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돋보기] ① ASMR, 내 귀에 즐거움을 선사하다
[콘텐츠 돋보기] ① ASMR, 내 귀에 즐거움을 선사하다
  • 김창현 기자
  • 승인 2020.03.30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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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넘어 지상파까지 접수 

'귀르가즘' ASMR, 콘텐츠 시장의 핵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창현 기자 = 갓 배달된 치킨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바삭한 소리에 왠지 모를 만족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힐링'해 봤거나,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려오는 자장가 소리에 곤히 잠든 경험이 있는가. '내 이야기다' 싶다면, ASMR을 한번 주목해 보자.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오감을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경험을 뜻한다. 누군가 머리를 빗겨줄 때 두피가 간질간질한 기분 좋은 느낌, 빗소리나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집중력 향상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백색소음과 비슷한 개념이다. 동영상과 오디오라는 콘텐츠 특성상 청각적 자극을 중요시하는데, 소곤대는 소리, 특정 사물을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탭핑(tapping) 소리, 브러싱(brushing) 소리 등 인위적으로 내는 소리부터 넓게는 일상생활 속 백색소음까지 다양한 종류의 청각적 자극이 ASMR에 포함된다.

최근 몇 년간 ASMR은 콘텐츠 산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콘텐츠 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과 광고 영상에서도 ASMR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ASMR 전성시대'다.

 

ASMR, 국내외 주요 콘텐츠가 되기까지

2000년대 후반부터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백색소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ASMR 콘텐츠가 등장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ASMR이라는 공식 명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ASMR Research Project'의 설립자 제니퍼 앨런(Jennifer Allen)이 시청각 자극에 만족을 느끼는 현상을 '자율감각 쾌락반응'으로 정의하면서 지금의 ASMR로 불리게 됐다. ASMR 콘텐츠는 2010년부터 러시아 출신 유튜버 마리아 빅토르브나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제작되고 공유되었지만, 한국에는 비교적 늦은 2013년부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료: ASMR 콘텐츠 크리에이터 미니유 / Youtube: Miniyu ASMR
자료: ASMR 콘텐츠 크리에이터 미니유 / Youtube: Miniyu ASMR

콘텐츠 크리에이터 미니유(본명 유민정·30)는 국내 1세대 ASMR 제작자다. 미니유가 2013년도 9월 ASMR 크리에이터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ASMR은 생소한 콘텐츠였다. 대부분의 ASMR 영상이 영어로 제작되어 한국인 시청자가 적었고, 해외에서도 ASMR을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유튜브 마니아 문화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어 ASMR 검색결과 / Youtube
자료: 한국어 ASMR 검색결과 / Youtube

소수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한국어 ASMR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미니유 이후로 연이어 등장한 1세대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지속적으로 양질의 ASMR 콘텐츠를 제작하자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해외에서도 ASMR과 같은 '힐링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으며 주류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편안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ASMR 영상을 찾게 된 것이다. 2017~2018년 사이 ASMR 콘텐츠는 더욱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국내외로 'ASMR 전성시대'를 알렸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가 자체 실시한 2018년도 조사에 따르면 ASMR은 1년 동안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유형의 동영상 2위(3천210만회)를 기록했다. 1위는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커버영상(8천198만회), 3위는 생활 팁을 소개하는 how to(1천322만회), 4위에는 옷을 소개하는 OOTD(1천135만회)가 집계됐다. 커버영상, how to, OOTD 등이 유튜브가 창립된 2005년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ASMR의 단기간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ASMR, TV도 접수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봤을 만한 ASMR 영상이 있다. 바로 가수 아이유가 등장하는 경동제약 진통제 '그날엔' 광고다.

자료: 아이유 '그날엔' 광고 / 경동제약
자료: 아이유 '그날엔' 광고 / 경동제약

이 광고에는 배경 음악도, 화려한 그래픽도 없다. 아이유가 화면을 바라보며 "머리 아파?"라고 속삭이며 물어보고,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린다. 광고가 끝날 때까지 모든 멘트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속삭임으로 이어진다. ASMR으로만 이루어진 공중파 CF인 셈이다.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무색하게 경동제약 ASMR 광고 시리즈는 4개나 제작됐다. 각 영상마다 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광고 효과도 톡톡히 봤다. 소리를 활용한다는 특징 덕분에 ASMR은 먹거리 광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초콜릿 '몰티져스'의 경우 최근 공개한 CF 시리즈마다 바삭하게 씹히는 소리를 강조하며 ASMR 효과를 노렸다.

