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고백 #미투, 세상은 달라졌나
충격적 고백 #미투, 세상은 달라졌나
  • 김혜진 기자
  • 승인 2020.07.0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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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고발하기 위한 미투 운동이 촉발된 지 약 2년이 흘렀다. 방송·스포츠·예술·정치계 심지어는 학교에서까지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가 쏟아졌다. 믿고 싶지 않은 충격적 고백이 이어진 현재, 세상은 달라졌을까. 미투 그 이후를 주목해보자.

 

 

미투의 충격

미투는 각종 성범죄를 밝히고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미국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인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적 학대와 성폭행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처음 미투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그러다 2017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행한 성범죄를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SNS‘#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2018년 서지현 검사에 의해 시작됐다. 그녀는 현직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안태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해당 사건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도 밝혔다. 법조계로부터 시작한 미투는 문화예술계와 스포츠계, 정치계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심지어는 스쿨 미투까지 등장했다. 20183,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조직하고, SNS를 통해 교내 성폭력 피해 고발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SNS를 중심으로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폭로했다.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제보에는 교사가 학생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거나 자신의 손등으로 학생의 가슴이나 성기 부위를 쳤다는 등의 충격적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용화여고 창문에는 온라인상의 미투를 지지하는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 등의 포스트잇 메시지가 붙었다. 학교 측은 창문에 붙은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제거하라는 내용의 교내 방송을 실시했으나, 서울교육청에서 스쿨 미투와 관련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2개월의 감사 결과, 서울교육청은 용화여고에 중징계 6·경징계 5·경고 10명 등의 징계를 요구했다.

미투의 여파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흔들렸다. 권력 뒤에 숨어있던 수많은 성범죄자가 비난받고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욕타임스가 2018년 발표한 ‘1년간 미국 내 미투 운동 행적 분석에 따르면 적어도 201명의 남성이 사임되거나 해고됐다. 2018년 노벨문학상 시상이 한 해 미뤄진 것도 미투의 여파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18명의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에 대해 한림원 측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프로스텐손이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미투, 그 이후

이른바 업계 거물부터 스쿨 미투까지 충격적 고백이 이어진 지 약 2년이 흘렀다. 점점 줄어가는 세상의 관심 속에서 피해자들은 계속 싸워왔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해자들이 명확히 밝혀지고,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졌을까.

지난 1,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지난해 1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그는 대법원의 직권보석 결정으로 1년 만에 석방됐다.

 

대한민국 사법부 / 출처: 사법부
대한민국 사법부 / 출처: 사법부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 내는 과정이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해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검사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해야 하고, 상당한 재량을 갖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1·2심에서 인사 원칙으로 제시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에 대해서도 해당 제도가 인사기준 내지 고려 사항의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다 하더라도,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라며 안 전 검사장이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렸다.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배치 위법 여부에 관한 것이었고,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 기간을 넘겨 처벌할 수 없지만, 이미 하급심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라는 점은 인정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 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직권남용죄의 직권재량을 넓히고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라며 “‘가해자가 제도에 위배해 인사를 지시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1·2심 판단이 유지됐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623, ‘스쿨 미투를 촉발한 용화여고 교사 성추행 사건의 첫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은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용화여고에서 재직한 전직 국어교사 A씨였다. 미투가 시작된 2018년 용화여고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18명의 교사에게 해임과 파면, 경고 등의 징계를 내렸다. 특히 파면된 A씨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졌지만, 같은 해 12월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노원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이 나서 진정서를 냈고, 검찰은 추가 보완 수사 끝에 올해 521일 피고인을 기소했다. A씨는 손등으로 피해자의 가슴이나 성기 부위를 치고, 입술로 피해자 왼쪽 볼을 깨무는 등 20113월부터 다음 해 10월까지 5명의 제자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2개월 만에 열린 공판에서 A씨는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그의 변호사는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담임과 제자 관계이고, 공소 사실에 나온 장소들 모두 교실이나 교무실 등 학교 내부인만큼 피고인이 학생들의 학습 훈련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상황이라며 “8년 전 일이고 피고인은 수십 년 (교직에) 종사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신체 부위를 치거나 만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입술로 볼을 깨무는 등 공소 사실에 기재된 행위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판사가 “(부인하지 않은) 다른 행위는 인정하는 겁니까? 나머지 접촉은 기억은 안 나지만 있었을 수는 있다?”라고 묻자 변호인은 “(신체 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강제추행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공판이 열리기 전, 44개 시민 단체는 용화여고 스쿨 미투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손문숙 한국 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팀장은 “(당시) 이슈가 되고 해결하는 척했지만 무엇이 달라졌나, 2년이 지나도록 스쿨 미투는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고소 당사자인 피해 학생도 대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하냐고 했다.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가려는 것이다. 미투가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을까.”라며 다른 방법이 통하지 않아서 발생한 게 미투였다. 새삼스레 두렵고 무거운 마음이 든다. 조금은 지친 그리고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계속 갈 예정이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학교 측에서 징계를 내린 18명 중 단 한 명만이 법정에 섰다. 그리고 그마저도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721일 예정되어 있다.

