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시민구단, 가능할까?
한국형 시민구단, 가능할까?
  • 강다솜 기자
  • 승인 2020.08.13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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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로 다시 떠오른 시민구단 이슈

한국형 시민구단, 정치재정 독립이 관건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강다솜 기자 = 지난 6월, 상주시의 시장이 2011년 상무 축구단 유치와 함께 예정했던 상주 상무의 시민구단 전환을 포기하면서 시민구단 존립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한국축구에 시민구단이 등장한지 20년이 넘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민구단 창설 혹은 전환을 결정할 때마다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시민구단의 필요성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축구를 즐기는 팬들에게 시민구단의 개념은 낯설기만 하다.

 

시민구단의 의미

시민구단은 보통 연고지의 시민에게 공개 주식 매매를 하거나 협동조합, 지방정부의 출자 등의 수단으로 자금을 모아 창설한 구단을 말한다. 연고지의 지방정부에게 재정적 지원을 받기도 하며 연고지의 기업에게 광고를 유치하는 형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시민구단 혹은 도민구단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연고지의 다수 시민들의 의사로 창단 하는 경우보다는 소수의 연고 시민과 정치인의 결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자체 구단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국내에서는 실질적으로 연고지의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구단 운영이 가능한 상태이고 지방 정부의 지자체장이 구단을 지원할 스폰서를 끌어다 주어야만 원활한 운영이 가능한 구조이다.

현재 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구단은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는 기업구단으로 대기업을 메인 스폰서로 두고 해당 기업이 구단 전반을 운영한다고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축구에서는 시민구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야구의 경우 기본적으로 필요한 운영 비용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에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단을 CCTV로 감시한 일이 밝혀지면서 구단을 해체하고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자는 일부 팬들의 의견이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국내 야구에서 구단에 대한 정서가 축구와는 상이하기 때문에 시민구단에 대한 여론은 큰 영향력이 없는 상태이다.

 

시민구단의 역사

 

한국 축구에서 시민구단의 역사는 1997년 대전 시티즌 창단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향으로 도시민구단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3년 수원 FC가 시청축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되었다. 뒤를 이어 대구FC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새롭게 팀을 꾸렸다. 2005년 경남 FC, 2007년 부천 FC, 2008년 강원 FC가 창단했다. 2010년 상무 축구단이 상주로 연고를 이전한 뒤 광주FC 창단해 상무가 떠난 자리를 메꾸었다. 2013년에는 FC안양이 창단했고 2014년 성남 FC는 기업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다. 2017년 안산 그리너스 FC, 2020년 충남 아산이 군경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K리그에 참여하게 되었다.

국내 축구 리그는 2012년 리그 승강제 도입으로 현재 1부리그인 K리그12부리그인 K리그2로 나뉘어 진행된다. 현재 K리그1K리그2에서는 총 11개의 시민구단이 승격을 위해 혹은 강등을 피하기 위해 치열하게 순위를 겨루고 있다.

 

대표적인 시민구단

출처 : 레알 마드리드 / 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출처 : 레알 마드리드 / 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시민구단의 대표적 사례로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있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살면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문구단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대학생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클럽으로 시민을 의미하는 소시오(Socio)들의 투표로 뽑힌 전문 경영인 격의 구단주가 존재하며 레알 마드리드라는 브랜드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해 운영 자금으로 이용한다. FC바르셀로나의 경우, 축구팬들이 자발적으로 자본을 모아 구단을 창설 및 운영하고 있다. 구단의 회장도 6년에 한번씩 팬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투표의 자격은 18세 이상의 가입 경력 1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이밖에도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등이 팬이 주주가 되어 운영에 관여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비교해 국내의 경우는 도시민구단의 역사가 비교적 짧다. 도시민구단의 창단 과정 또한 다르게 흘러왔다. 기존의 축구 인프라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고지 혹은 팬들의 지지를 얻어 하나의 팀이 만들어지기보다는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시민구단 창설을 추진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동의를 얻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으로 한국 축구에서 도시민구단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월드컵 직후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로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민구단이 생겨났다. 축구 열풍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미국식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만나 도시민구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는 유럽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게 시민구단이 유지되고 있다. 팬과 시민이 구단의 주주로 운영에 관여하는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지자체가 운영의 주체가 되고 지자체장, 즉 연고 도시의 도지사나 시장이 구단주가 된다. 실질적인 구단의 운영 또한 지방정부가 맡고 있으며 재정적 지원과 후원까지 지자체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막대한 중계권료와 스폰서 수익, 선수들의 이적료 수익, 유니폼 판매와 같은 마케팅 수익 등의 탄탄한 수익구조로 지방정부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독립적인 운영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지자체와 구단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비판과 도시민구단의 재정적 자립의 필요성은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와 경남FC(이하 경남)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은 2004년 창단해 이듬해 리그의 준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의 신선한 바람이 되었고 시민구단의 성공신화 그자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고 2012년 선수단의 임금 체불과 전지훈련 공금 횡령과 유용 등의 논란에 휩싸이며 시민구단이 가지는 재정적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경남의 경우는 심판매수 혐의와 외국인 선수 계약 과정에서 공금을 횡령, 구단 고위 관계자의 월권 행위 등이 밝혀지며 필연적으로 지자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민구단의 병폐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굵직한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 이외에도 대다수의 시민구단이 임금 체불과 자본잠식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상주시의 시민구단 전환 포기 선언

