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인권문제 ①] 스포츠계, 인종차별에 대해 둔감한 사회상을 보여주다
[스포츠계 인권문제 ①] 스포츠계, 인종차별에 대해 둔감한 사회상을 보여주다
  • 곽은비 기자
  • 승인 2020.02.29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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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동료, 델리 알리가 코로나 관련 인종차별로 기소 당해

관중, 코치, 선수, 임원진, 해설위원 등 스포츠계는 인종차별의 장

서양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스포츠계의 엄격한 처벌과 방지 조치 필요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곽은비 기자 = 현재 중국을 시작으로 하여 아시아권을 장악하고 전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하게 일어나는 와중에 한 축구 선수 또한 이에 동참하여 논란이 되었다.

이달 9일에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의 토트넘 구단 소속인 델리 알리 선수는 인종차별적인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동양인 남성을 몰래 촬영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다. 볼륨을 높여 들어봐라”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어 손 세정제를 촬영하면서 “바이러스가 나를 따라잡으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거다”라는 자막을 또 달았다.

몰래 촬영한 것도 모자라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두고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농담식으로 한 것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거세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는 다음날 자신의 SNS에 “후회한다. 농담할 사안이 아니었다. 어떤 의도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알리의 이 같은 행동은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둔감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전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축구계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인종차별이 횡행하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축구계,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장

축구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인종차별의 언행으로 인해 여러 구단들이 애를 먹고 있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그가 활동하고 있는 토트넘 구단이 소속된 프리미어리그에서 끊임없이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 관중은 경기를 하고 있는 그에게 아시아 음식을 나열하거나 경기장에 있는 그와 관중석에 있는 동양인 팬을 번갈아 가리키는 등의 행위를 했다. 또한 그에 대한 인종차별은 SNS에서의 댓글과 이모티콘을 통해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되었다.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관련한 인종차별까지 당하고 있다. 이달 2일에 손흥민은 맨시티(프리미어리그 소속)와의 경기 직후에 한 인터뷰 도중에 두 차례 기침을 했다. 이를 두고 그의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며 ‘손흥민이 코로나 바이러스 징후를 보였다’ 등의 근거 없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토트넘 선수들이 찍힌 사진을 편집하여 손흥민을 제외하고 그의 옆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만 마스크를 씌워 합성한 사진까지 SNS에 퍼져 나갔다.

 

뤼디거 선수(맨 왼쪽)가 경기 중 인종차별을 당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 출처 : 뤼디거 인스타그램
뤼디거 선수(맨 왼쪽)가 경기 중 인종차별을 당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 출처 : 뤼디거 인스타그램

작년 12월에는 상대팀 토트넘 구단에서 경기를 치른 첼시(프리미어리그 소속)의 뤼디거 선수가 관중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관중은 그에게 원숭이 제스처를 취하고 원숭이 소리를 흉내냈으며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원숭이와 관련된 표현은 유색인종에 대한 대표적인 인종차별적 표현이다. 그와 같은 팀 주장 선수인 아스필리쿠에타는 바로 주심에게 달려가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항의했다. 경기가 끝난 후 토트넘 구단에서는 관련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런던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뤼디거는 이달 토트넘과 다시 경기를 치른 후에 한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주의가 승리했다. 그들은 야유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들은 다시 스타디움으로 오고 있다. 그들은 벌받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작년 벌어진 인종차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인 세리에A에서도 인종차별이 극심하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루카쿠 흑인 선수에게 “원숭이 안녕”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등의 인종차별을 한 관중 또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축구협회로부터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에 더하여 루카쿠 팀 팬들의 반응 또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는 상대팀을 심리적으로 망가뜨리게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일 뿐 인종차별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인종차별에 대해 둔감하고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중뿐만이 아니라는 충격  

인종차별의 주체는 비단 관중뿐만이 아니다. 작년 9월에는 이탈리아의 한 방송에서 루치아노 파시라니 해설위원이 루카쿠 선수에 대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그는 “루카쿠와 일대일로 싸운다면 그가 당신을 죽일 것. 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나나 10개를 건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해당 방송의 연출자는 파시라니가 더이상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카쿠가 활동하고 있는 세리에A(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인종차별에 관대하다는 비난을 받자 작년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포스터를 공개했지만 이 포스터 또한 인종차별을 담고 있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포스터에는 서로 다른 3개 팀의 대표색을 각각 얼굴에 칠하고 있는 원숭이 3마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원숭이는 대표적인 인종차별적 표현이므로 전세계에서 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무식함에 대해 크게 비난하고 있다.

