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보다 ‘뇌 신호’ 믿는다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수현 기자 = 최근 기업들은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뉴로 마케팅(neuromarket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뉴로 마케팅은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Neuron)과 Marketing(마케팅)을 합친 용어로, 소비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반응 같은 두뇌 자극 활동을 분석해서 마케팅에 접목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의식의 지배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브랜드 상품을 자주 사용 한다든지, 호감이 가는 이성을 보면 저절로 시선이 따라가는 등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즉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서 자신이 끌리는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뇌과학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이것이 바로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뉴로 마케팅의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 이름 속에 숨은 비밀, 기아의 K7
뇌 과학의 최신 기법을 이용하여, 출시될 제품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뉴로마케팅'은 국내 마케팅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아자동차의 중대형 승용차 K7이다. 기아 자동차는 출시하기에 앞서, 국내외 2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으로 조사한 뒤, 추가적으로 소비자의 시선 추적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하여 신차 이름을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알파벳 K와 승리를 뜻하는 7조합에 대해 무의식적 반응을 나타냈고 기아자동차는 신제품 차명을 K7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소비자들은 의식과 무의식에서 K7이란 이름에서 세련되고 혁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렸다.
◆오렌지 색의 유혹, 치토스
‘치토스’로 유명한 펩시그룹의 프리토레이의 뉴로 마케팅도 한 사례로 꼽힌다. 프리토레이는 2008년에 치토스 광고를 제작하면서 실험 참가들에게 치토스를 먹게 한 뒤 뇌파를 측정했다. 과자를 먹다 보면 겉에 양념이 묻어 있어 손이 지저분해지지만 측정 결과, 과자를 집을 때 손에 묻은 끈끈한 오렌지색의 치즈 양념에 뇌가 강렬하게 반응한 것을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더럽고 찝찝한 것을 싫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손에 묻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이후 치토스는 광고뿐만 아니라 제품 포장지도 오렌지색으로 바꿔 출시했다.
◆광고 모델만 기억하는
하지만 뉴로 마케팅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2008년 배우 한예슬이 나왔던 맥주 ‘카스레몬’ 광고가 그 사례이다. 오비맥주는 천연 레몬과즙을 함유한 카스레몬을 출시하면서 ‘짜릿하게 트위스트’라는 콘셉트로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 모델인 한예슬은 오비맥주가 대규모 설문조사를 벌인 후 선정한 모델이었다. 서구적인 외모의 한예슬이 짧은 치마를 입고 경쾌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인터넷 등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광고를 뉴로 마케팅 측면에서 분석하면 좋은 광고는 아니다.
나이키 광고 역시 뉴로마케팅의 실패 사례다. 나이키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마리야 샤라포바와 세리나 윌리엄스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특히 샤라포바는 실력에 미모까지 겸비해 인기가 높았고 나이키는 2010년 샤라포바와 거액의 종신계약을 맺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예쁘고 인기 많은 샤라포바가 더 놓은 광고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샤라포바가 나오는 광고에 대부분 얼굴로 시선이 집중되었고 나이키 로고는 시선을 받지 못했다. 반면, 윌리엄스가 나오는 광고는 샤라포바와 비교했을 때 나이키 로고에 시선점유율이 높았다. 결국 브랜드를 효율적으로 홍보한 광고모델은 윌리엄스인 셈이다.
이미 정들어 버렸다
실제로 뉴로 마케팅을 경험했던 소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OO 씨는 “저는 코카콜라만 마시는데 얼마전 실수로 친구 컵에 있는 콜라를 마시고 펩시 콜라가 더 맛있다고 느꼈어요.(웃음) ‘코카콜라와 펩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직접 경험한 것 같아 신기했네요. 펩시 콜라도 맛은 있지만, 제가 직접 브랜드 상표를 보고 콜라를 고른다면 변함없이 코카콜라를 고를 것 같네요” ‘코카콜라와 펩시 블라인드 테스트’는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두 브랜드의 콜라를 마셨을 때는 뇌에서 두 음료 모두 동일하게 반응했지만 브랜드가 표시된 용기로 시음한 경우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던 실험이다. 결국, 맛 차이보다는 브랜드가 뇌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김OOO 씨는 약국에서 뉴로 마케팅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생리통이 심해 약을 사기 위해 약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생리통 관련 약은 많지만 TV 광고를 통해 자주 본 게보린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소비자에게 제품을 단순 반복 노출하면서 친숙함을 형성해주고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이다.
마케팅 분야에 접목되는 과학기술
뉴로 마케팅은 전통적 소비자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설문 조사와 같은 전통적 조사 기법들은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또한 기업들이 소비자 연구를 활발히 벌이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사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뉴로 마케팅은 인간의 신경학적 인지 과정을 바탕으로 소비자 구매 행동의 메커니즘을 파악한 이러한 시도로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 맞는 제품으로 광고를 만들어 마케팅 비용을 줄여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각인을 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제품이 개발된 이후에도 소비자가 어떤 뇌 반응을 보이느냐를 지속해서 분석해 제품의 성공 가능성과 제품이 어떤 이유로 성공했는지 광고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은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하면 좋을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뇌의 반응은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뉴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생각을 완벽히 읽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뇌파 조사, 시선 추적은 모두 뇌의 흥분 상태 정도만 알려줄 뿐, 사고 내용까지 알 수 없다. 성영신 교수는 “뇌를 완벽하게 읽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뉴로 마케팅은 기존 조사 방법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뇌신경과학 영역은 연구의 성과보다 아직도 규명되지 못한 부분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에게서 나타난 구매 행동패턴을 일반화시키기보다는 기존 마케팅 조사 방법을 하면서 뉴로 마케팅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생체학적 반응을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뉴로 마케팅을 통해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엿보고,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심리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기존 마케팅을 뛰어넘는 뉴로 마케팅
하지만 뉴로 마케팅에 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웠던 소비자의 감정적 반응에 대해 생체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에서 가능성을 지닌다. 성공적인 뉴로 마케팅으로 이끌기 위해서 기업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첫 번째로 리서치 방법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뉴로 마케팅은 기존 조사 방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법이기에 뉴로 리서치와 전통적 통합은 각각의 정보가 개별적으로 줄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두 번째, 넓은 네트워크 운영이다. 뉴로 마케팅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과학, 심리학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하여 있기 때문에 연구소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선택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곤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뇌과학과 뇌 측정 도구로 기업들은 소비자의 무의식을 읽는 방법을 더욱 다양화해 뉴로 마케팅은 더욱 발전될 것이다. 연구와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뉴로 마케팅을 기업은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브랜드, 제품에 직, 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