출처 : 상주 상무 홈페이지
출처 : 상주 상무 홈페이지

 

시민구단에 대한 논란은 최근 상주시가 상주 상무의 시민구단으로 전환을 포기하면서 재점화되었다. 상무는 프로축구선수들이 선수생활을 지속하며 병역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군경팀이다. 2011년부터 상주시를 연고로 뛰었지만 2020년 올 시즌을 끝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상무의 연고 이전은 프로축구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다. 이에 상주시는 상무가 떠난 자리에 시민구단을 창단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622, 재보궐선거로 선출된 강영석 상주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구단 전환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5월 상주시민축구단 전환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공청회 개최 등의 단계를 밟고 있던 차라 이 기자회견은 축구계에서 논란거리가 되었다. 강 시장은 시민구단 전환이 상주 상무 축구단의 유치 조건이었음을 많은 수의 시민이 알지 못했다. 시민구단으로 전환을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이다.”라며 전환 포기 배경을 밝혔다.

강영석 상주시장의 기자회견이 열린지 한 달 뒤인 723, 상주시민프로구단의 신봉철 대표이사를 비롯한 5명의 이사가 동반 사임했다. 신 대표는 강 시장의 일방적인 시민구단 전환 포기 담화문은 시민프로축구단으로 전환을 위해 10년간 준비해온 구단과 이사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주의 시민구단 전환은 상무 축구단의 이전 연고지였던 광주 상무가 광주FC, 안산 경찰청 축구단이 안산 그리너스로, 아산 경찰청 축구단이 충남 아산의 뒤를 이을 사례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주시의 이번 결정으로 군경팀 유치가 장기적으로 국내 축구 저변 확대에 기여함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기록될 기회가 사라지게 되었다. 재보궐 선거로 당선 된지 2달 밖에 되지 않은 시장의 독단적인 행보로 하여금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었던 시민구단이 정쟁의 도구가 되는 부작용을 반증하게 되었다. 또한 구단의 창단을 주도했던 지자체장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구단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짙어지게 만들었다.

 

한국형 시민구단, 필요성과 방향성

현재 국내프로축구리그인 K리그는 2002년 이후 양적 팽창과 이에 따른 승강제 도입으로 현재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1부리그인 K리그12부리그 K리그2는 총 22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 중 시민구단의 수는 11개로 리그의 절반을 차지한다. 결국 시민구단의 존폐 여부는 K리그의 존립으로 연결된다. 자금력을 동원한 기업구단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프로축구 리그 운영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계속되는 시민구단의 문제점을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도시민구단은 지방세에 의존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도시민구단의 존립 근거와 이유가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존재의 이유가 성적을 위해서인가, 축구단이 연고로 하는 지자체의 여가선용이나 복지 및 행복 증진을 위해서인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곧 재정적 지원의 합리성과도 결부된다. 시민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부리그의 경우 100억원, 2부리그의 경우 최소 4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지방정부의 재정적 독립성이 낮은 상태에서 도시민구단의 정확한 방향성 설정은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상주시의 시민구단 전환 포기 발표에서 상주시장은 전환 포기 결정이 상주시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정부의 재정 독립성이 낮은 상태에서 들어가는 경비에 비해 수입이 크지 못한 프로축구단을 국민혈세로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축구산업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지적한다. 프로스포츠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여 유럽과는 다른 역사를 기초로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민구단의 긍정적 미래를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 자립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여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동시에 정치적 논리가 아닌 축구 그 자체로 인정받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건강한 축구 시장을 위해서 한국 축구를 받치고 있는 시민구단이 더 이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견제방법을 마련해 한국형 시민구단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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