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범벅' 페인트 파동... 구체적 규제 필요해
'납 범벅' 페인트 파동... 구체적 규제 필요해
  • 김다영 기자
  • 승인 2020.01.3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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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1천배 이상 초과 검출... 납 페인트 파동

'납 페인트' 구체적 규제 방안 필요해

세종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2019년 국정감사에서 납이 어린이 제품 기준치 함량의 1888배 검출된 페인트를 들고 질의하는 신창현 의원 / 사진제공=신창현의원실
세종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2019년 국정감사에서 납이 어린이 제품 기준치 함량의 1888배 검출된 페인트를 들고 질의하는 신창현 의원
/ 출처 : 신창현 의원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지난해 10월, 국내 유명 페인트 제조사들이 판매하는 일부 제품에서 유해한 납 성분이 어린이 안전 기준치의 1천 배 이상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18개 페인트 제품 중 절반이 넘는 11개 제품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5개 제품에선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전기준 90ppm의 1,000배, '환경보건법' 중량기준 0.06%의 200배 이상 초과한 납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2016년 환경부와 '페인트 유해화학물질 사용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고 6가크롬화합물, 카드뮴을 페인트에 사용하지 않고 대체물질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기업들이어서 더욱 파장이 컸다.

제공='국내 판매되는 페인트를 중심한 납 함유량 조사 보고서' / 원진직업병관리재단
국내 판매되는 페인트를 중심한 납 함유량 조사 보고서
/ 출처 : 원진직업병관리재단

해당 자료에 따르면 KCC페인트의 광명단 페인트 1종에서는 어린이 안전기준의 1,888배인 169,929ppm, 환경보건기준 0.06%의 283배인 17.0%의 납이 검출됐고, 삼화페인트의 유성페인트 1종에서도 어린이 안전기준의 1,477배인 132,965ppm환경보건기준의 221배인 13.3%의 납이 검출됐다.

강남제비스코의 유성페인트 2종에서는 각각 127,687ppm(1,418배), 환경보건기준의 213배(12.8%), 132,065ppm(1,467배), 환경중량기준의 221배(13.2%)의 납이 검출됐으며, 노루페인트의 방청프라이머 1종에서도 975ppm(10.8배)의 납이 검출됐다.

삼화페인트와 강남제비스코의 제품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 실제 해당 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보고서를 작성한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측은 "소비자로서는 브랜드와 회사의 이름을 믿고 주문한 제품과 수령한 제품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라며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함께 기재했다.

사진제공=언스플레시
출처 : 언스플레시

페인트에서 고농도 납이 검출되는 이유는 제조업체에서 페인트 제조 시 의도적으로 한 개 이상의 납 화합물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페인트에 첨가된 납 화합물은 주로 안료와 건조제, 부식방지제로로 쓰인다.

그러나 납 첨가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해당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페인트 제조업체는 납이 들어있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좋은 페인트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농도 납이 검출된 제품은 주로 노랑색, 주홍색, 적갈색으로 밝은 계열의 색상이었는데, 동일한 노란색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10개 제품 중 7개 제품에서는 납이 검출되지 않거나 90ppm보다 낮은 양이 검출된 것이다. 납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 생산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페인트 제조 시 납을 첨가하지 않고 납에 오염된 성분 사용을 주의하면 국제적인 납 페인트 기준 90ppm이하의 제품을 제조할 수 있으며, 나아가 10ppm보다 혹은 그 이하까지 납 함유량을 낮출 수 있다.

제공='국내 판매되는 페인트를 중심한 납 함유량 조사 보고서' / 원진직업병관리재단
국내 판매되는 페인트를 중심한 납 함유량 조사 보고서
/ 출처 :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일각에서는 납 페인트 규제가 조속히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현재 환경보건법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으로 납 사용을 일부 규제중이나 모든 용도의 페인트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전면적인 납 규제는 제정된 바 없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건축용 페인트의 납을 규제하는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유럽연합은 건축용 페인트에 납을 첨가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고,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건축용 페인트에 납 사용을 제한하며 최대 기준치가 정해져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8년 저용량의 납 노출도 심각한 건강상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장식용 페인트의 납 함량 허용치를 최대 60ppm에서 90ppm으로 대폭 낮추기도 했다.

제공='국내 판매되는 페인트를 중심한 납 함유량 조사 보고서' /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출처 : 세계보건기구

각국 정부가 페인트의 납 함량을 제한하는 이유는 납중독이 어린이의 집중력 저하, 과잉행동장애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납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를 바른 벽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낡은 벽이나 바닥에서 생긴 페인트 가루를 호흡기로 마시면 체내에 납이 축적된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납 중독 시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택관리 전문가는 미국에서는 1978년부터 납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를 주택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최근까지도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집과 이후에 지어진 집의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고 했다. 이 전문가는 국내는 실내에 페인트 대신 벽지를 바른 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지만, 주택이나 학교 등 실내에 사용되는 페인트엔 납 성분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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