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때... 파업하는 의사들, 대체 왜?
하필 이때... 파업하는 의사들, 대체 왜?
  • 김다영 기자
  • 승인 2020.08.21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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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醫·政 '양보 불가'
‘적정 의사 수’ 논쟁, 평행선을 달리는 醫·政
의료계 “정책 부작용 우려” vs 보건의료단체 “한 발 더 나아가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종합병원 전공의들이 21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다. 파업을 주도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업무에서 손을 뗀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의협)도 26∼28일 2차 집단휴진을 예고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심각한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醫·政 '양보 불가'

의료계가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의사 정원 확대’라는 민감한 정책 이슈가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난 15년간 매해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 의대를 신설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확대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 중증·필수 의료분야 의사(300명) ▲역학조사관, 중증 외상, 감염내과, 소아외과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50명) ▲기초과학, 제약·바이오 등 의사과학자(50명) 등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가 심각하고 기피 전공에 의료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려 충분한 의사 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인구 감소세와 의사 증가율을 모두 고려하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무작정 의사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방 의료기관에 적정 수가를 맞춰주고, 기피 지역과 전공으로 인력이 재배치될 수 있는 정책적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적정 의사 수’ 논쟁, 평행선을 달리는 醫·政

정부는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며, 지역별 의사 수 격차도 심각하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해 OECD 평균인 3.4명의 약 68%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의학 계열 졸업자 수는 7.48명으로 OECD 평균인 12.6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OECD 국가들은 2000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온 반면 우리나라는 줄이거나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2030년까지 의사 76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전공 간 불균형 역시 심각하다.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1명에 달하지만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 1.5명, 경남 1.6명, 경기 1.6명 등은 의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감염내과, 소아외과, 중증외상, 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분야에는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는 이들 분야에 인적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전체 방역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환자가 제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도 높아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전문 분야도 민간에서 자연적으로 수요가 충족되기 어려워 의사 정원 확대를 얘기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 대한의사협회
출처 : 대한의사협회

이에 대해 의협은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만이 아니라 인구감소율, 국토 면적을 고려한 의사 밀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의사 인력은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 전공, 병·의원 유형마다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의료취약지에는 지역주민 수도 적어 병원이 자리 잡기 힘들고 교육, 주거,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해 의사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없애려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더 높은 의료수가를 적용해 주는 등의 유도·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협 관계자는 "(기피 지역이나 전공으로) 안 가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며 ”기피 지역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 변호사, 교사 등 다른 인력들도 부족하다. 결국에는 기피 전공이나 지역을 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핵심은 의료수가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수가 조정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 기피 지역·전공으로 유도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월평균 수입(1,404만 원)은 대도시(1,310만 원)에 비해 높았다. 의사들의 지방 근무 기피 현상이 단순히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의협은 (의료 인력의) 배치 문제라고 하지만 돈을 안 주기 때문에 (기피 지역이나 전공으로) 가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 국장은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시장 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역의사제나 자치의과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실패하지 않았다"며 "현재 취약 지역이나 필수 의료과목에서는 의사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 공공의료를 통해 이를 채워주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정책 부작용 우려” vs 보건의료단체 “한 발 더 나아가야”

지역의사제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어긴다는 주장도 있다. 선발된 지역의사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되며 필수 의료 분야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근무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장학금 환수와 면허 취소 조처가 내려진다. 의료계는 "의무복무 기간 10년이 끝나고 나면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오히려 더 심해질 것"이라며 정책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의협 등은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 부족, 낮은 처우로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 종사하기 꺼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덧붙여 의사 수를 늘리면 과잉진료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직 간부는 "다른 공급자들은 수가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의사들은 의료라는 지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만들 수 있다"며 "의사들은 (소득이 줄어들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비윤리적인 활동을 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에 반해 보건의료단체 등은 정부의 정책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위해 일할 의사를 길러내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기존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늘려서는 지역 공공의료에 헌신할 우수한 인력을 길러낼 수 없다”며 “전국을 3~4개 권역으로 나눠 새로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맞춤형 공공의학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르면 2028년부터 배출될 ‘지역의사’들이 일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의료취약지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계획이 더불어 시행되어야만,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공공성 강화’나 ‘지역 의료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진행 중인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출처 : 보건복지부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진행 중인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출처 : 보건복지부

의료계와 정부 및 보건의료단체의 입장이 상이한 가운데, 지금은 일부 교회에서 집중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의 기로에 있는 국가적 재난 상황인 것이다. 이해관계의 복잡성은 차치하고 당장 이 시점에서 의료계의 집단 반발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달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2%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21일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대전협과 의협의 집단행동을 멈추면 정책 유보와 새로운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의료계가 정책 백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으니 의료계도 한발 물러서서 코로나19 상황을 무사히 극복한 후,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대처하면서 의료인들의 처우개선과 국가 의료체계를 선진화하는 정책을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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