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스포츠를 주목하자] ②이제 비상할 일만 남은 여자축구
[한국 여자스포츠를 주목하자] ②이제 비상할 일만 남은 여자축구
  • 곽은비 기자
  • 승인 2020.01.20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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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등록선수 점점 줄어… 열악한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

신세계그룹, 최초의 여자축구 메인 파트너가 되다

2019 여자축구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패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의 대표팀과 윤덕여 감독./ 출처 : 대한축구협회
2019 여자축구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패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의 대표팀과 윤덕여 감독/ 출처 : 대한축구협회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곽은비 기자 = 작년 여름 2019 U-20 월드컵(20세 미만 참가)에서 남자대표팀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의 성과를 이뤄내면서 한국 축구 팬들의 열기는 예년보다 더욱 뜨거웠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개최된 2019 여자 프랑스 월드컵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축구 강국들과 함께 ‘죽음의 A조’에 편성됐고 끝내 조별리그 탈락의 결과를 안게 되었다.

 

열악한 저변, 부족한 A매치, 운영의 한계

아쉬움과 함께 한편에서는 이번 월드컵 결과가 예견된 결과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이 성장하기에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A매치 유치율이다.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이후부터 2019년 프랑스 월드컵 전까지 약 4년간 여자대표팀이 치른 친선 A매치는 겨우 5회였다. 2018년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는 남자대표팀이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여섯 달 동안 치른 친선 A매치가 5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횟수다.

2019 U-20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대표팀. /출처: 대한축구협회
2019 U-20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대표팀/ 출처: 대한축구협회

선수 자체도 부족하다. 이전부터 적었던 여자축구 등록 선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프로 축구선수 육성의 저변이 되는 대학교 축구부인 여주대, 영진전문대, 한양여대 여자축구부는 지난 4년간 잇달아 해체를 선언했고, 한국 여자축구의 근간인 WK리그(세미 프로 여자 축구 리그)에서도 지난 10년간 ‘여자축구 명문’ 이천 대교 등 3개팀이 사라졌다. 투자와 지원이 부족하여 운영이 힘든 탓이었다.

반면 남자축구는 '프로 구단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선수 풀이 질적·양적으로 모두 잘 자리잡고 있다. 작년 K리그 전체 선수 중 약 30%가 프로 유스 출신이었다. 준우승의 쾌거를 거둔 2019 U-20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 21명 중 18명이 당시 K리그(국내 남자축구 리그) 소속이거나 산하 유스 클럽 출신이었다. K리그 유스 시스템이 한국 프로축구를 발전시키고 선수를 육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또한 연맹은 매년 시즌이 끝난 후 ‘K리그 유스 지도자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해 축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잇달아 해체되는 여자축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020 WK리그에서 활약할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드래프트가 열리고 있다./ 출처 : WK리그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020 WK리그에서 활약할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드래프트가 열리고 있다./ 출처 : WK리그

여자축구 운영에 있어서 체계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한축구협회에는 여자축구 전담조직이 없다. 한국여자축구연맹도 실무를 책임지는 직원 역시 국장을 포함해 총 5명에 불과하다. 반면 남자축구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의해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팀을 관리하며 활발한 A매치 경기를 유치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국가대표 전용훈련장 건설, 지역별 거점에 축구센터 건설 등의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한국 프로축구를 총괄하며 K리그를 주관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나뉜 5개의 부서에서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의 잠재력

 

2019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2차전 대만과 겨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는 대표팀./ 출처 : 대한축구협회
2019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2차전 대만과 겨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는 대표팀/ 출처 : 대한축구협회

작년 프랑스 월드컵 결과는 아쉽지만, 여자 대표팀은 프랑스 월드컵 이전까지 155개국 중에서 역대 한국축구 FIFA 랭킹 최고 순위인 1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0 U-17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같은 해 U-20월드컵에서는 3위를 했다.

