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실효성 주목
쏟아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실효성 주목
  • 김혜진 기자
  • 승인 2020.04.24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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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근절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는 한편 실질적 대책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폭증하는 디지털 성범죄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10년 동안 디지털 성범죄가 무려 23배나 증가했다. 전체 성폭력 범죄 중에서는 24.9%나 차지했다. 성폭력 범죄 4건 중 1건이 디지털 성범죄라는 말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충격과 고통은 당연히 엄청나다. 불법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의 45.6%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 중 19.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더 큰 문제는 범죄에 가담하는 10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16일 기준 SNS 이용 디지털 성범죄 단속으로 총 309명이 검거되었는데, 이 중 94(30.4%)10대였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공범으로 검거된 부따강훈도 2001년생으로 만 18살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10대에게 성범죄가 놀이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10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 기기, 온라인 공간에 친숙하다. 그 친숙함이 온라인 특유의 익명성과 결합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이 중대 범죄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정책연구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우려를 표하며 성착취가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놀이 문화로 인식할 개연성이 있다라며 “(성착취물 가담자들을) 엄벌해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성과 여성 사이에 관계를 맺는 방식이나 섹슈얼리티 관점에서 사회를 보는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굉장히 아쉽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백광균 판사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20181월부터 20194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디지털 성범죄 특히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와 관련한 사건은 164건이다. 이 중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실형을 받은 비율은 10% 수준인 반면 집행유예는 41%, 벌금형은 46%에 달했다.

구속수사 비율도 매우 낮다. 2018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의 운영 실태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입건된 후 구속수사를 받는 비율은 2.1에서 2.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의 은닉·폐기·2차 유포 등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쏟아지는 근절 대책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끔찍한 행위와 규모가 밝혀지면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n번방 가입자의 신상 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에는 500만 명 이상이 동참했고, 정부도 n번방에 대한 엄정 대응은 물론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제도 개선·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특히 이례적으로 청원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원 답변을 진행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박사방사건은 아동·청소년·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잔인하고 충격적 범죄라며 “‘박사방의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 및 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경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적 분노가 쏟아진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420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 판결에서 선고된 양형보다 높은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판례보다 무거운 처벌을 내릴 뿐 아니라 유사 범죄에서 권고되는 형량의 범위보다 무거운 양형 선택을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도 민관합동 논의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성범죄물 제작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되고, 법정 형량도 상향된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해서는 형량의 하한을 설정한다. 또 구매죄를 신설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하더라도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유치원 및 초··고 예비 교원이 성범죄 관련 형사 처분 이력이 있을 경우, 교원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단순 결격 사유로 작용했다면 이제 교원 자격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어 범죄수익에 대한 제도도 강화한다. 기소 혹은 유죄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또 기업화되고 있는 관련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은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신설할 방침이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가동해 상담·수사지원·2,3차 유포 추적 및 삭제 등을 상시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영상물 삭제를 위해 거쳐야 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절차를 단축, ‘선삭제, 후심의원칙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비교적 빠르고 적극적인 대책에 대해 반기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한편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연대,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등의 시민단체가 모여 구성한 텔레그램 성착취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424일 논평을 내고,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대위는 모든 성착취물의 구매와 소지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재생과 같은 수요 행위도 처벌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가 아동과 청소년대상 범죄에 집중한 것도 지적했다. 공대위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다양한 연령대에 분포함에도 불구하고 아동 청소년 피해자를 과잉 대표화해 엄벌 대책을 수립한다면, 아동 청소년을 벗어난 직후의 17세 이상, 20세 이상 여성에 대한 성적 이미지 취득·유포·협박·수익마련은 더 쉽게 가능한 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과 청소년에 집중해있고, 유포 협박 등의 내용이 제외되어 있는 등 아쉬움도 있다. 무엇보다 실질적 시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서 가장 빠르고 철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 피해 영상물 삭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 의무가 존재해왔다. 그러나 영상물이 제대로 삭제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이와 관련해 공대위는 최근 한 1심 법원 재판부는 웹하드 사업자에 대해 드넓은 온라인 바다에서 모든 것을 살피고 삭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업자에 대한 유포 방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빨리 다양한 정책과 대책을 마련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실효성과 보완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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