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여성=0’ 보여줬던 2020年 여성서사 콘텐츠
‘극-여성=0’ 보여줬던 2020年 여성서사 콘텐츠
  • 서지희 기자
  • 승인 2020.12.2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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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스크린, 웹 넘나든 여성서사 콘텐츠

기존 관념 뒤엎은 여성 캐릭터 주목

여성 연대 가치 보여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컷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컷 / 출처: 네이버 영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서지희 기자 = 여기, 조금 생소한 테스트가 있다. 바로 벡델테스트다. 이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만든 테스트다. 테스트명도 그녀의 이름에서 따왔다. 벡델테스트란 영화 성평등 테스트다. 벡델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두 명 이상 나올 것 △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성 관련된 것 이외에 다른 내용도 포함될 것. 올해는 유난히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여성서사 작품들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작품들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여성 서사란?

서사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시공간에서 인물이 특정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니 여성 서사란 말 그대로 여성의 이야기다. 이야기 속 여성이 꼭 슈퍼우먼일 필요는 없다. 여성이 내외적 갈등을 겪는 이야기도 여성서사다. 갈등을 해결하는 이야기도 그러하다.

 

국내 브라운관 달군 <부부의 세계>

올해 상반기 큰 이슈를 모았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시청률 두 자릿수만 넘겨도 소위 성공한 드라마로 인정되는 요즘, 이는 마지막회에서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독보적 존재감을 뽐냈다. <부부의 세계>는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내면 변화를 감각적으로 보여줬다. 의사로서 성공한 삶을 사는 주인공. 그러나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그녀는 흔들린다. 그리고 철저히 복수를 다짐하며 남편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공식 포스터 / 제공: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공식 포스터 / 제공: JTBC

그렇다면 시청자는 이의 어떤 부분에 매료됐을까. 우선 주인공이 남편의 외도를 응징한다는 스토리다. 주인공의 통쾌한 반격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동정하면서 한편으로는 동경했다. 주인공은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부를 얻은 성공한 여성이다. 그리고 본인의 힘으로 그 능력을 일궈냈다. 복수 역시 본인의 손으로 직접 계획했다. 11년 전 방영됐던 <아내의 유혹>과는 명백히 다르다. <아내의 유혹>의 민소희가 다른 인물의 원조로 탄생한 복수의 화신이라면, <부부의 세계>의 지선우는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부부의 세계>는 여성 연대의 실현을 보여주는 듯했다.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현서(심은우)를 선우가 도왔다. 그리고 현서는 선우 남편을 미행하고 감시했다. 하지만 두 여성 캐릭터의 연대는 끈끈히 이어지지 못했다. 극중 현서 남자친구의 자살로 사건이 일단락되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 받는다. 만약 현서라는 인물이 완벽한 자립을 이뤄 냈다면? 또한 죽음(남자친구의 자살)에 의한 회피가 아닌 명백한 탈출을 드라마가 그려냈다면? 더욱더 강력한 여성 연대의 힘을 목도할 수 있었겠다.

 

해외 브라운관과 국내 OTT관 사로잡은 <와이 우먼 킬>

<와이 우먼 킬>은 2019년 미국 CBS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1960년대, 1980년대 그리고 2019년. 하나의 집을 둘러싼 3명의 여성들이 벌이는 3번의 살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문제적 남편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혼이 아닌 살인을 선택했을까. 드라마는 그 이유와 과정을 추리하듯 보여준다. 미국 콘텐츠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는 이 드라마의 평균 평점을 10점 만점에 7.6점으로 매겼다.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올해 국내에서도 공개됐다. 국내 OTT 플랫폼 ‘왓챠’가 서비스 중이다. <와이 우먼 킬>은 최근 왓챠 시청률 상위 5%에 들었다.

이 역시 여성들이 서사를 이끌어 간다. 모두 사연 있는 캐릭터다. 1960년대 주인공 여성은 우리가 흔히 아는 현모양처다. 사고로 딸을 잃은 슬픔이 있지만 늘 남편을 정성껏 보살핀다. 그러나 우연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그녀는 치밀하게 자신만의 계획을 꾸민다. 1980년대 주인공은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그녀는 호화로운 삶을 즐기는 사교계의 여왕으로 지역 내에서 통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은 동성애자였다. 2019년의 주인공은 일하느라 바쁜 ‘커리어 우먼’이다. 남편은 극작가지만 과거 약물중독에 빠졌었고 몇 년째 돈을 벌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양성애자인 그녀의 다자간 연애를 이해해준다.

