다 당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는 심령술을 영적인 계시를 받는 도구로 믿어 의심치 않았고 진리를 찾아내고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코난 도일은 홈즈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그리하여 결국 승자는 누구인가. 도일인가 홈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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