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유리의 ‘비혼출산’...우리 사회 반응은?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출산’...우리 사회 반응은?
  • 김다영 기자
  • 승인 2020.11.30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인스타그램
출처 :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인스타그램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최근 일본 출신의 방송인 사유리가 모국인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어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라고 말해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의 재생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그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임신 당시 촬영한 사진과 함께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는 글을 올리며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날 KBS 1TV <뉴스9> 인터뷰를 통해 “산부인과에서 ‘자연 임신이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 (시술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고 비혼 상태에서 임신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리기로 한 것에 대해 “거짓말하는 엄마가 아닌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행복하다”며 “(아이가) 커가면서 본인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게 될 텐데 많이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은 어떨까. 통계청이 최근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20년 사회조사 결과’)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9.5%,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로 나타났다. 2012년 각각 45.9%, 22.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사이 13.6%p, 8.3%p 증가한 수치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69.7%는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8%P 상승한 수치다. 다양한 가족 중 개인에 대한 수용도는 '한 부모 가족의 자녀'(81.2%), '입양된 자녀'(80.4%), '다문화 가족의 자녀'(79.7%) 등으로 조사됐다.

국민 다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에서도 결혼을 ‘인생의 필수 코스’로 여기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임신 사진을 공개한 사유리의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산 소식을 알린 게시물에 6만여 명이 ‘좋아요’를 누른 가운데 샘 해밍턴, 김지혜 등 동료 연예인들의 축하 댓글이 줄을 이었고,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을 용감하게 선두에서 보여줘 고마워요’ ‘응원할게요, 비혼모 파이팅’ ‘멋있어요! 축하드리고 아이랑 행복하게 사세요’ 등 그녀를 응원하는 39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부장제 밖에서도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갖게 됐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를 모두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 등의 이야기다.

반대 여론도 있다. 남녀의 결혼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가정이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 애당초 인공수정 기술이 아이가 생기지 않는 기혼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돕기 위해 쓰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비혼 출산을 위한 기술의 사용이 과연 그 취지와 잘 맞을 것인지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

일부 유럽 선진국이 미혼 상태 여성에게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을 허용치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미혼모에게 태어난 아이의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부작용의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이 주로 언급된다. 이 밖에 정자 기증을 통한 인공수정에서 여성이 원하는 정자를 선택토록 할 경우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우생학적 접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소식이 여론의 주목을 받자 정치권에서도 오래된 ‘정상가족’, ‘제도권 가족’의 틀을 깨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사유리 씨의 출산과 임신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화두를 던져줬다”며 “민법 등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새롭게 나타나는 가족공동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비혼모 출산에 대한 세부적 규정이 없어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불필요한 지침의 수정을 위한 협의 조치에 바로 들어가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침의 보완과 더불어서 제도 개선에 필요한 사항은 역시 국회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한국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인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유리 씨 경우를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 부분(비혼모 출산)에 대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며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험들이 30년간 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비혼 여성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으로 출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비혼 여성이 스스로 선택해 출산의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데 법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며 “선진국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선택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지 국가나 사회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부분은 아니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비혼 출산의 경우 양육 조건이 좋아 아이들의 사회 적응도가 높고 잘 자란다는 보고도 최근에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외국과 문화적·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비혼 여성의 출산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가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이 이사장은 “비혼 여성의 인공 출산은 아직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의사나 수요자의 의도에 따라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윤리지침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유리의 행보로 우리 사회는 비혼 임신, 비혼 출산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하는 논의의 첫발을 내디뎠다. 반대 여론도 상당하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 비혼모 출산 이슈를 공론화할 수 있을 만큼 다양성에 대해 성숙해진 모습이다. 앞으로 어떤 논의와 합의의 과정이 이루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