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방출된 후 KIA 유니폼 입은 홍상삼
제구 난조 극복하고 올 시즌 필승조로 활약
KBO에서 방출 후 재입단한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지윤 기자 = 지난 시즌이 끝나고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투수 홍상삼이 올 시즌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팀의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고질적인 제구 난조에 발목을 잡힌 홍상삼은 2012년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2013년 9홀드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었다. 지난해 8월에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후 힘든 것을 이겨내고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도 찾아가고 있다. 이번 2020시즌 중 52경기에 출장해 15홀드를 기록 중이다. 2012년 22홀드를 기록한 뒤 8년 만에 두 자릿수 홀드를 올렸다. 지난 6월에는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팀도, 선수도 모두 윈윈효과를 보고 있다.
홍상삼처럼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고 제 2의 야구 인생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KIA 타이거즈 최형우
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2020시즌 KBO리그 역대 6번째로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올해까지 13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치며 꾸준함을 보여줬다. 13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는 최형우 이전에 박한이, 이승엽, 김태균, 정근우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최형우는 2002년 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러나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2004시즌이 종료된 후 방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에 입단하여 외야수로 전향했고, 타격 재능을 살려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다시 입단했다. 이후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타자가 되었고, ‘삼성 왕조’를 이끌었다.
최형우는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 후, 리그에서 손꼽는 좌타자로 성장했다. 올해 다시 전성기급 기량을 보여주면서 올 시즌이 끝나고 있을 FA(프리에이전트) 계약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 시즌 ‘최다 안타’를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
서건창은 2008년 신고 선수로 LG트윈스에 입단했다. 신고선수란 정식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수를 뽑는 방식이다. 선수 각자가 구단의 테스트에 응시해서 합격하면 입단을 하게 되지만 계약금 없이 형식적인 수준의 월급에 만족해야 하며 지속적인 신분 보장도 되지 않는 일종의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LG입단 후 1타석 1삼진만을 기록하고 팔꿈치 부상이 재발, 수술을 하게 되면서 퇴출됐다. 그 후 경찰청 야구팀에 지원했지만 탈락해서 육군 31사단에 일반 병으로 복무를 했다.
복무를 마친 후 2011년에 넥센 히어로즈 신고 선수로 입단했고, 훈련을 통해 우투좌타로 변신했다. 넥센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은 2012년에 신인왕과 골든글러브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201안타를 치며 ‘한 시즌 최다 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MVP 영광을 함께 누렸다.
두 번의 위기 끝에 든든한 ‘뒷문 지킴이‘가 된 NC 다이노스 원종현
원종현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라는 제법 높은 순번으로 LG에 지명됐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맘껏 펼치지 못했다.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LG에서 방출된 원종현은 2011년 테스트를 받고 육성 선수로 NC에 재입단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2승을 올린 원종현은 NC가 1군에 합류한 2013년에도 끝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당시 신생구단이었던 NC에서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원종현은 두 번째 방출위기에 놓였지만 김경문 전 감독의 만류로 팀에 남았다.
2014년 4월 프로 입단 9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원종현은 그 해 73경기에 등판해 5승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6으로 NC불펜에서 꼭 필요한 투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5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도중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중도 귀국했고, 대장암 진단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NC는 시즌 아웃된 원종현을 정식 선수로 등록시키며 의리를 지켰다.
투병과 재활과정을 끝낸 원종현은 2016년 5월 31일 1군 마운드에 돌아왔다. 그 해 54경기에서 3승 3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18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원종현은 올 시즌 56경기 출장해 3승 5패 30세이브 4.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2020시즌 ‘커리어하이‘를 쓰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정훈
정훈은 2006년 현대에 육상선수로 입단했지만 곧바로 방출을 당했다. 이후 초등학교 지도자로 돌아가는 등 선수 은퇴 기로에 놓였지만 2010년 롯데에 다시 육상선수로 입단하면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던 정훈은 2013년부터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으며 경기 출장수를 차차 늘려갔다. 2015년에는 데뷔 첫 3할 타율과 9홈런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015년 2루수로 17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불안감이 노출되었고, 해가 갈수록 입지가 좁아졌다.
하지만 올 시즌 허문회 감독이 부임한 뒤 감독의 많은 신임을 받으며 남다른 노력으로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 공격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고, 수비에서는 1루와 중견수를 오가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방출은 포기가 아닌 재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방출의 아픔을 견디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혹은 본인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제2의 야구 인생을 써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