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면 ②
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면 ②
  • 강다솜 기자
  • 승인 2020.08.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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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한 90% 선수들은 어디로?

야구공을 놓지 않기 위해 '연습생' '신고선수' '육성선수'

출처 : KBO 홈페이지
2021 신인 1차 지명선수 명단 / 출처 : KBO 홈페이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강다솜 기자 = 지난 242021년 프로에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딛을 기회를 받는 아마추어야구 선수들이 결정되었다. 한 달 뒤인 921일에는 2차 지명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각 10명씩 총 100명의 선수가 추가로 뽑히게 된다. 통상 드래프트에 참여한 인원의 약 10%만이 프로구단에 정식으로 지명되어 진출하게 된다.

드래프트를 통해 정식으로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육성선수라는 이름을 달고 프로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

 

연습생? 신고선수? 육성선수!

신고선수는 KBO 리그에서 정식 신인 드래트프에 선발되지 않은 선수들을 말한다. 더 정확히는 각 팀별로 KBO에 정식으로 등록한 65명 외의 선수로 신고만 되어 있는 선수를 의미한다. 신인 지명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했거나 소속팀에서 방출된 이후 이적이 이루어지지 못한 선수들이 프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육성선수로 팀에 남게 된다. 2015년 육성선수로 명칭이 변경되기 이전에는 연습생 혹은 신고선수로도 불렸다.

육성선수들은 일종의 비정규직으로 정식으로 등록된 선수들과 달리 계약금이나 계약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육성선수로 입단하게 되면 정식으로 지명받은 신인들과 달리 계약금이 없고 KBO의 최저 연봉인 2,700만원(2020년 현재)도 보장받을 수 없다. 계약금과 안정적 보수, 등번호 선택권 없이 입단한 육성선수들은 매해 51일부터 구단과의 정식 계약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당장 경기에 나가 잠재적인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그 문은 아주 좁다.

각 팀당 육성선수의 규모에 비하면 정식선수로 전환되어 1군 무대를 밟는 선수의 수는 매우 적다. 실제로 202051일부터 825일까지 KBO에 팀 소속선수로 추가 등록된 선수 47명 중 지명 없이 육성선수로 입단해 올해 처음 정식선수로 등록된 선수는 4명에 불가하다. 각 구단별로 시즌을 시작하며 정식 등록한 65명의 선수들 외의 전력은 모두 육성선수로 분류하기 때문에 육성선수 중에는 당장 경기에 뛸 수 없는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신인 선수부상으로 재활 중인 선수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 등록된 47명 중 대다수가 두가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명 없이 순수하게 육성선수로 입단한 흔히 신고선수라고 불리는 육성선수가 정식선수로 전환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성선수들이 야구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육성선수 성공신화 덕분이다. 비록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못했지만 선배들의 성공신화는 1군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다.

 

'연습생' 역사의 시작은 전 빙그레, 현 한화 이글스의 장종훈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연봉 300만원의 연습생으로 당시 신생팀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했다. 정식 선수들의 배팅볼을 던져주기도 하고 불펜에서 포수 역할을 하거나 훈련 후 뒷정리를 하며 첫해를 보냈다. 그러나 이듬해 주전 유격수의 부상을 틈타 1군 자리를 꿰찼고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홈런 타자이자 이글스의 레전드로 평가 받고 있다.

 

입단식도 못 가는 연습생이었는데” - 볼티모어 입단식에서

출처 : LG트윈스 홈페이지
출처 : LG트윈스 홈페이지

현재 KBO 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하며 육성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표적인 선수는 단연 LG의 김현수이다. 김현수는 아마추어 선수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타격 실력을 보였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고 두산에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신고선수로 입단한 첫해 하루에 1000개의 스윙 연습을 하는 등의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잠재력을 인정받아 이듬해인 20071군 무대를 밟게 되었다. 자신을 지명하지 않은 팀들 보라는 듯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성장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으며 2009년 이후 올스타전의 단골 손님이 될 정도로 KBO 스타로 성장했다. ‘타격 기계라고 불리며 KBO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김현수는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0.421의 활약을 보이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미국 야구에 도전했다. 한국인 최초 FA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1년간의 아름다운 도전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김현수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이다.

 

그만하려는 이유보다 계속 해야할 이유를 찾아라.”                                              

출처 : 키움히어로즈 홈페이지
출처 : 키움히어로즈 홈페이지

넥센(현 키움)의 창단 첫 신인왕의 영예와 함께 KBO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수상한 키움의 서건창도 육성선수 출신이다. 2008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6월에 정식 선수로 등록되었지만 1타석만을 기록하고 부상으로 수술하며 팀에서 방출되었다. 이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신고선수 테스트를 통해 당시 넥센(현 키움)에 신고선수로 입단하게 되었다. 신고선수로 넥센에 재입단하고 같은 해 맹활약하며 신인왕과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한번에 품에 안게 되었다. 그의 활약은 한해에 그치지 않았다.

2014년 시즌이 128경기 체제에서 한 시즌 201안타를 때려내며 당시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갱신했다. 이 해는 서건창의 선수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타격왕과 안타왕, 득점왕, 골든글러브, 시즌 MVP를 휩쓸었다. 2016년 팀의 주장을 맡으며 시즌을 시작해 리그 최고의 1번 타자의 모습을 보였다. 시즌을 마친 후에는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승선하기도 했다. 2017년 이후 팀 동료 이정후와 함께 리그에서 손꼽히는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며 KBO에서 뛴 9시즌 통산 0.315의 타율과 0.390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처럼, 야구선수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육성선수로 1군에 자리 잡은 선수들 중 스토리가 없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그 중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선수가 있다. 롯데의 정훈은 2006년 현대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1년 만에 방출 당한 정훈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코치로 일하며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9년 말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후 2010년 정식선수로 전환되며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방출을 경험한, 프로 선수의 길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갈림길에 놓인 선수들에게 정훈의 우여곡절은 큰 희망이 된다. 20208월까지 리그 최고의 1번 타자, 롯데의 해결사 역할을 하며 1987년생, 올해 34살의 운동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의 정훈은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14년 서건창이 그해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비롯한 각종 상을 쓸어담을 때 언론에서 그를 드라마 '미생'에 비유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야구 인생이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능을 꽃피운 그에게 '완생'이라는 평을 내렸었다.

세상에는 많은 꽃들이 있고 그 꽃들은 1년 내내 다른 계절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색으로, 다른 향을 내며 만개한다. 여린 잎부터 화려한 꽃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매일 매일 조금씩 힘을 모은 꽃은 제 시기에 맞춰 봉오리를 터트린다. 계절마다 피는 꽃은 흐르는 세월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한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지금 이순간에도 언제 만개할지 알 수 없는 수많은 꽃들이 한국 야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지명 없이 육성선수로 입단해 올해(8월 25일 기준) 정식선수로 전환된 4명의 선수는 한화의 외야수 김지수, SK의 투수 양선률, 두산의 투수 권휘, 키움의 외야수 변상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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