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신, 군화의 고민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하연 기자 =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은 군복무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군대에 가는 시기가 20대 초중반이다. 그러나 이때는 연애와 사랑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 중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군복무를 하는 남자친구와 그를 기다리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처한 남녀를 부르는 단어가 생겨났다. 약 2년 정도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여자를 ‘고무신'(곰신), 여자 친구의 마음이 변할까 걱정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남자를 ‘군화’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곰신과 군화의 속마음을 들어보자.
이제부터 나는 ‘곰신’, ‘군화’입니다.
서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고 애틋한 것이 커플이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에게 군대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지 얼마 안 된 곰신 A씨는 "남자친구가 연락을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며 “기다리는 하루 동안 수십 번씩 감정이 변한다”라고 전했다. 군대에서 일병으로 복무 중인 군화 B씨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며 “최대한 연락을 자주 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자친구의 마음이 식을까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주변 사람들이 곰신군화 커플을 보면 꼭 하는 말들이 있다. ‘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데 너의 아까운 시간을 써?’, ‘여자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너를 기다릴 수 있을까?’. ‘전역하고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어떡하려고?’ 등이 대표적이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곰신군화 커플에게는 맥을 빠지게 만드는 말이다. 곰신 A씨는 “곰신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동정하듯이 말하는 것이 듣기 싫다”라며 “응원은커녕 부담이라도 안 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곰신군화 커플에게는 감정을 조절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군화 B씨는 “서로에게 ‘미안하다’라는 말보다 ‘좋아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하며 지내고 있다”라며 “입대 전에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남은 시간을 잘 견뎌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말상초’ = ‘헤어지는 시기’?
곰신군화 커플들이 가장 많이 헤어지는 시기가 있다. 바로 일병 말에서 상병 초 사이로, 보통 ‘일말상초’라고 말한다. ‘일말상초’라는 말에 대해 곰신군화 커플은 어떻게 생각할까?
남자친구가 상병으로 복역 중인 곰신 C씨는 “일말상초는 연애를 하다 보면 쉽게 겪을 수 있는 권태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때를 힘든 시기가 아닌 서로 극복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군대에서 상병으로 복역 중인 군화 D씨는 “보통 상병은 군 복무를 1년쯤 한 시기”라며 “남자는 군대에 적응되었고, 여자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후라 서로가 지치고 소홀해져 이별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말상초’라는 말을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평소처럼 여자친구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곰신군화 커플은 어떻게 ‘일말상초’시기를 보내고 있을까? 곰신 C씨는 “곰신군화 커플도 평범한 커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권태기를 극복하듯이 대화를 더 많이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랜 시간 사귀었는데, 군대라는 이유로 헤어지고 싶지 않다”라며 “지금 시기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같은 이유로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군화 D씨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대화로 풀고, 대화 시간이 부족하다면 카톡, 문자, 편지 등으로 솔직한 감정을 전한다”라며 “작은 선물이나 많은 애정표현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힘들었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는 행복한 꽃신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드디어 꽃신을 신은 곰신과 꽃신을 신겨준 군화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긴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곰신군화 커플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군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영화관, 놀이공원, 식당 등을 이용해 저렴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그린비2’라는 어플을 다운받아 저렴한 영상통화를 할 수도 있다.
6개월 전 꽃신을 신고 현재 행복한 연애 중인 꽃신 E씨는 “고무신 카페에 가입하여 곰신들끼리 공감대를 활용해 대화를 하며 힘든 시기를 극복하였다”라며 “남자친구가 옆에 없다고 하여 가진 시간을 버리지 말고, 동아리, 어학 공부, 취미생활 등 자기계발을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라고 전했다.
군대라는 것을 사랑의 장애물이 아닌 더욱 행복한 연애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6개월 전까지 군대에 있었던 군화 F씨는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이전까지의 연애가 서툴고 부족한 연애였다는 생각을 하였다”라며 “군대를 통해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곰신군화 커플에게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며, 신뢰가 없었다면 지금의 행복한 꽃신 커플은 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곰신과 군화 커플이 끝까지 행복했다는 해피엔딩만 있을 수는 없다. 헤어지는 것이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잘못이 누구에게 있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단지 군대라는 곳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낯설 뿐이다. 모두에게 낯선 경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