'와이 우먼 킬' 포스터 / 왓챠 제공
'와이 우먼 킬' 포스터 / 왓챠 제공

이 드라마에서도 여성 연대의 모습은 보였다. 특히 1960년대 이야기가 그러하다. 주인공은 남편의 내연녀와 우여곡절 끝에 친구가 됐다. 시작은 의도적 접근이었지만 둘은 마음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했다. 에이프릴(내연녀)은 베스 앤(주인공)이 포기한 꿈을 다시 일깨워줬다. 베스 앤은 에이프릴이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지원했다. 에이프릴이 아이 때문에 꿈을 포기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던 이웃 집 여성을 구원했다. 나중에는 둘이 함께 자신들의 남편을 응징했다. 그녀들의 치밀한 계획 하에 말이다.

1980년대 주인공 시몬은 대범한 사랑을 보여줬다. 처음 그녀는 자신에게 저돌적으로 구애해 오는 친구 아들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에 굴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 솔직했고 사랑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갔다. 그리고 남편의 성 정체성을 진정으로 이해해줬다. 의리도 사랑일 수 있음을 느끼고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해줬다. 2019년 주인공 테일러는 남편과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방식대로 남편을 위기에서 구했다. 자발적이면서 능동적인 그녀들의 태도와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스크린 평점 핫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18년 <미쓰백>, 2019년 <걸캅스>에 이어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나왔다. 올해 10월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입소문 좋은 영화다. 10점 만점 중 관객 평점 9.05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약 1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20대, 30대 사이에서 인기다. 현재(2020.12.21)기준으로 박스오피스 21위에 올라와 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세 주인공은 회사의 부당한 비리를 고발하려고 뭉친 여성 말단 직원들이다. 힘없는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지만 알고 보면 야무지고 정의롭고 용감하다. 영화 속 배경은 직장 내 성차별이 심했던 1990년대이지만 영화에서 던진 질문은 이 시대에도 유효해 보인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그려낸 여성 연대는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진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처음에는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이 뭉쳐 진실을 파헤쳐 간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 친구가 만나 조화롭게 공조하는 모습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그들의 동료들도 세 친구들과 함께한다. 여성 뿐만 아니라 일부 남성 직원들도 이에 힘을 보탠다. 개인 간의 연대가 공동체 연대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들의 정직한 싸움은 결과적으로 공동체와 사회의 공익에 일조했다.

 

웹소설 이어 웹툰으로 연재 <하렘의 남자들>

네이버 인기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이 수요 웹툰으로 정식 연재되고 있다. <하렘의 남자들>은 타리움 제국 여황제 라틸이 황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자 후궁들을 들이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궁중 로맨스 판타지물이다. 네이버 시리즈 기준 이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140만 건 이상이다. 지난 9월에는 배우 서예지와 주지훈이 각각 여황제 라틸과 남자 후궁 라나문을 재현해 큰 화제가 됐다.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 포스터 / 제공: 네이버 웹툰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 포스터 / 제공: 네이버 웹툰

<하렘의 남자들>을 본 독자들의 반응은 대개 ‘신선하다’는 쪽이다. 이는 권력관계의 성별을 뒤집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렘의 남자들>은 ‘황제=남성, 후궁=여성’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깼다. 실제 네이버 시리즈에 올라온 리뷰 댓글에는 “남 후궁들이 궁중 암투하는 거 보니까 너무 재밌다”, “남황제가 아니라 여황제여서 더욱 짜릿하다” 와 같은 후기들이 달렸다.

하렘은 이슬람 문명에서 유래한 단어다. 황제를 제외한 외부 남성들이 들어갈 수 없는 여인들의 방을 의미한다. 이는 이후 일부다처제의 이미지로 변질됐다. 현재는 일부다처제 스토리를 다룬 콘텐츠를 ‘하렘물’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하렘의 남자들>은 ‘역하렘물’이다. “경들의 말이 옳아. 황가의 안정은 탄탄한 후계자들에게서 오는 법. 그래서 우선 내 후궁부터 들이기로 하였다. 시작은 한 다섯 정도?” 소설 속 주인공 라틸이 신하들에게 선전포고하는 장면이다. 여러 신하와 후궁을 휘어잡는 여황제 라틸의 카리스마도 극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매력 요소 중 하나다. 중세시대판 ‘걸크러시’다. 여성 독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부분이다. 

 

 

2020년은 유난히도 다양한 여성 서사 콘텐츠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은 해다. 앞으로 나올 콘텐츠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콘텐츠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콘텐츠 역시 역으로 그 시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투명해지고, 진보해 가는 중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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