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인권문제] ① - 인종 차별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려면
[영화로 읽는 인권문제] ① - 인종 차별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려면
  • 서지희 기자
  • 승인 2020.07.0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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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점화된 흑인 인권 문제

영화 <그린 북>, <헬프>로 살펴본 미국 내 인종 차별

관심과 문제의식 지니는 태도 필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서지희 기자 =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시름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미국 전역을 흔드는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흑인 차별 문제. 영화를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속되는 흑인 인권 문제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했다. 그가 “숨을 쉬기 어렵다”는 호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데릭 쇼빈(44)은 이를 묵인했다. 미국 경찰의 진압 매뉴얼에 따르면, 상대방의 기도를 막는 행위는 자칫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사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쇼빈은 동료 경찰관이 옆에 있고, 플로이드가 바닥에 엎드린 상황에서 그의 목을 9분가량 짓눌렀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경찰의 가혹행위 사례가 1만 1500건에 달한다. 그중 6650건이 흑인에게 자행됐다. 반면 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백인을 향한 가혹행위는 2750건에 불과했다. 소수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빈번했던 것이다. 플로이드도 이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또한 헌법상 권리로 보장된 ‘공무원 면책권’도 논란이다. 공무원 면책권은 1967년 미 연방대법원이 선의로 법을 위반한 공무원은 면책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선의’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지금까지 검찰은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과잉진압한 경찰관을 기소하기 꺼려했다.

이런 불합리를 목도해야 했던 흑인 시민층의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한번 터졌다. 앞선 2013년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은 미국 내에서 지속되어왔으나 이번 플로이드 살해 사건이 점화점이 돼 전국으로 퍼졌다.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은 미국 50개 주 전역 2천 개 이상의 도시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한 달째 이어오고 있다. 이 시위에는 흑인뿐 아니라 백인, 히스패닉계 등도 참여한다.

이렇듯 흑인 인권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다음 영화 두 편을 보며 함께 생각해보자.

 

 

흑인, 그리고 그들의 동행자 이야기 │영화 <그린 북>, <헬프>

영화 '그린 북' 장면 中 / 출처: 유니버셜 픽처스
영화 '그린 북' 장면 中 / 출처: 유니버셜 픽처스
영화 '헬프' 장면 中 / 출처: 드림웍스
영화 '헬프' 장면 中 / 출처: 드림웍스

영화 <그린 북>은 이탈리아계 백인 토니 발레롱가와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이야기다. 토니는 일하던 직장이 수리 공사를 하는 바람에 단기간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그를 고용하려는 돈을 만난다. 그리곤 그에게 자신의 운전기사가 돼 남부 순회 공연의 동행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토니는 그 여정 동안 미국 내 팽배한 인종 차별 문제를 실감한다. 그리고 그의 행동과 생각도 바뀌어 간다.

영화 <헬프>의 배경도 이처럼 흑인 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다. 백인 가정집의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 여성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 인종 차별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스키터의 만남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부당함을 바로잡으려는 스키터의 의지로 그렇게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터부시 되었던 차별의 부조리함이 민낯을 드러낸다.

 

- 왜 이 영화에 주목하는가? 

두 편 모두 흑인 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흑인들이 감당해야했던 비인간적 차별이 잘 드러났다. 게다가 이 부조리에 저항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주인공의 용기 있는 행동에 영화는 포커스를 맞춘다. 따라서 이를 보며 우리가 이 문제에 어떤 자세로 접근하면 좋을 지 고민할 수 있다.

 

- 일상 속 만연했던 차별

영화 <그린 북>에서 알 수 있듯, 흑인이 머물 수 있는 숙소와 음식점은 제한됐다. ‘그린 북’은 그런 흑인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와 식사 가능한 곳을 소개해준 안내책자다. 돈 셜리는 늘 그 책자를 지니고 다녔고 토니에게도 참고하라 일렀다. 이를 어기고 백인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음식을 시키거나 주점을 가면 늘 거절당했다. 운이 없으면 폭행을 당하거나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리고 역시 백인과는 같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는 <헬프>에서도 잘 드러난다. 폭풍우가 오는 날 흑인 전용 야외 화장실을 못쓰게 되자, 백인 가정집의 화장실을 허락없이 썼다는 이유로 미니는 해고당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안전도 흑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방치로 인해 에이빌린의 아들은 그녀 앞에서 죽어갔다. 또한 경제 불평등은 흑인 차별의 지표였다. 미소비자금융조사 자료에 의하면, 1968년 흑인과 백인 중산층 가구의 평균 자산은 약 10배가량 차이 났다. 50년이 흐른 지금도 그 격차는 여전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평균 순자산은 백인의 10분의 1 수준인 1만 7600달러에 그친다. 

 

- 눈여겨볼 주인공들의 행동은? 

<그린 북>의 토니는 흑인에게 관대하지 않았으나 돈 셜리를 만나면서 변화했다. 돈이 억울하게 수감되자 뇌물로 경찰을 회유해 상황을 모면했던 토니는 영화 후반부에 돈을 내쫓는 식당 매니저에게 일침을 가했다. 돈 몇 푼으로 토니를 회유하려는 매니저 앞에서 인종 차별의 부당한 단면을 고발했다. 그리고 돈 셜리의 속마음을 알고는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 

영화 <헬프>의 스키터는 인종 차별에 문제 의식을 느껴왔다. 이를 알리고자 그녀는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발간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준다. 어려운 시도였지만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관심을 쏟았고 그들에게 진심 어린 시선과 지지를 보냈다. 무엇보다 평소에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했다. 동정이 아닌 그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이해하고 함께 가려 했다. 그녀의 용기와 진심이 차별로 억눌렸던 흑인 여성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마음도 움직였다.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듯, 차별과 억압이 난무했던 시대에도 누군가는 이 문제를 고민하고 이 부조리를 바로잡으려 했다.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이들을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자 동행자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 덕분에 차별의 당연함이 무너지고, 침묵이 깨질 수 있었다.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인권 신장 운동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흑인 인권은 크게 나아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도 인종 차별로 인한 큰 사건이 벌어졌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더 큰 관심과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번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비롯해 이들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모두 토니이자 스키터가 될 수 있다.

 

 

*본 기사는 페어플레이스 FIP한 기자단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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