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하는 날은 노는 날?" 심각한 청소년 성교육 실태
"성교육하는 날은 노는 날?" 심각한 청소년 성교육 실태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0.08.15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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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의 실질적인 문제점 

현실적인 대안방안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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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유라 기자 = 남자가 나무면 여자는 무엇일까? 햇빛, 물, 땅 등 다양한 답이 연상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한 성교육 강사가 강의에 활용해 큰 화제가 되었던 퀴즈다. 남자가 나무면 여자도 나무다. 이런 당연한 생각이 놀라움으로 인식되는 사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국내 성범죄가 잇따라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성인지 역량이 지극히 낮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다양한 원인이 공존하겠지만, 기초 성교육의 문제점도 반드시 존재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청소년 성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A 씨(23세 · 대학생)는 "학교 다닐 때 성교육 시간은 그냥 자거나 노는 시간이었다. 뭘 배웠는지 딱히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한다.

2019년 2월에 여성가족부가 전국에 있는 청소년 16,500명(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이 도움 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학년별 성교육 내용이 별로 다르지 않다(34.1%), 교재가 재미없다(18.2%), 기타(15.3%)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성교육 교사가 전문적이지 않다(9%), 성교육 시간이 부족하다(7.2%)로 나타났다. 성범죄 가해자의 저연령화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청소년들의 성교육 문제는 더욱 심각성을 드러낸다. 궁극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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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 아는 내용" 똑같은 과정만 반복

학교에서 성교육은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 내용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배운 걸 다음 학년에 또 배운다. 인터넷 환경이 발달함에 따라 청소년들은 다소 선정적이고 왜곡된 성 정보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들의 성 윤리관에 심각한 변화를 줄 수 있다. 학년은 올라가는데 더 이상 성교육의 질은 향상되지 않는다. 이는 학생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내용만 주야장천 주입하는 꼴이다. B 씨(18세 · 명지고 2학년)는 "학교 성교육은 매번 같은 내용만 반복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과거에만 머물러있는 전근대적 교육 행태  

현재 청소년들은 음란물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더 적극적인 성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진보적인 세대의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기성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만 형식적으로 행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생 발달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학교 성교육을 위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개발하고 보급한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개정된 연도가 2015년 9월이다. 무려 5년 전이다. 또한, 성교육 방송이라며 다큐 영상을 틀어놓고 방치해두는 경우가 있다. 영상 내용은 굉장히 구세대적이다. 자료 제작 연도가 오래되었지만 이후 개정이 없는 채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로부터 '성교육 강사의 자질 및 역량 미달'을 외치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정규 과목 미적용에 따른 부작용 

성교육은 '보건' 혹은 '기술과 가정' 과목 시간에 실시하거나 자율학습 시간에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가르친다. 초등학교에서는 조기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해 비교적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성교육 시간의 빈도가 점점 줄어든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보건' 과목은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보건 과목을 아예 도입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정규 과정에서 성교육을 배우기보다는 자율 학습 시간을 활용해 형식적인 성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그 시간에 자습을 하거나 잠을 자는 등 교육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 허다하다.

 

성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상반된 반응 

일부 성교육 강사는 기성 교육 방식을 탈피하고 조금 더 청소년이 궁금해할 만한, 필요로 하는 지식 위주로 교육하고자 방식과 내용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너무 적극적인 성교육은 일탈의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라며 반발한다. 실제로 지난 7월 6일, 모 고등학교 교사가 '콘돔 끼우기 시연' 교육을 하려고 했으나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로 관련 수업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학부모 측은 "콘돔과 바나나까지 준비하면서 자세하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성폭행을 부추길 수 있다"라고 했다. 해당 교사는 "자세하게 성교육 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가 학부모 지적을 수긍해 수업을 취소한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C 씨(57세 · 학부모)는 "노골적인 성교육은 아이들을 더 부추기는 것 같아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D 씨(48세 · 학부모)는 "오히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매번 똑같은 영상만 틀어봤자 학생들은 보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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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방안은?

성교육은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 시기에 매우 중요하다. 사방에 떠돌아다니는 왜곡된 매체로 접한 얕은 지식은 실제로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끼친다. 2020년 현재, 공교육에서의 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첫 번째는 학생들의 흥미와 공감을 이끌 수 있도록 현재 이슈나 실제 사례를 들어 교육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항상 똑같이 반복되는 피상적인 내용은 현실감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B 씨(18세 · 명지고 2학년)는 "성폭력 예방 등 범죄 예방에만 초점을 둔 성교육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라며 "최근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을 학교 성교육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해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차별의 눈길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교육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성 키워드를 통한 교육으로 변해가는 사회에 알맞은 내용을 가르쳐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또한 강사는 학생들 개개인의 성 지식을 파악하고, 그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획일화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면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루하기 마련이다.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시대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할극, 토론, 체험 등이 있다. 강의나 동영상을 일방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교육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생생하고 자세하게 가르칠 수 있고 학생 입장에서는 더 기억에 오래 남는 등 실질적인 학습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캐나다는 역할극을 통해 위험 상황 대처법을 익히는 등 적극적인 성교육을 실시한 결과 10대의 임신율을 낮췄다고 알려져 있다. 

세 번째는 가해 예방 교육도 실시하는 것이다. 피해 예방에만 그친 소극적 의미의 성교육을 넘어 청소년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최근에 많이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피해 예방법만 가르친다는 점이다. 'N번방 사건'과 각종 '성소수자 혐오 사건' 등에서 느낄 수 있듯, 청소년도 충분히 성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피해 예방과 가해 예방 교육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러한 행위도 가해가 될 수 있으며 만약 문제가 되는 행동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 선생님 혹은 상담사 등에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가정에서도 부모가 직접 성교육을 하는 것이다. 공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낯부끄럽다', '어차피 학교에서 다 해주는데'라는 이유로 자녀의 성교육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가족 간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더군다나 성에 대한 것은 부모가 더 확실히 자녀와 소통해야 한다. 부모는 성에 대한 것을 무조건 숨겨서 음지에 두지 말고 자녀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고 건전하고 안전한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소통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성'에 대해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머뭇거리게 만들었을까? 학교 성교육의 시스템 때문은 아닐까? 성교육은 성범죄 사건의 방지, 성 평등 가치관 확립 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성 역할과 행동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서의 제대로 된 성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의 더 적극적인 교육이 행해져야 할 것이다. 꽉 막힌 성교육은 그들에게 더 이상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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