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왕?" 워커밸 필요성 주목
"고객이 왕?" 워커밸 필요성 주목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0.11.24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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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고객 갑질 문제… 감정노동자 정신건강에 '적신호'

직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 변화는?

올바른 소비자 의식 갖추어야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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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유라 기자 = 지난 18일 전남 영광군 모 아파트에서 택배기사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이 승강기 사용을 금지한 이른바 '입주민 갑질'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일었다.

또한 입주민의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과 관리사무소장, 폭언에 시달리다 결국 형사고소까지 감행하게 된 관리사무소장의 사연 등 근로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하는 사연들이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악성 소비자와 고객 갑질 사건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 중 하나이다. 근로자들은 감정 노동에 시달리며 정신 건강에 타격을 받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워커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워커밸(Woker-Customer-Balance)이란 직원과 소비자 간의 균형을 일컫는 용어로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고충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고객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고객 갑질 사례가 이와 같은 워커밸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유발하는 고객 갑질

출처: KBS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출처: KBS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와 같은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는 주로 감정 노동 종사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들의 정신적 건강까지 위협하는 고객 갑질 이야기를 들어봤다.

 

L 씨(52세 · 자영업자) : 저희 식당에서 서비스 메뉴로 나가는 계란찜이 있어요. 그런데 더 이상의 추가 주문 없이 그 계란찜만 계속 리필하며 5시간을 앉아있는 손님이 계셨어요. 문제는 이런 손님이 너무 많았다는 거예요. 저희 쪽에서 보는 손해가 너무 커서 그날 이후로 리필 횟수를 제한하고 계란찜을 정식 메뉴에 추가했어요. 그런데 같은 분이 며칠 뒤에 오셔서 메뉴판을 던지며 고함을 지르고 욕설과 폭언을 하셨어요. 저희도 먹고살기 위해 장사하는 건데 인격 모독까지 들으니 허탈하더라고요. 

 

K 씨(23세 · 영화관 아르바이트생) : 영화를 다 보시고 나서 재미없다고 환불해달라고 하시는 손님부터 코로나 때문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명부 작성하기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시는 분들까지 굉장히 다양해요. 저번에는 평일 이른 아침에 오신 한 손님이 상영관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극장 느낌이 안 난다며 환불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참고 웃으며 응대해야죠. 

 

L 씨(20세 · 카페 아르바이트생) : 첫 아르바이트라 서툰 부분이 많았어요. 어느 날은 주문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물론 제 잘못이에요. 잘못 주문이 나간 걸 인지하고 바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금방 다시 해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소리를 지르시며 그대로 커피를 매장 바닥에 던져 쏟으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저를 벌레 보듯이 보며 "너 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졌다"라며 소리 지르시고 나가셨어요. 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H 씨(25세 · 공항 지상 직원) : 탑승권 잃어버렸다고 찾아달라고 떼쓰는 손님, 줄 서달라고 했는데 고함지르면서 여권으로 머리를 치는 손님 등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어요. 이건 제 선배가 겪은 일화인데, 기상 악화 때문에 항공기가 결항되는 불상사가 발생했어요. 승객분들께 뛰어다니며 양해를 구하고 있는데 어떤 고객이 선배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어요. 그런데도 기분 나쁜 내색 없이 계속 사과드렸다고 해요. 서비스업 직원이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절대 당연한 게 아닌데 말이죠.

 

 

갑질 예방과 직원 보호를 위한 움직임 

출처: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
출처: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결국 직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 갑질 문제가 지속되며 기업, 국가 등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고객 갑질 문제가 두드러지는 업종이 '콜센터'이다. 과거에는 온갖 폭언, 성희롱에 시달리면서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하며 끝까지 친절하게 웃으며 상담해야 했다. 실제로 2017년 전주의 한 고등학생이 콜센터 현장실습을 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이에 콜센터를 운영하는 많은 회사들은 악성 고객에 대처하기 위해 '폭언·성희롱 고객 상담 거부' 지침서를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상담 중 고객이 폭언과 욕설을 할 경우 경고 멘트를 하고,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도 '블랙컨슈머 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상습적으로 언어폭력을 일삼는 고객의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서울의 민원전화 120 다산 콜센터는 이러한 '전화 끊을 권리'를 통해 악성 전화가 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GS칼텍스는 콜센터 통화 연결음을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와 같이 가족 목소리로 대체했다. 이후 상담원들의 스트레스가 70%에서 25%까지 줄었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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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법의 강제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감정 노동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 규정 입법을 촉구하여 2018년 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사업주는 고객이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혹은 음성을 안내하고, 고객과의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 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 응대 업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직원이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에게 업무의 일시 중단이나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사업주가 근로자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장 곳곳에 '고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욱 친절한 신세계를 만듭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매장 계산대에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당신! 진정한 고객입니다'라는 문구를 부착해 감정노동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고 1년 후인 2019년 11월의 통계를 보면, 아직 별다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감정노동 전국네트워크가 전국의 병원, 백화점 및 콜센터, 정부 기관 등에 근무하는 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성 62%와 남성 42%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상태라고 답했다. 정부는 입법 취지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한 면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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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정신적 건강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직원들의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감정노동 관리사를 60여 명 현장 배치해 직원들의 정신 건강 교육에 힘썼다. 롯데백화점 역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에게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주변인들과 관계 개선에 대한 호응이 매우 좋았으며 심리 상담 서비스 재참여 의사가 87%에 달할 정도로 만족도와 수요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은 감정노동으로 인해 심리적 피로감이 쌓인 직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조직이 나서서 직원의 심리케어를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더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이기도 하고, 소비자이면서 노동자이기도 하다. '고객이 왕'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금전적 대가는 당연하다. 그러나 부당한 행위의 요구와 각종 폭언을 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매너 있는 소비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늘부터 한 번 직원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씩 건네보는 건 어떨까. 진정한 워커벨의 구현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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