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에어팟 금지 있나요?" 새내기 걱정시키는 대학가 '군기 문화'
"길거리 에어팟 금지 있나요?" 새내기 걱정시키는 대학가 '군기 문화'
  • 김혜진 기자
  • 승인 2020.02.2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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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존재하는 대학가 군기
문제의식 갖추며 사라지는 추세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개강을 앞둔 대학가가 코로나19로 인해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 특히 대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는 더 혼란스럽다. 학기 시작 전 동기들과 인사하고, 선배들에게 수강신청부터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등이 모두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새내기에게 대학은 가고 싶기도 하지만, ‘군기 문화등으로 인해 두려움과 궁금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분위기를 익히고, 궁금증 등을 해소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새내기의 걱정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 군기 문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제보글
출처 :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군기는 군대의 기강과 사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요즘 대학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대학생이 이용하는 한 익명 커뮤니티에서 길거리 에어팟 금지가 존재하는 말이에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에어팟은 음악이나 영상 등을 감상할 때 이용하는 무선 이어폰이다. 해당 글에는 자신의 학과가 길거리 에어팟 금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길에서 에어팟을 사용하면 그 학번이 전체 집합이라며 기합을 받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모 사범대학 체육대회 제보영상 캡쳐
모 사범대학 체육대회 제보영상 캡쳐 / 출처 : SBS 제공

한편 작년 4, 한 사범대학 체육대회에서 각종 가혹행위가 벌어진 것이 폭로됐다. ‘다 나 까로 문장을 끝내는 군대식 말투, 거수경례부터 술을 강요하기도 했다. 해당 학과 학생회장이 1학년 신입생에게 깔때기를 이용해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는 이른바 깔때기 술이었다. 받아 마시다 구역질을 하는데도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익명 게시판을 통해 폭로되었는데, 대학 측은 글이 올라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대학 내 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과 대학원생 1,902명 중 인권침해 피해 경험이 1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이 전체 46.4%에 달했다. 주된 가해자는 선배였다. 특히 4년제 학부생의 51.1%가 선배를 가해자로 지목했고, 전임교수가 27.4%로 뒤를 이었다. 한편 대학원생은 48.0%가 교수를 주된 가해자로 꼽았다.

이는 곧 대학 내에서 교수와 학생혹은 선배와 후배불평등한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폭력과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학내 인권기구가 존재하지만, 인력이 적고 전문성도 낮은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 대부분이 인권기구 조차 신뢰하지 않았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이 피해자 관점에 기초해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고려한 사안 처리절차를 확보해야 한다라며 정기적으로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론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달라지는 대학 문화

다행스럽게도 익명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발이 많아지고,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대학 내 군기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제공
디아지오코리아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제공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음주에 대한 인식이다. 어느 순간 대학에서 술 강권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MT는 물론 선후배가 모이는 자리마다 술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안타까운 사망사고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다행히도 술 강권 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9년 전국 만19~38세 남녀 대학생과 대졸자 800명에게 대학 시절 음주 문화에 대해 물었다. ‘술자리에서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해 10년 전 대학생은 41.8%강요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반면 2019년 대학생은 11.8%만이 있었다라고 응답했다.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도 크게 달라졌다. 10년 전 대학생은 지금 꺾어 마시는 거야?’라는 강압적인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반면 2019년 대학생은 가장 많이 들은 말로 마실 만큼만 조절해서 마셔를 꼽았다. ‘물이나 사이다 마셔도 돼’, ‘가야 되면 눈치보지 말고 가등의 말이 뒤를 이었다. ‘술자리는 오래, 술은 많이가 당연하게 강요되었던 강권 문화가 10년 사이 빠르게 사라진 것이다.

 

주량팔찌 /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주량팔찌 /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또한 술 강권을 금지하는 팔찌도 등장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제작한 이 팔찌는 3가지 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색깔마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혹은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만 마시겠다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팔찌의 색깔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며 많이 마실 것이라는 뜻의 팔찌를 착용하더라도 술을 강요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팔찌는 색깔만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 주량 팔찌로 불리며 대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음주 외 팀 프로젝트 등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칭이다. 기존에는 특정 수업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학번과 나이를 따져 선배님부터 형, 오빠 등의 호칭을 사용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안에서 상하관계가 생긴다. 그러나 최근 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과제나 스터디 등 목적이 있는 모임이고, 상하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친목도모를 위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때문에 대학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치 기업에서 직함 대신 이나 영어이름 등을 부르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의 특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Z세대는 SNS를 통한 관계 형성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SNS에서는 서열화된 관계를 중시하지 않고, 나이 등 개인 정보 노출을 꺼리며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러한 관계에 익숙해진 Z세대가 오프라인에서도 불필요한 정보 공개와 수직적 관계 형성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하는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대학 내 군기 등 강압적 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줄어드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적극적인 제보와 개개인의 문제의식, 대학의 실질적 개선책 마련이 함께한다면 악습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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