씁쓸한 현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투로 인해 고발되었던 이들이 아무 일 없었던 듯 사회로 복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사건도 허다하며, 최근에도 곳곳에서 미투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미투

 

최근 동영상 공유 서비스 틱톡(TikTok)’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이 확산 중이다. 피해자들이 붉은색, 푸른색 등의 색소를 통해 가해자들에게 피해 입은 신체 부위를 표시하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우리들이 가해자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생존자이며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라는 자막도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는 미투를 잊었을 수 있다. 그러나 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영화와 문학 등을 중심으로 미투를 기억하고, 세상의 변화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와인스타인 / 출처: 스톰픽쳐스
영화 와인스타인 / 출처: 스톰픽쳐스

지난해 9, 다큐멘터리 영화 <와인스타인>이 개봉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권력형 성 추문의 중심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기록물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굿 윌 헌팅>, <반지의 제왕>, <킬 빌> 등의 제작자로, 아카데미 시상식에까지 영향을 뻗친 할리우드의 최대 권력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2017년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시작으로 그간 자행한 성범죄가 드러났다

그에 대한 의혹을 취재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구성된 영화는 로잔나 아퀘트, 파즈 드 라 휴에타 등 그에게 피해 입은 배우들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특정 사실의 강조나 짜깁기, 드라마틱한 연출 등은 최소화했다. 실제 배우들의 발언, 증언 그리고 그에 대한 자료 사진과 영상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영화를 본 한 관람객은 먼 할리우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가장 가까운 내 주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영화 밤쉘 스틸컷 /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밤쉘 스틸컷 /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그리고 올 7, 미국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의 성범죄를 고발하고 무너뜨린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도 개봉을 앞두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밤쉘>의 배경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행각이 드러나기 1년 전이다. ‘로저 에일스는 미국 대표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의 공동 설립자로서 뛰어난 전략으로 보수층을 집결시키고, 폭스뉴스를 거대 TV 채널로 키운 인물이다. 미디어계 적어도 폭스뉴스 내에서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할 것 같은 그였지만, 2016그레천 칼슨의 성희롱 고소를 시작으로 그동안 행한 여러 성범죄가 드러나며 완벽히 무너진다. 그레천 칼슨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폭스뉴스의 앵커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녀의 소송은 당시 미디어 산업에서 일어난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었다. 그리고 동료 직원들의 증언까지 이끌어내며 로저 에일스를 불명예 사임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영화 밤쉘 스틸컷 /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밤쉘 스틸컷 /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밤쉘>의 각본가 찰스 랜돌프는 단지 여성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남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이야기라며 여성은 그 경험이 무엇인지 알지만, 남성은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목격할지도 모른다. 현재와 미래의 논의를 더 밀고 나갈 방법을 찾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영화에 출연한 마고 로비는 여성, 남성, 보수, 진보 누구에게나 해당되고, 모두가 마주해야 할 문제다.”라며 그 복잡함을 파헤치는 논의를 해나가며 태도를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지은입니다 / 출처: 봄알람
김지은입니다 / 출처: 봄알람

영화 외 주목할만한 서적들도 많이 있다. 지난 3, 안희정 전 충북도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하던 중 상사의 만행을 고발한 김지은 씨의 <김지은입니다>가 그중 하나이다. 그녀는 고발 직후부터 왜 그렇게 여러 번이나 가만히 당했느냐.”, “좋아했던 것 아니냐.”라는 등의 손가락질과 마녀사냥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554일간의 법적 투쟁 끝에 법원의 최종 유죄 판결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가 펴낸 책은 그 길고 긴 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한국 문단에 미투를 촉발한 최영미 시인도 지난 4<아무도 하지 못한 말>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발표했다. 그녀는 9년 만에 발표한 산문집을 통해 미투를 하면서 시작된 투쟁과 승리의 과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우리 사회에서 미투는 해결되지도, 종료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느새 잊히고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새로운 미투가 등장하고 있고, 지지부진한 판결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잊는다면, 다음 세대도 미투를 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투가 우리 역사 속 통쾌한 역전극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문학·방송·영화·언론 등 어떤 형태로든 미투를 기억하고 상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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