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인권문제 ②] 인종차별 근절을 향한 움직임, 더욱 적극적이고 강력해지다
[스포츠계 인권문제 ②] 인종차별 근절을 향한 움직임, 더욱 적극적이고 강력해지다
  • 곽은비 기자
  • 승인 2020.03.0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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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수들이 직접 나선다… ‘경기장 나가버리기’

제재의 실행력 강화, 처벌 수위 높아져

한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 어떻게 다루고 있나

출처 : 프리미어리그 공식 웹사이트
출처 : 프리미어리그 공식 웹사이트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곽은비 기자 = 지난달 9일에 자신의 SNS에 코로나 관련 인종차별적인 영상을 올린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의 프로축구 리그) 축구선수 델리 알리는 바로 다음날 빠른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그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인종차별 농담을 한 혐의로 FA에 기소했다.

그의 행동은 축구협회 규칙 E3 ‘행동 일반’ 조항을 위반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 조항에서는 SNS 등을 통한 폭력적 행동, 모욕적 말 등 부적절하거나 경기 평판을 해치는 일체의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인종차별과 관련하여 명시적 혹은 암시적으로 언급할 경우 가중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출전 정지와 함께 벌금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의 처벌로 인해 소속팀 또한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어 힘든 상황에서 알리까지 잃게 되어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잉글랜드 축구계는 물론 전세계 스포츠계에서도 인종차별 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을 절대 가볍게 여기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경기 중 인종차별, 막을 수 없다면 경기장 나가버리자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관중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적 욕설과 비하하는 행위는 애써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지만,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경기를 끝까지 해내야 한다. 경기장에서의 인종차별적인 행태가 멈추지 않고 경 기 중에 이를 막으려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자,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축구선수이자 현재 축구 해설위원인 게리 네빌은 작년 연말에 “(경기 중에) 인종차별이 일어나면 선수들이 경기장을 걸어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덧붙여 2004년에 자신이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스페인과의 친선전을 치렀을 때, 동료 선수가 인종차별을 심하게 당하는 것을 봤지만 경기장에서 나오지 않았던 과거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경기장 나가버리기’ 행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관련자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뤼디거 선수가 소속된 첼시(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의 소속팀)의 램파드 감독 또한 선수들이 경기 중에 인종차별을 당하여 경기장에서 나갈 경우 그 행동에 대해 “100퍼센트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냐키 윌리엄스 선수도 지난달에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내게 이런 (인종차별을 당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함께 경기장에서 나갈 것이다. 이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종차별에 맞서는 중요한 행동이기 때문에 경기에서 패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경기 중에 관중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듣고 이를 주심에게 알려 경기 중단을 요청했지만, 주심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마레가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피부색 관련 인종차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 출처 : 마레가 인스타그램
마레가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피부색 관련 인종차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 출처 : 마레가 인스타그램

그리고 올해 2월 실제로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가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7일에 프리메이라리가(포르투갈의 프로축구 리그)의 포르투 구단에 소속된 무사 마레가 선수는 상대팀 기마랑이스 팬들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격노하여 끝내 경기 도중에 자진해서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관중은 경기 내내 그를 향해 원숭이 소리를 냈고 그가 분노를 표하자 쓰레기와 의자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마레가는 경기장을 채 나가기 전에 관중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등 인종차별을 하는 관중에 대한 분노를 참지 않았다. 그가 경기를 다 끝내지 않고 스스로 나가버리는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동료, 감독을 비롯하여 양 팀 구단과 포르투갈 정부까지 당일 일어난 인종차별에 문제 제기를 하고 인종차별 근절에 대한 지지의 뜻을 전했다.

출처 : UEFA 공식 사이트
출처 : UEFA 공식 사이트

경기 이후 마레가가 자신의 SNS에 올린, 인종차별을 한 관중에 대해 비난하는 글에 팀 동료들이 응원하는 댓글을 남겼고, 콘세이상 포르투 감독은 “축구계에 수치심을 준 슬픈 상황이다. 국적, 피부색, 키, 머리색에 상관없이 우리는 가족이고 인간이고 존경받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포르투 구단 측에서는 “인종차별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관중의 징계를 요구했고, 상대팀 기마랑이스 구단은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Say No to Racism’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포르투갈 정부도 나서서 “포르투갈 헌법은 인종차별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라며 입장을 내놓았고, “다른 경기장에서는 인종차별 행위가 절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밝혔다.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편협, 차별 그 어떤 표현도 헌법에 금지돼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제재의 실행력이 강화되고 처벌의 수위 높아져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의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미성년자에게도 예외없이 엄격한 처벌을 내렸다. 작년 12월에 열린 경기에서 토트넘 구단의 손흥민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친 본머스 구단의 17세 팬은 영국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아 벌금형과 함께 3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 처벌을 받았다. 이에 더하여 본머스 구단에서는 “인종차별 행동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우리 팀이나 팬에게 그런 행동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평생 본머스 팀 경기를 볼 수 없도록 생애 출입 금지 처분을 내렸다. 같은 달, 손흥민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취한 13세 소년 또한 더 어린 나이에도 문제가 되는 행위 즉시 경기장에서 퇴장을 당하여 보호자와 함께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벌을 더욱 엄격히 하고 있는 잉글랜드 구단들과 달리 인종차별에 관대한 모습을 보여 비난을 받던 세리에A(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또한 최근에 인종차별에 대해 엄격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경기에서 관중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선수를 계속 비하하자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또한 인종차별 행위가 계속될 경우 경기를 취소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서양 국가들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인종차별에 대한 제재는 엄격해졌다. 작년 11월에 치러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베트남 축구 영웅’이라 불리는 베트남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에게 상대팀 사샤 토디치 코치는 작은 키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베트남 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토디치 코치의 징계를 요구했고, 지난 1월에 결국 태국 축구협회는 토디치 코치를 경질하였다.

 

한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 어떻게 다루고 있나

KBL 로고 / 출처 : KBL
KBL 로고 / 출처 : KBL

한국도 역시 과거 선수와 해설위원까지 인종차별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따라서 인종차별 방지 노력이 이루어졌다. KBO(한국의 프로야구 리그)에서는 인종차별 언행을 품위 손상 행위에 포함시키도록 야구 규약을 개정했고, K리그(한국의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한 징계 조항을 따로 마련했다. 이에 더하여 차별 행위가 관련된 기업의 광고도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서양 스포츠계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에 실제로 제재를 가하고 그 처벌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한국도 처벌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KBL(한국의 프로농구 리그)이 변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KBL에서 뛰고 있는 흑인 선수들이 한국 팬들에게 인종차별을 심하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KBL은 지난 1월에 일어난 인종차별 피해 사례를 수집했으며 이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차별 금지 캠페인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여러 국가에서 스포츠계 인종차별에 대한 법적 조항 등은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인종차별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더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선수들이 직접 차별에 맞서는 적극적인 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인종차별과 관련한 처벌 실행력과 수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스포츠계에서 좀더 적극적이고 엄격한 제재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지만, 이전보다 차별에 맞서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행동도 더 적극적이고 강력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스포츠계는 물론, 나아가 사회 전체에서 인종차별이 완전히 근절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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