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다른 새로운 2층 집, 영화 '남매의 여름밤' 주목
기생충과 다른 새로운 2층 집, 영화 '남매의 여름밤' 주목
  • 김혜진 기자
  • 승인 2020.08.3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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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남매의 여름밤>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출처: 네이버 영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혜진 기자 =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 누적관객수 1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윤단비 감독의 첫 장편으로, 여름 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옥주와 동주 남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 자극적인 소재나 연출도 없는 어쩌면 심심한 영화이지만,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코로나19로 메마른 영화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관객을 사로잡은 그 매력을 살펴보자.

 

영화 남매의 여름밤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남매의 여름밤>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남매의 여름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 중 할아버지의 집으로 나오는 '2층 양옥집'이다. 실제 인천의 한 노부부가 50년 동안 살아온 양옥집은 '가족 냄새'를 불러오는 동시에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사실 2020년 현재 우리에게 '2층 집'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기생충> 속 2층 집은 '부'를 중심으로 한 서로 다른 가족 간의 갈등을 보여줬다. 반면 <남매의 여름밤> 속 2층 양옥집은 가족 내부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준다.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날, 옥주는 모기장 안에서 같이 자려는 동생 동주를 내보낸다. 그리고 동생에게 "2층은 내 공간"이라며 소리치고, 1층과 2층 사이 중문을 잠그기 일쑤이다. 동생을 내보내고 중문을 잠그는 옥주의 모습은, 누구보다 가깝다는 가족이지만 '분리되고 싶은' 그의 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모습은 함께하게 된 '고모'는 쉽게 모기장 안으로 부르는 모습과 대비되며 '가족' 내에서의 미묘한 관계와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공간의 분리는 옥주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이 악화되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는 이야기를 나눌 때, 아빠와 고모는 1층에 할아버지를 두고 2층 중문을 닫는다. 1층에서 시끌벅적 같이 밥을 먹던 것과 완벽히 구분되는 장면이다.

중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이 '관계의 단절'을 뜻한다면, 중문을 열고 2층을 올라오는 모습은 '연결'을 뜻한다. 옥주와 동주가 2층에서 크게 싸운 날, 할아버지가 2층으로 올라와 남매를 말린다. 할아버지는 훈계나 설교를 하지 않는다. 동주를 다독이고 가방을 챙길 뿐이다. 그러나 아빠나 고모가 아닌 내내 1층에만 있던 할아버지가 2층에 올라온 모습은 두 남매와 할아버지의 관계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실려 간 밤, 옥주는 밀어냈던 동생 동주와 모기장 안에서 같이 잔다. 가족을 향해 드러냈던 '내 영역'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리고 동주를 챙겨 향한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옥주는 온 식구가 웃으며 밥을 먹는 꿈을 꾼다. 그 속에는 '보고 싶지 않았던' 엄마도 있다. 그때 옥주는 '엄마가 그리워 갓난아이인 자신과 엄마의 꿈을 꾼다'라는 고모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엄마를 향한 감정이 분노가 아닌 '그리움'이었음을 인지한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남매의 여름밤>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출처: 네이버 영화

 

시원한 가을, 추운 겨울과 달리 여름밤은 다채롭다. 더위에 잠 못 들고 짜증이 나다가도,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금세 누그러든다. '2층 양옥집'의 여름밤도 그렇다. 차갑게 중문이 닫혔다가도 금세 다시 열리며 북적거린다.

가족끼리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2층 양옥집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다. '가족이니까' 가깝고, '가족이라서' 멀게 느껴지는 순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 큰 공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체 속에 소개되던 '특별한' 일이 아닌, 가족과의 묘한 감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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