 

또한 이달 9일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에 소속된 마요르카 팀의 다니 파스트로 코치는 경기 중에 선수 교체를 위해 동양인 선수 쿠보를 부르면서 양눈을 좌우로 길게 찢는 행위를 했다. ‘좌우로 눈 찢기’ 제스처는 아시아인에 대한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13일에 라리가 사무국에서는 “파스토르 코치의 제스처는 인종차별 행위가 아니다. 단지 워밍업 하고 있던 선수를 부르기 위한 일상적인 방법이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름 아닌 소속팀 코치가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행위를 생중계 중인 카메라 앞에서 공공연하게 한 것은 큰 문제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이로써 리그 운영진의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또한 부족한 것이 드러났고 라리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라리가 사무국에서는 18일에 “누구도 상처 입힐 의도가 없었다.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라고 다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식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파스트로 코치는 논란 이후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종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어

또한 인종차별은 축구계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각종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다. 대중에게 두루두루 인기 있는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절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스포츠계의 이 같은 상황은,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언행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관련하여 심각성을 잘 모르고 죄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사회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작년 8월에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에서 러시아 대표팀 세르지오 부사토 코치가 한국 팀에게 역전승한 후 손으로 양 눈을 좌우로 길게 찢어 보이는 제스처를 하여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배구협회는 대한민국 배구협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부사토 코치에게 이후 열린 세 경기에 대해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골프계에서도 일어났다. 작년 5월에는 타이거 우즈(골프선수)의 전 코치로도 유명한 골프 교습가행크 헤이니가 미국의 한 라디오에서 다른 국적의 선수들 이름은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US 여자 오픈 챔피언십(미국의 메이저 골프 대회)’의 전망과 관련하여 “한국 선수가 우승하겠지만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이(Lee)씨 정도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한국인 선수들을 불쾌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해당 라디오 측에서는 그의 출연을 정지시켰다.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인종차별… 서양만 해당하는 것 아냐

인종차별은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서양에서 한국인 선수가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한국 팬들이 흑인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귀화하여 현재 전주 KCC 이지스 구단(한국 프로농구 리그 소속)에서 뛰고 있고, 2018년 아시안 게임과 2019년 월드컵에서 대표팀으로도 활동한 라건아 선수는 한국 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신을 부르고, “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쓴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는 한국 팬들로부터 이런 유형의 메시지를 항상 받는다. 이런 일들을 한국에서 매일 경험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고통을 호소했다.

같은 리그의 안양 KGC인삼공사 팀에서 뛰고 있는 흑인 선수인 브랜든 브라운도 지난달에 한국 팬들로부터 받은 인종차별적인 혐오 발언이 담겨 있는 SNS 메시지를 공개했다. “한국에서 나가라. 교통사고나 나라” 등의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양에서는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실제로 엄중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차별 혐오와 관련하여 엄격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 보인다.

 

단순히 무식하고 무례한 관중만이 인종차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 코치, 리그 운영진, 해설위원 등 신분과 국적 상관없이 사람들은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 행위에 대해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특정 종목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 다양한 종목에서, 서양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세계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1년에 유럽에서 처음으로 ‘축구폭력법’이 제정되면서 인종차별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었지만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종차별의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스포츠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때문에 스포츠계의 양상과 움직임은 전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따라서 스포츠계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해 엄격한 처벌과 방지 조치를 취해 인종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반대로 적절하고 엄격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세계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더욱 둔감해지는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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