또한 성인 여자대표팀은 아시아 내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 광저우, 2014년에 인천, 2018년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연속 세 번 동메달을 따냈다. 동아시안컵에서는 2005년에 우승, 2015년과 작년 준우승의 결과를 거뒀다.

또한 더 큰 대회였던 2015 캐나다 월드컵 때는 16강까지 진출했다. 가장 최근에 치룬 대표팀 A매치로 작년 10월에는 2019 월드컵 우승팀이자 FIFA 랭킹 1위(2019년 9월 기준)인 미국과의 친선경기에서 지소연 선수가 선제골을 넣고 무승부의 결과를 내며 아시아권을 넘어선 세계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초로 메인 파트너십 체결과 협회의 활성화 노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이 공식파트너 협약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갑수 신세계이마트 사장이 공식파트너 협약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다행히 작년에 여자축구에도 희망적인 일이 일어났다. 작년 5월 15일에 신세계 그룹(이하 신세계)이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 메인 파트너와 국가대표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여자축구 최초로 체결된 메인 파트너십이었다.

신세계 측은 2024년까지 여자축구 대표팀에 100억여 원(연간 약 20억 원)을 지원한다. 한국 여자축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보여줬던 성과를 인정하고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지원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대표팀은 작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이코노미가 아닌 비즈니스석에 탑승하여 이동하게 됐다. 이전에는 남자대표팀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었다. 이 뿐만 아니다. 대표팀의 실전 경험을 늘리는 친선 A매치도 연 2회 이상 개최되고, 국가대표 훈련 프로그램 관련한 지원도 이루어진다.

남자 대표팀은 국가대표팀 공식후원은행인 KEB하나은행의 후원을 199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받아오고 있다. 이어 K리그 타이틀 스폰서로도 2017년 계약을 체결하여 K리그를 후원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K리그2 소속의 대전시티즌 축구단도 인수했다. 이러한 지속된 투자와 지원 덕분에 남자축구는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2019년 9월에 열린 KFA 여자축구 심포지엄./ 출처 : 대한축구협회
2019년 9월에 열린 KFA 여자축구 심포지엄/ 출처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자체에서도 여자축구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여자축구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한국 여자축구의 전반적인 문제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변확대,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경쟁을 통한 경기력 강화 등 3가지 주제를 다뤘다.

이와 함께 협회는 작년 10월에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콜린 벨 감독을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했다. 또한 같은 달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의 시범 대회인 ‘2019 FIFA/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 유치 신청을 하여 개최에 성공했다. 이 대회는 아시아 FIFA랭킹 상위 국가 중에서도 자국 리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이 초청 받는 대회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2020년 2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의 개최권도 따냈다. 예선 대회는 제주도에서 이뤄진다. 이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새해 2020년 신년사에서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첼시 FC 위민에서 지소연의 입단 이후 통산 150경기 출전 기록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 : 첼시 FC 위민 인스타그램
첼시 FC 위민에서 지소연의 입단 이후 통산 150경기 출전 기록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 : 첼시 FC 위민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축구에서 최근 해외팀으로 이적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유럽 리그에 진출한 지소연 선수는 2014년에 첼시 FC 위민에 입단하여 팀 내에서 핵심 선수로 잉글랜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조소현이 웨스트햄 WFC, 이금민이 맨시티 위민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셋으로 늘어났다. 작년 동아시안컵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장슬기가 같은 해 겨울에 스페인 마드리드 팀에 입단하여 올해 지난 12일에 풀타임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열악한 한국 여자축구의 상황에서도 개인의 역량을 발휘해 축구 강국인 잉글랜드와 스페인 등 유럽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모습으로 인해 이번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큰 해외 리그에서의 경험을 가진 선수들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대표팀의 팀워크를 기반으로 2월에 치러지는 도쿄올림픽 예선전에서 여자대표팀이 본선행 티켓을 따낼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국연예스포츠신문과 페어플레이스가 함께 창단한 'FIP한 기자단' 청년기자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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