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중계] 인기 연애 콘텐츠로 알아보는 2030 연애 감수성
[연애가 중계] 인기 연애 콘텐츠로 알아보는 2030 연애 감수성
  • 서지희 기자
  • 승인 2020.09.24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과 현실 충돌···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대리만족

‘본인 먼저 사랑하자’ 자존감 지킴이 센서 내재 

츨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서지희 기자 = 콘텐츠의 시대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가 중심 소비축으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내용의 콘텐츠를 즐겨볼까? 여러 콘텐츠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공통 관심사, 바로 연애다. 콘텐츠가 시대를 반영한 거울이라면, 현 시대 연애 콘텐츠에 담긴 감성과 이데올로기 역시 21세기 ‘지금’을 살아가는 2030의 전유물일 것이다. 몇몇 인기 연애 콘텐츠를 통해 이를 들여다보자. 

 

 

환상 속의 그대, 연애

2013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연애혁명’이 웹드라마로 제작됐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다. 공식 팬카페도 있다. 약 4만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현재 연재중인 ‘유미의 세포들’도 마찬가지다. 공식 게임카페에 더해 특별전도 진행중이다. 이렇듯 인기 로맨스 웹툰과 웹드라마는 여럿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1화 캡쳐
출처: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1화 캡쳐

연애 웹툰과 웹드라마에서 로맨스가 피어나는 장소나 계기는 꽤 현실적이다. 버스 정류장, 카페, 대학 캠퍼스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첫 눈에 반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정이 들거나 사랑에 빠지는 계기도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다른 사랑을 하는 모습도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이 그려내는 연애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면 어쩐지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작품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지만, 대게 ‘잘생긴 남학생과 소심한 여학생’ 혹은 그 반대의 모습으로 에피소드를 그려 나간다.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갭(Gap)도 존재한다. 외모, 학력 혹은 재력이라는 형태로 말이다. 주인공이 상대를 위해 준비하는 이벤트는 로맨틱하지만 비현실적인 경우도 많다.

네이버 연재 웹툰 '유미의 세포들' / 출처: 조선일보
출처: 네이버 연재 웹툰 '유미의 세포들'

MZ세대는 학창시절 때부터 웹 기반 모바일 콘텐츠를 많이 접한 세대다. 이러한 경로로 연애 콘텐츠를 쉽게 소비하면서 현실과 거리가 먼 스토리에 익숙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환상에 균열 일자 관찰형 연애 모드 ON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이때 그들은 웹 콘텐츠에서 보았던 연애가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연애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화합해 가는 과정이다. 함께 좋은 추억을 쌓는 과정이지만 그 그림이 늘 아름답고 설레지는 않다. 때로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충돌하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상대를 배려하다가 먼저 지치기도 한다. 애정표현과 설레는 이벤트가 연애의 전부인 줄 알았지만 현실의 연애는 신뢰 형성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다. 그러니 좋으면서도 부딪히고 상처받는다.

연애에 대한 환상을 쌓아 올리기 좋은 환경에서 MZ세대의 연애 관심도는 증가한다. 하지만 ‘욜로’(YOLO)족 성향이 강하고 본인의 행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그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간혹 연애에 있어 소극적 개입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연애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처받으며 감정적으로 손해보는 것은 꺼려지지만, 연애의 장점 중 하나인 설레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관찰형 연애 콘텐츠가 인기다. 연애에 간접적으로 개입은 하되,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서 연애를 경험하고자 한다.

예능 '하트시그널3' 공식 포스터_출처: 채널 A
출처: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3'

예능 콘텐츠 ‘연애의 참견’과 ‘하트 시그널’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됐던 이유다. ‘하트 시그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청자가 세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입주자들의 몸짓과 표정을 읽고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마음을 유추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가리키는 사랑의 화살표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 추리하는 재미를 안겼다. 이를 보며 시청자는 연애의 전 단계인 ‘썸’의 설렘을 간접 체험해 일종의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예능 '연애의 참견' / 출처: kbs joy 홈페이지
출처: KBS Joy 예능 '연애의 참견'

역시나 ‘연애의 참견’ 시리즈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연애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사연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연애를 하면서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고민들이고, 또한 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MZ세대의 공감을 산다. 관찰자 시점에서 타인의 연애를 바라보고 있지만, 본인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보며 마치 내 연애인듯 이에 몰입하게 된다.

결혼 정보 업체 듀오가 조사한 ‘2020 연애와 행복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남녀가 연애, 결혼, 출산 중 가장 기대하는 것은 연애(남 58.6%, 여 55.6%)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 미혼남녀 평균 이성교제 횟수는 최근 4년 간 하락세를 보여왔다. 2017년 3.96회에서 올해 3.25회로 감소했다. 특히 20대의 평균 이성교제 횟수 감소가 돋보인다. 2017년 3.56회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2.61회를 찍었다.

출처: 결혼 정보 회사 듀오
출처: 결혼 정보 회사 듀오

역시 듀오가 실시한 ‘연애 시작이 어려운 이유’ (미혼남녀 총 470명/남 233명, 여 237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혼자가 편해서’가 20.9%를 기록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미혼남녀는 해당 설문에서 연애하고 싶은 순간 1,2위로 ‘내 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 ‘문득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울 때’를 꼽았다.

연애에서 오는 피로는 귀찮고 싫지만, 상대와 설레는 기억을 쌓으며 외롭지 않고 싶다는 2030의 소망이 콘텐츠에 반영됐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썸’의 두근거림에 열광하고, 타인의 연애 고민을 들으며 이를 내면화 하는 그들이다.

 

나 자신을 알고 사랑하자

글로 배운 연애는 옛말일 수 있다. 요즘은 유튜브로 연애를 배운다. 1인 방송 연애 콘텐츠가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다. 듀오가 미혼남녀 총 503명(남 253명, 여 250명)을 대상으로 ‘연애와 유튜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혼남녀 과반(64.2%)이 유튜브 연애 콘텐츠가 실제 연애에 도움된다고 답했다. 같은 대상자에게 연애 유튜브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조사에서는 ‘현실성’(29.8%)과 ‘재미’(25.0%)가 선순위로 꼽혔다. 연애 유튜버들은 연출이 아닌 실제 커플들이 알아야 할 현실적인 조언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접 연애 상담도 해준다. 청년들은 이로부터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 5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연애 유튜버 ‘김달’은 연애 상담 콘텐츠로 인기다. 그는 영상에서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알고 사랑하자’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많은 연애 채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본인을 먼저 알고 자존감을 높여야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2030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연애 유튜버의 대다수가 청년이다. 그리고 이들에겐 MZ세대 구독자가 많다. 높은 자존감과 자기 성찰이 연애 우선 조건이라는 담론이 2030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젊은 세대는 웹 콘텐츠를 소비하며 연애 환상을 쌓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 연애를 마주하고 나서는 관찰형 연애 모드로 전환해 이에 소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다는 식으로 말이다. 한편,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성숙한 연애를 꿈꾸기도 한다. 한동안 자가 연애 심리 테스트, 연애 MBTI 등이 유행이었다. 본인을 더욱 잘 알고 자신에게 잘 맞는 연애 스타일을 파악하려는 청년 세대의 심리가 만들어낸 트렌드가 아니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