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100만 원은 해도 욕먹는다?
기부문화, 100만 원은 해도 욕먹는다?
  • 김혜진 기자
  • 승인 2020.02.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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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는 단체 신뢰도와 인증 비난하는 문화 문제

기부 문화 활성화 위한 방안은?

이시언 인스타그램 제공
출처 : 이시언 인스타그램 제공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따뜻한 손길이 모이고 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봉사 자원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임대료 인하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동시에 기부 릴레이도 이어지는 중이다. 삼성·SK·LG·넥슨·엔씨소프트 등 기업들이 기부에 나섰고, 김희선·전지현·정우성·손예진·김수현·윤아·김연아 등 스타들도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훈훈한 소식이 이어지는 한편 아쉬운 소식도 들렸다. 배우 이시언이 기부 사실을 본인 SNS에 인증한 후 악성 댓글을 받은 것이다. 이유는 기부금이 소액이라서였다.

기부 사실을 공개한 후 뜻밖의 악플을 받은 경우는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악플은 대부분 금액과 스스로 인증했다는 것에서 붉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금액이 아닌 기부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이른바 인증이 자연스러워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고 제대로 자리 잡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부 실정

 

2018년 세계기부지수 / CAF
2018년 세계기부지수 /출처 : CAF 제공

 

한국 사회에서 기부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2010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영국 자선지원재단(CAF)2018년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60위를 기록했다. 특히 개인이 아닌 기업, 단체 중심의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부 행사인 사랑의 온도탑을 보면 그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오르고, 목표액이 달성되면 100도가 되는 구조다. 2018년에는 100.2도였고, 2019년에는 101.1도로 목표액을 간신히 달성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 모금액 중 75%가 법인 기부금이었다. 개인 기부금은 전년도 29.1%에서 약 4% 하락한 25%에 그쳤다.

기업 차원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기부가 일상화되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인 기부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개인 기부가 축소되고,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여러 사건들로 인해 기부 단체가 신뢰성을 잃었고, 기부 사실을 스스로 알리고 인증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문화이다.

 

기부 망설이게 하는 신뢰도 저하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 결과, ‘기부하지 않은 이유’ 1위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2017년과 2019, 2년간 응답 비율의 변화다. 2017년에도 기부하지 않은 이유의 1위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2017년에는 57.3%였던 반면 2019년에는 6% 감소한 51.9%였다. 대신 기부단체 신뢰 못해서응답이 20178.9%에서 201914.9%6% 증가했다. 모금 교육 전문단체 한국모금가협회가 최근 1년간 기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기부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결과에서도 기부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24.4%나 차지했다.

기부단체가 신뢰도가 잃은 것은 그간 드러난 여러 사건 때문이다.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돕는다며 3년간 받은 기부금 127억 원을 가로챈 새희망씨앗사건,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 원을 가로챈 어금니아빠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기부는 대상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선한 마음과 좋은 곳에 쓰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믿음이 사라지고, 기부가 마치 사기 행위와 같이 인식되면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단체에서 모금 목적과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등 신뢰도 회복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부와 생색

야옹이 작가 인스타그램 제공
출처:야옹이 작가 인스타그램 제공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부 단체뿐만 아니라 기부가 자연스러워지는 사회 분위기도 형성되어야 한다. 기부가 특별한 날, 큰 금액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문화가 있다. 선행일지라도 스스로 알리고 홍보하는 일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심지어는 생색이라고도 평한다. 이번에 발생한 배우 이시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시언은 개그맨 유세윤이 SNS에 올린 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 계좌번호를 보고, 1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본인의 SNS에 인증 글을 게시했다.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좋은 사례였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금액이 너무 적다’, ‘적은 금액으로 생색낸다’, ‘이런 금액도 기사가 나냐는 등의 악플이 달렸고 이시언은 글을 삭제했다.

이러한 일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연말에는 인기 웹툰 여신강림의 야옹이 작가가 기부 사실을 SNS에 인증했다가 비난의 메시지를 받았다. 야옹이 작가는 희귀암 투병 중인 소아를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에 천만 원을 기부하고, 본인 SNS에 그 사실을 인증했다. 그러자 “You know 유재석. 기부를 하시는데, 말을 하지 않아요. 그냥 조용히 기부만 하죠. Please just consider this. Thank you”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기부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였다.

선행은 항상 타인에 의해 공개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정말 생색일까. 나아가 생색을 내면안 되는 것일까.

 

선한 영향력의 힘

방탄소년단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 출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억 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콘서트 환불 금액을 슈가가 기부한 곳에 방탄소년단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명칭)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멤버 RM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자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 조팝나무 1,350그루를 심어 ‘RM 1를 조성하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의 팬들은 아이유가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 원을 기부하자 기부에 동참하며 기부 행렬을 이어갔다. 그룹 엑소의 팬들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는 리더 수호를 따라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꾸렸다. 또한, 꾸준히 아동 단체를 찾아 봉사와 기부를 이어가는 멤버 세훈을 따라 관련 단체에 후원금 전달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스타가 가진 선한 영향력의 힘이다. 스타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한 번으로 특정 제품을 매진시키고, 수억 원의 마케팅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사례를 통해 그들이 가진 영향력이 선행도 불러온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그 영향력이 충분히 행사될 수 있도록 선행을 스스로 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14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좋은 사례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챌린지에 지목된 사람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기부를 하고 그를 인증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스타들이 SNS 등 여러 채널에 참여 사실을 인증하며 화제가 되었다.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비영리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이 2018년 아이스버킷챌린지를 다시 시작했는데, 이 당시에도 한 달 만에 기부금이 9억 원을 돌파하며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2018년 챌린지에서는 스타가 참여한 모습을 보고 팬들이 기부에 동참하며 모금 속도가 빨라졌다.

 

기부는 생색내야 한다. 강제적 활동이 아닌 타인을 위한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자발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금액 등을 이유로 그 행위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태는 기부를 특정한 날, 엄청난 금액으로만 이루어지는 특별한 일로 여겨지게 만든다. 그러나 기부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부 단체가 신뢰도를 회복하고, ‘기부 인증 글이 마치 SNS에 올리는 음식 사진이나 셀카와 같이 일상적 또는 재밌는 활동으로 여겨진다면, 보다 더 따뜻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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