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페우스' 두고 클래식 '대중화' 논란
'유르페우스' 두고 클래식 '대중화' 논란
  • 김혜진 기자
  • 승인 2020.03.31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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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뭐하니?' 유재석 / MBC 제공
MBC '놀면뭐하니?' 유재석 /출처 : MBC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지난달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인 유재석이 하피스트 유르페우스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에 이어 새로운 도전을 펼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유재석은 한 달간 연습 끝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11시 콘서트앙코르 무대에 올랐다. 그는 객원단원으로서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를 성공적으로 연주했다. 유재석은 무대를 허락해 주신 코리안심포니 단원분들과 지휘자님 정말 감사하다라며 클래식을 하나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앞으로 클래식을 사랑하고 아끼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손열음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유재석의 하프 도전 모습을 함께 보던 두 사람은 깜짝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손열음은 디지털 피아노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터키행진곡을 선보이며 방송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방송 직후 유르페우스의 도전에 대해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진 한편 일각에서는 불쾌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클래식계는 오래전부터 대중화를 외쳤다. 관객이 없고 즐기는 이가 없는 음악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클래식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가 일본의 사례다. 한때 일본은 수많은 클래식 공연장과 페스티벌이 개최됐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고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공연장 운영이 어려운 사태까지 발생했다. 국내 관객도 이미 대부분 5060 세대이기 때문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클래식계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릴레이로 연주하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11시 콘서트등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클래식 스타들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 출연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손열음이 게시한 방송 소감 / 손열음 인스타그램
손열음이 게시한 방송 소감 /출처 : 손열음 인스타그램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놀면 뭐하니?’의 도전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방송에 출연했던 피아니스트 김광민, 손열음과 지휘자 여자경을 비롯해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MBC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손열음의 연주 영상은 조회수 132만회가 넘었다. 5월 예정인 손열음의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은 매진됐다. 손열음은 방송이 끝나고 개인 SNS를 통해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을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다뤄주고 또 제가 홍보하고 있는 예술의 전당 객석기부에까지 동참해 주신 제작진분들, 감동이었다라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중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중화가 클래식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2년 전 한 언론 간담회에서 클래식의 대중화보다는 대중의 클래식화를 희망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나친 대중화는 상업화를 불러오고 클래식 음악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바탕이 되고 있다.

이어 비전공자인 유재석이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랐다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음악인에게 예술의 전당 무대는 꿈의 무대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무대에 섰다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악기 연주 자체를 폄하하는 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동시에 유명인으로 인한 잠깐의 호기심이 클래식에 대한 진정한 관심으로 이어지겠냐는 회의적 목소리도 있다.

 

방송을 둘러싸고 클래식계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는 클래식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클래식의 본질은 관객과 소통해야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동적인 음악일지라도 함께 즐기는 관객이 없다면 사라지고 만다. 우리 전통문화를 비롯해 그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되며 사라져간 예술은 수도 없이 많다.

이어 클래식의 대중화는 대중음악화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진정한 대중화는 클래식을 가요처럼 변형하고,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닌 대중과 가까워지자는 뜻이다. 클래식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벽은 접해보지 않은대중이 클래식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과 장벽이 크기 때문에 경험도 없이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클래식의 진정한 대중화는 대중과 클래식이 만날 기회를 늘리고, 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이번 놀면 뭐하니?’처럼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명인과의 협업은 좋은 방법이다. 가장 빠르게 대중과 만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이 SNS를 통해 연주 영상을 공개하거나 소통하는 모습도 대중과 거리를 좁히는 데에 의미 있는 행보다.

관객 없는 예술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예술도 결국 시장과 경제 논리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수익이 없으면 공연은 개최될 수 없고 결국 언젠가 사라지게 된다. 즐길 거리가 쏟아지는 요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중을 찾아 나서야 한다. 대중이 알아서 찾아오길 기다리기만 해서는 그 어떤 예술도 살아남을 수 없다. 클래식계의 보다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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