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돋보기] ② 잘 먹는 것이 곧 콘텐츠, '먹방'은 왜 유명할까
[콘텐츠 돋보기] ② 잘 먹는 것이 곧 콘텐츠, '먹방'은 왜 유명할까
  • 김창현 기자
  • 승인 2020.05.0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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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방송'의 꾸준한 인기

그 뒤에는 '혼밥족'이 있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창현 기자 = "음식은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위로다." 미 유명 칼럼니스트 쉐일라 그레이엄(Sheilah Graham)의 말처럼, 음식을 먹으며 울적한 기분을 풀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이 대세가 됐다. 다른 이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는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의 인기가 뜨겁다.

대학생 A씨(24·남)는 최근 '먹방'의 열혈 시청자가 됐다. A씨가 해당 방송을 보기 시작한 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 컸다. 자취방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혼자 밥을 먹다 보니 심심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먹방'을 찾아본 것이다. 이제 A씨의 식탁 맞은편에는 왁자지껄하게 이야기하는 친구들 대신 스마트폰이 놓였다. A씨는 "먹방을 보면 입맛도 사는 것 같고, 적막함도 사라지는 것 같아서 자주 보게 된다"고 전했다.

'먹방'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플랫폼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까지 주름잡는 우리나라의 대표 콘텐츠다. 해외에서도 'Mukbang'이라는 고유 명사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 '먹방'을 검색해 보면 백만 조회수를 훌쩍 넘기는 영상도 많다. 큰 관심을 받는 콘텐츠인 만큼 폭식 조장 등 논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A씨는 말한다. "혼자 밥 먹을 때에는 더없이 좋은 '밥 친구'죠."

 

먹방에서 MUKBANG까지

'먹방'은 2009년도에 개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방송 제작자(BJ)들이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을 보며 시청자가 재미를 느끼는 마이너 콘텐츠 중 하나였다. 직접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음식을 남이 많이 먹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개인 방송으로 꾸준히 팬을 확보하던 '먹방' 콘텐츠는 연예인들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영화 '황해'에서 배우 하정우가 선보인 '김 먹방'이 있다.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이후 여러 공중파 방송에서도 연예인들이 음식을 맛있게 '흡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먹방'은 보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먹방'이 글로벌한 콘텐츠가 되기까지는 1인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의 공헌이 컸다. 극도로 매운 음식이나 10인분이 족히 넘는 양의 음식을 혼자서 다 먹는다는 것은 해외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방송 영상을 보고 이에 대한 반응을 촬영하는 리액션(reaction) 영상들도 등장했다. 일례로 2015년에 FBE 채널(현 구독자 2010만 명)에 유명 유튜버들이 한데 모여 한국 '먹방'을 보고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리액션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 영상은 6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먹방'의 인기를 증명했다. 동영상 제목에 'Mukbang'을 걸고 활동하는 해외 유튜버의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자료: 유튜브 '먹방' 및 'mukbang reaction' 검색 결과 / Youtube
출처 : 유튜브 '먹방' 및 'mukbang reaction' 검색 결과 / Youtube

'먹방' 시청자 수요의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가 2018년도에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먹방'은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조회된 동영상 유형 5위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조회된 콘텐츠로는 유명 가수의 노래나 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커버 영상(8189만 회),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ASMR(3210만 회), 자신만의 생활 팁을 알려주는 how to(1322만 회), 오늘 입은 패션을 소개하는 OOTD(1135만 회), 그리고 먹방(1080만 회) 순으로 집계됐다. '먹방'이 쟁쟁한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먹방 그리고 나홀로족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먹방'을 보는 것일까. 다이어트를 위한 대리만족, 단순 재미,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먹방' 인기의 이면에는 1인 가구 증가가 있다고 말한다. EBS는 '1인 가구와 방송 트렌드 변화(2014)' 특집보고서에서 "혼자서 식사를 하는 1인 가구가 많아짐에 따라, 역으로 '먹방' 등을 보며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밝혔다. 예로부터 밥을 같이 먹는 문화 속에서 '함께'라는 정서가 내제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어도 '먹방'을 보며 온라인상에서 음식을 나누고 외로움을 달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앞서 본 자취생 A씨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A씨는 "혼자 살게 된지 2년째인데, 편하기도 하지만 외로울 때가 많다"며 "특히 집에서 혼자 밥 먹을 때 쓸쓸한 느낌이 가장 많이 든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랜드모니터 2015 1인 가구 관련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가장 큰 단점'으로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다'(67.9%)와 '매번 끼니를 혼자 먹어야 한다'(52.8%) 등 항목이 상위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이 외로움이라는 것이다. '먹방'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위로가 된다. A씨는 "처음에는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밥 먹을 때마다 (먹방을) 보고 있다"며 "일단 밥 먹을 때 심심하지가 않아서 너무 좋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29.27%를 차지하며, 2035년에는 35.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체 BuzzMetriX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식사'(38.4%)였다. 이는 1인 가구가 '먹방'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음식과 식사에 관심이 높은 1인 가구가 '식사 중 먹방 시청'이라는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며 '먹방'의 주요 시청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먹방' 콘텐츠 시장에게 희소식이기도 하다.

 

먹방 그리고 말, 말, 말

'나홀로족'들의 식사 시간을 책임져주는 '먹방'이지만 부정적 견해도 잇따른다. 주부 B씨(48·여)는 '먹방'을 보고 "(나는) 따라할 수도 없고 따라할 일도 없지만, 몸에 안 좋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유튜버 한다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아는데, 무작정 조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먹는 일도 생길 수 있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18년 7월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확정했으며 "2019년부터 폭식 조장 미디어(TV, 인터넷 방송) 등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먹방 규제'로 불리며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내용이 와전되었음을 밝히며 "먹방 규제를 법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폭식으로 인한 해로움을 알려 방송사와 방송 업체가 자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먹방'을 두고 크고 작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조회수를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먹방'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과, '방송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혹은 '먹방'이 주는 긍정적인 심리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C씨(22·여)는 "나에게는 먹방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먹방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맵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거나 폭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러가지 잡음과 엇갈린 의견에도 불구하고 '먹방'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수단이자 '밥 친구'다. 그리고 이 국제적인 '밥 친구'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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