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임신, 국내서 불법은 아닌데 ‘불가능’해요
비혼 임신, 국내서 불법은 아닌데 ‘불가능’해요
  • 김다영 기자
  • 승인 2020.11.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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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다영 기자 = 방송인 사유리의 출산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비혼 임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그가 방송을 통해 국내에서 정자를 기증받거나 부부가 아니면 인공수정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19일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법적으로 위반 사항은 없다”며 “한국에서도 비혼모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할 때 처벌을 받을 사항은 없다”고 밝히며, 생명윤리법 해당조항 에 ‘배우자가 있는 경우’ 동의를 받으라고 한 것이지 배우자가 없는 비혼 여성의 정자은행을 통한 시술을 막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손대변인은 이어서 정자를 기증받는 절차에 있어 정부의 공적 정자 기증 체계는 정식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 대해서만 지원되는 점, 인공임신 과정에서 드는 비용 역시 공적 지원 절차가 비혼 과정에 대해서는 지원되지 않는 점을 덧붙였다.

그러나 손대변인이 덧붙여 말한 부분이 바로 ‘비혼 출산’ 자체가 불법은 아니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다. 정자 기증 문제와 시술 및 비용 문제, 왜 비혼 여성의 임신에 장벽이 되는 것일까.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국내에는 민간 병원 약 10곳이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난임부부에게만 문이 열려 있다. 비혼 여성 입장에서는 정자 제공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서울 소재 한 여성전문병원은 “정자 기증을 아무나 해주지 않고, 난임부부 중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만 기증한다.”며 “비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관계자는 “기증된 정자는 우선 건강한지 따져봐야 해서 기증자가 오면 정액검사·피검사 등 1차 검사를 한 다음에 정자를 냉동시킨다. 그리고 6개월 뒤에 다시 한번 검사를 한다. 두 번의 검사 모두에서 문제가 없어야 기증자가 된다. 2차 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냉동된 정자는 폐기된다”고 말했다. 개인이 이런 검증 과정을 거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혼 여성이 적절한 기증자를 통해 건강한 정자를 구한다 해도 시술과 비용 문제가 남는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보조생식술(인공수정 및 체외수정) 윤리 지침을 통해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정자 공여시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다. 대부분의 병원들도 자체 규정을 통해 부부 모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보조생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바로 이 지침 때문에 산부인과는 부부나 사실혼 부부만 시술하고 비혼 여성 시술은 불법이라고 말한다. 즉 비혼 여성은 일반적으로 인공수정 등의 보조생식술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시험관 시술은 한 번에 2~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고가의 시술이다. 이는 정부 지원을 받아도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체외수정(시험관 시술)과 인공수정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도 비혼 여성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지원 대상을 국내법상 혼인상태의 난임부부, 사실상 혼인관계의 난임부부로 한정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비혼 여성은 스스로 정자 공여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윤리법을 피해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하고, 인공 임신 과정에서 필요한 고가의 시술 비용 역시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비혼 임신을 ‘시도’하는 것부터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일각에선 비혼 여성의 출산을 허용하기 전에 정자 공여와 난임클리닉 보험 급여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체외수정 시술 지원의 대상을 미혼 여성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아직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비혼 출산은)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지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라며 "정부 차원의 관리 가이드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비교적 폐쇄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심의위원회도 비혼모의 출산 지원 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건부 허용이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비혼모의 난임 지원 허용 여부에 대한 안건은 아직까지 올라온 적이 없다"면서도 "전제조건으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안건으로 올리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유리는 과감한 선택으로 우리 사회에 비혼 임신, 비혼 출산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국내 비혼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기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임신·출산할 권리,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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