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급증, '일코노미' 등장
소포장, 소용량... 식품 트렌드 변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창현 기자 =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 혼자서 하는 활동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비혼ㆍ만혼 증가, 고령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 사회적 변화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1인 가구 비중이 30%를 상회하며 매년 1인 가구가 10만 가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의 경제적 영향력이 급증함에 따라 국내 시장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1인 가구의 경제활동을 뜻하는 신조어 '일코노미(1+Economy)'가 생겼고, 가속화되는 '일코노미' 현상에 발맞추어 1~2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와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며 '일코노미' 현상을 따라가 보았다.
간편하게 먹어요, 소포장 식품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은 대학생과 직장인이 간편하고 빠른 한 끼 식사를 위해 애용하는 곳이다. 김밥이 한 줄씩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김밥 한 줄을 고르려는 찰나, 옆 선반에 진열된 즉석조리식품(RTC: Ready to Cook)과 가정간편식이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RTC 제품은 3~4인분을 기준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편의점 RTC 제품은 대부분 1인분씩 소포장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장을 보는 고객의 대다수가 1~2인 가구임을 고려한 마케팅으로 보인다. 돼지갈비찜과 찜닭 등 수요가 높지만 혼자 먹기 어려운 메뉴들도 소용량으로 판매되며 '혼밥족'의 지갑을 연다.
편의점 냉장 코너에서는 낱개 포장된 바나나와 1~2개입 사과가 판매 중이다. 컵에 담긴 과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CU의 경우 샤인머스켓과 방울토마토 등을 컵과일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데, CU의 과일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에는 2018년 대비 41.5% 급증했다. 소포장, 소용량으로 판매되는 편의점 과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성비를 따져 보자면 싼 값에 많은 양의 과일을 사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1인 가구의 경우 과일을 많이 사도 제때에 다 먹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소포장 과일은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를 제대로 공략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혼밥'에 딱이에요, 1인 전용 식당
점심시간 홍대입구역 인근의 E 일본식 식당. 입구에서 자판기로 음식 주문 후 식권을 받는다. 홀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독서실 책상처럼 생긴 1인석이 보인다. 좌석 좌우에는 칸막이가 설치돼 옆 사람을 볼 수 없다. 50cm 남짓 되는 식사 공간이지만 혼자서 밥을 먹기에는 넉넉하다. 20대로 보이는 한 손님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식사를 즐기고 있다. 4인석 위주로 자리가 배치되어 있는 일반 식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인 전용 식당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식사를 즐기려는 20~30대 '혼밥족'이 주 고객이다. 최근 가장 '핫한' 프랜차이즈로 손꼽히는 S 식당의 경우 1인 보쌈 메뉴를 선보이며 인기 브랜드로 거듭났다. S 식당은 주문 후 5분 이내로 음식을 제공하는 패스트 푸드 체계를 도입했다. 시간에 민감한 바쁜 '혼밥족'을 위한 서비스다. S 식당은 보쌈뿐만 아니라 족발, 닭볶음탕, 삼겹살 등 수요가 높은 음식들을 1인분으로 제공하며 다양한 '혼밥' 선택지를 제공한다. S 식당과 같은 1인 전용 식당은 서울 종로, 강남, 신촌 등 대학생과 직장인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발달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배달 가능해요, 1인분
'2인 이상부터 배달 가능'은 이제 옛말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도 1인분 주문을 위한 기능이 따로 있다. 1인분 버튼을 누르면 주문이 가능한 음식점들을 한식, 일식, 분식, 중식 등 종류별로 분류해 보여준다. 떡볶이 같은 가벼운 야식부터 찜, 탕까지 메뉴의 구성도 다양하다. 메뉴 하나를 선택해 보니 '1인분 배달은 사랑입니다~'와 같은 홍보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음식의 가격도 대부분 1만원대로 저렴하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 해 추석연휴 기간 1만원 이하 1인분 메뉴 주문 수는 전년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1인분 배달 수요 또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체들은 여러 배달업체와 손잡고 '혼밥족'을 위한 1인분 배달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M 피자는 지난해 요기요와 함께 1인 피자 메뉴 3종을 출시하며 1인분 배달에 열을 올렸다.
1인 가구 전성시대가 도래하며 식사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혼밥족'은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먹는 '가성비'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먹는 '가심(心)비' 중심의 식사를 추구한다. 외식업체와 관련 업계도 '혼밥족'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지금, 어떠한 식품과 서비스가 '혼밥족'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국연예스포츠신문과 페어플레이스가 함께 창단한 'FIP한 기자단' 청년기자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