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모임 속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인터넷 트롤링'
온라인 모임 속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인터넷 트롤링'
  • 김창현 기자
  • 승인 2020.04.0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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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난입, 개인정보 유출, 음란물 유포...

온라인 모임 늘어나며 '인터넷 트롤링' 급증

자료: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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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창현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든 모임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요즘, 초대받지 않은 제3자가 온라인 모임에 난입해 훼방을 놓는 '인터넷 트롤링(Internet Trolling)'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트롤링'은 사이버 공간에서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어그로' 혹은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인터넷 폭력은 이전부터 골칫거리로 여겨졌으나, 최근 온라인 화상 모임이 증가하고 이를 방해하는 '인터넷 트롤링'이 다시금 국제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롤링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어떤 행동들이 '인터넷 트롤링'으로 분류될까. 해외 연구와 학회지에 따르면 트롤링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개인 또는 단체를 소외시키고 비방하는 그리핑(griefing), 모욕·조롱·욕설 등 언어폭력을 의미하는 플레이밍(flaming), 익명의 다수가 특정 대상을 공격하며 관련 게시물을 도배하는 등 온라인 상 습격 행위를 뜻하는 레이딩(raiding)이다.

이 세 가지의 유형 외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고의적으로 다른 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며 건전한 소통 문화를 저해하는 행위는 '인터넷 트롤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인터넷 트롤링'은 단순한 재미를 위한 장난부터 상대를 실제로 위협하는 행동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인터넷 트롤링'을 하는 이유를 두고 영국 랭커스터대학의 클레어 하드데이커(Claire Hardaker·39) 박사는 "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며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다수의 '인터넷 트롤'은 다른 이들의 고통에서 기쁨을 얻는 가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만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급증하는 화상회의 트롤링, '줌바밍'

최근 '인터넷 트롤링'이 뜨거운 감자가 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접촉의 필요성이 급증하며 화상 앱과 같은 온라인 사회 연결망 서비스 사용자도 함께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줌(ZOOM Clound Meeting)' 화상회의 서비스는 전 세계 하루 이용자가 2억 명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WIZEAPP)에 따르면 국내 줌 사용자는 지난 1월 3만 명, 2월 18만 명에서 3월 187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월 대비 사용자가 939%나 오른 것이다.

자료: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자가 급증한 앱 / WIZEAPP
출처 :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자가 급증한 앱 / WIZEAPP

화상회의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이와 연관된 문제들도 연이어 발생했다. 줌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회의에 들어와 '화면 공유' 기능으로 음란물을 유포하는 등 '화상회의 트롤링'이 시작된 것이다. 줌 회의에 난입해 소란을 피우는 트롤링 행위를 두고 '줌바밍(Zoombombing; ZOOM과 폭격을 뜻하는 bombing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줌바머(Zoombomber; 줌바밍 행위를 하는 사람들)들은 대학 온라인 강의부터 기업 회의까지 모임의 규모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일례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은 온라인 수업 중 줌바머들이 들어와 인종차별적이고 선정적인 발언을 쏟아내어 수업을 중단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음식점 브랜드 치폴레(Chipotle)의 경우 미 유명 가수와 함께 화상 통화를 하는 '치폴레 행아웃' 행사 중에 줌바머들이 입장해 음란물을 공유하며 행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사건 발생 당시 몇백명이 넘는 인원들이 해당 온라인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화상회의 속 '인터넷 트롤링'이 극심해지자 화상 서비스의 취약한 보안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시 교육당국은 온라인 수업 중 일어난 '줌바밍' 사례를 지적하며 "가능한 빨리 줌 사용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5일 밝혔다. 뉴욕시는 줌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를 사용할 계획이다. 대만 또한 지난 7일 세계 최초로 정부기관 내 줌 사용 전면 금지를 선언하며 학교 온라인 수업에도 줌 사용을 금지했다. 

화상 앱의 주요 사용자인 대학생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생 A씨(23·여)는 "많은 국내 대학들이 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최근에 줌 해킹과 관련된 뉴스를 많이 봤다"며 "우리 학교도 줌이 아닌 보다 안전한 플랫폼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생 B씨(24·남)는 "뚫린 보안도 문제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인터넷 트롤을 뿌리 뽑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전했다.

 

트롤링, 이렇게 대처한다

'무관심이 답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터넷 트롤링' 대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랭커스터대학의 하드데이커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트롤링에 반응을 해주면 가학적 즐거움이 더 커지기 때문에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 트롤링' 발생 시 스크린샷으로 기록해 사이트 관리자에게 신고하는 것 또한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줌바밍과 같은 화상회의 트롤링의 경우 예방이 최선이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화면을 공유할 수 있는 화상회의의 특성상 '인터넷 트롤'이 한번 난입하면 충돌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예방법으로는 화상회의 방에 매번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회의 링크를 SNS와 같은 공개적인 곳에 공유하지 않는 것 등이 있다.

전 세계가 '인터넷 트롤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요즘이다.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앞둔 한국도 줌바밍과 같은 트롤링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 차원의 예방 노력을 지속하고, '인터넷 트롤'을 만날 경우 당황하지 말고 무관심으로 대처하며 충돌을 최소화해야 하겠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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