자료: '아이콘택트' 화면 캡쳐 / 채널A
자료: '아이콘택트' 화면 캡쳐 / 채널A

ASMR 콘텐츠의 인기가 급증하며 TV에서도 ASMR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지난 23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는 전 수영 국가대표 정다래와 140만 구독자 유튜버 '나름'의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ASMR'을 공개했다. 배경음악이나 기타 효과음 없이 먹는 소리만 증폭시킨 ASMR을 송출한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ASMR은 좋은 예능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해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방송인 이영자가 음식 먹는 소리를 듣고 음식 종류를 알아맞히는 '영자 ASMR'을 일일 콘텐츠로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ASMR은 더 이상 온라인 플랫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공중파까지 접수한 '대세'가 됐다.

 

ASMR, 인기 비결은

그렇다면 ASMR이 이토록 크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ASMR을 즐겨 듣는 대학생 A씨(23·남)는 '심리적 안정'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A씨는 "매일 바쁘게 지내다가 집에 돌아와서 ASMR 영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이 솔솔 온다"고 전했다. 잠들기 전에는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편안하고 친밀한 느낌을 주는 ASMR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ASMR의 실제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 걸음마를 막 뗀 상태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심리적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2014년 영국 스완지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ASMR 영상 시청 경험이 있는 18~54세 남녀 4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ASMR 영상을 정기적으로 본다고 답한 이들 중 98%가 정신적 안정을 얻었다고 답했다. 또 82%는 잠자는 데, 70%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얻었다고 답했다. 2018년 6월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은 셰필드대·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진의 연구 내용을 토대로 "ASMR을 경험한 사람들의 심장박동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고, 불안감 해소 및 휴식에 도움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 ASMR 상황극 / Youtube: Miniyu ASMR
자료: ASMR 상황극 / Youtube: Miniyu ASMR

대학생 B씨(21·여)는 '대리만족' 때문에 ASMR을 본다고 전했다. B씨는 "ASMR 상황극 영상이 많은데, 스파 혹은 미용실 영상을 보면서 공짜로 케어받는 느낌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SMR 콘텐츠 중에는 '상황극(roleplay)'이 많다. ASMR 크리에이터가 스파, 병원, 미용실, 가게 등 특정 상황을 연출하고 시청자와 친밀하게 교감하는 콘텐츠다. ASMR 특성상 청각적 자극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상황극에 집중이 더 잘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고등학생 C씨(18·여) 또한 "고등학생이 가진 돈과 시간으로는 피부과를 갈 수 없는데, ASMR 피부과 상황극 영상을 보면 소리가 생생해서 진짜 피부과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며 현실감 있는 소리가 '대리만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스파에 가고 싶은 사람은 스파 상황극 영상을, 마사지를 받고 싶은 사람은 마사지 상황극 영상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으니, ASMR 상황극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맞춤형 힐링'인 셈이다.

청각적 자극이 주는 강렬함 또한 ASMR 콘텐츠의 급부상 이유로 꼽힌다. 튀김을 기름에 튀기는 '지글지글' 소리, 맛있게 무언가를 먹는 '쩝쩝' 소리 등 청각적인 자극은 영상 자막과 같은 시각적 자극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다. 요리 유튜버 '초의 데일리쿡'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SMR을 활용하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는 비율이 3~4배는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처럼 ASMR은 먹거리 광고나 '먹방' 예능 등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다. '먹방'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ASMR'도 함께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ASMR,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니아 문화로 인식된 ASMR은 이제 영상 시장에 없어서는 안 될 콘텐츠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ASMR 유튜버들이 급증하며 "ASMR 콘텐츠는 레드오션"이라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ASMR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먹방, 웹드라마, 웹다큐멘터리 등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기가 쉽고,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공중파 방송, CF, 영상 효과 등 적용점이 많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지쳐 위로와 쉼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많아지며 ASMR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년간 놀랍게 발전해온 ASMR이 앞으로는 어떠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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