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콘텐츠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영상의 시대다. 유튜브를 필두로 넷플릭스, 틱톡 등 영상 콘텐츠 플랫폼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대부분이 멈춘 상태에서도 콘텐츠 산업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오히려 ‘집콕’ 문화가 자리 잡으며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가장 성장성 있고, 흥미로운 분야인 만큼 관련 업계로 취업하려는 청년들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인력 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청년들의 취업은 쉽지 않다. 가장 트렌디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무능력’을 중시하지만, 인턴 등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무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청년들은 트렌드를 주도하고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축이다. 소비자로서도, 기업 내부 인력으로서도 그렇다. 2030 젊은 인력이 없는 기업은 오래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로서의 청년을 사로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청년이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의 청년이 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좋은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 4월, 콘텐츠 플랫폼 페어플레이스가 더팩트와 함께 설문조사 및 좌담회를 열고, MZ세대(1990년생~2001년생) 450명에게 ‘콘텐츠 소비 성향과 취업’에 관해 직접 물었다.
청년, 사로잡을 콘텐츠는?
청년들을 잡기 위해서는 청년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어떤 플랫폼으로, 어떤 콘텐츠를 볼까? 이전 세대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즐겼다. 대부분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의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MZ세대는 다르다. 그들에게는 ‘읽고’ ‘넘기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MZ세대에게 콘텐츠는 ‘영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튜브가 있다.
MZ세대에게 어떤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93%가 ‘유튜브’라고 답했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인스타그램도 75%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었던 페이스북은 34%, 트위터는 13%, 블로그는 3%에 불과했다. 반면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의 대표주자 ‘넷플릭스’가 49%, ‘왓챠플레이’가 15%를 차지했다. 블로그 등이 뒤늦게 영상을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늦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MZ세대를 사로잡은 콘텐츠 유형은 어떤 것일까? 종류는 굉장히 다양했다. 소수의 방송사가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봐야 했던 과거와 달리 1인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유형 자체가 늘어난 덕분이다. 전통적 강자인 예능이 34%, 드라마가 19%를 기록했고, 취미/관심사(15%) - 먹방(12%) - 자기계발(11%) - 일상(10%) 등이 뒤를 이었다.
다양한 유형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제작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인상 깊다. TV 등 전통 매체에서는 시청률을 잡기 위해 대형 스타를 섭외하기 바빴다. 그러나 최근 MZ세대들은 연예인이나 유명 크리에이터가 아닌 일반인들의 브이로그나 취미 콘텐츠를 즐긴다. 좌담회에 참여한 A씨는 “브이로그는 공감하거나 대리만족하려고 보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연예인은 사실 특수 직업이라 그런지 일상이라고 해도 거리감이 느껴진다.”라며 “나와 비슷한 사람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공감하거나 일반인이지만 나와 다른 직업이나 환경에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라고 말했다.
청년, 인재로 성장할 방법은?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누구나’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반인이었지만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며 그러한 인식은 더 강해졌다. 실제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콘텐츠로 성공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 ‘돈’을 벌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1인 크리에이터는 물론 콘텐츠 기업에 취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
2019년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콘텐츠산업 고용구조 변화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콘텐츠 산업의 취업대상자는 13.4천 명이었다. 그러나 구인 인원은 7.6천 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50%에 육박하는 3.7천 명은 경력직 채용이었다. 연간 9.5천 명의 청년들이 과잉공급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력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다. 청년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콘텐츠 분야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56%가 ‘영상 편집 기술’이라고 답했다. 실제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획력(17%)과 콘텐츠 관련 지식(12%), 실무 경험 및 포트폴리오(12%)가 뒤를 이었다. 학벌, 학점이 아닌 실질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MZ세대는 실무역량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서포터즈나 기자단 등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 주최 대외활동이 대표적이다. 절반이 넘는 51%가 경험했다고 할 정도다. 지식을 갖추기 위한 온·오프라인 강의 수강(33%), 콘텐츠 관련 전공(31%)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10%를 기록한 ‘실무 프로그램’이다. 실무 프로그램은 특정 기업에 소속되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를 해야 하는 인턴과 달리 기업으로부터 실무과제를 부여받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맞춰 해당 과제를 해결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특징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용어였지만,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한 인턴도 ‘금턴’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무 프로그램에 참가한 B씨는 “인턴 면접을 보러 갔더니, 실무 경험이 있냐고 물어서 황당했다.”라며 “실무 프로그램에서 현직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체 프로세스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콘텐츠 제작이 나와 맞는지 헷갈렸는데 직접 해보니까 진로를 확정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설문조사와 좌담회를 주관한 페어플레이스 이정윤 대표도 실무 프로그램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다른 산업도 그렇겠지만, 특히 콘텐츠 산업은 직무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해봐야 안다는 것이고, 청년들에게는 그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실무 프로그램은 실제로 채용되기 전에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직무적합성을 테스트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난’과 ‘인재난’을 동시에 겪고 있기도 하다. 기업은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청년은 실무 경험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 인재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구인난과 구직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새로운 인재가 등장하지 못하는 시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청년이 경험할 기회는 기업과 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턴’제도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무 프로그램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