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되지 않는 아동학대, 변화 없는 이유는?
근절되지 않는 아동학대, 변화 없는 이유는?
  • 이유진 기자
  • 승인 2021.01.07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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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IXABAY
사진출처: PIXABAY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유진 기자 =  2021년 1월 2일,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 양이 입양 후 270일 만에 사망한 것이다. 의사가 내놓은 정인 양의 사망 소견은 소장, 대장 장간막 파열과 췌장 절단, 복강 내 출혈이었다. 의료진은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장기파열이다. 장기가 찢어져 안에 피가 가득 차 배 자체가 썩어가고 있었는데 부모가 이를 방치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은 갈비뼈가 정말 잘 안 부러진다. 16개월 아동의 갈비뼈가 부러진다는 건 무조건 학대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이며 정인 양의 사망원인이 폭력과 학대임을 밝혔다. 

모두를 분노케 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부터 2020년 6월 천안 아동학대 사건, 최근 정인이 사건까지 아동학대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고,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대중은 분노했다. 그러나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근절되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정인이 사건이 방영된지 이틀 후인 1월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3일 만에 1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뿐만 아니다. 법원은 4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정인이 사건의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가 600여 건 제출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인이 사건이 방송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정인아 미안해'를 자신의 SNS에 업로드 하며 어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및 학대 판단건수/ 출처: 보건복지부

이러한 대중의 분노와 관심이 있으니 아동학대 사건이 점점 근절되어 가고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2020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 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며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 처벌, 솜방망이 수준?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지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사건 발생 빈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2020년 5월 29일,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는 아동을 집안 테라스에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다. 프라이팬으로 아동의 손가락을 지지고, 200도 이상으로 예열된 글루건을 아동의 발등에 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욕조에 물을 채워 물고문을 하는 등 심각한 학대를 자행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전 국민이 분노하며 부모를 강력하게 처벌하라 요구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18일, 학대 행위자인 계부와 친모가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받으며 사건은 쉽게 종결됐다. 피고인인 부모의 목소리를 주로 듣는 재판 과정의 한계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국민들이 처벌 강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실형 비율/출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실형 비율/출처: 대법원

창녕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판결은 그나마 강한 수준이었다. 2020년, 아동학대 사망사건 법원 판결 중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1건의 불과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 267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3%이다. 반면 집행유예 선고는 96건(36%)으로 실형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았다. 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 10명 중 단 1명만이 실형을 선고받은 셈이다. 

학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자 국민들은 처벌법을 강화하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사실상 아동복지법 제17조와 아동학대범죄특례법에 규정된 형량은 낮은 편이 아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와 비슷하다. 그러나, 법정에 아동이 출석하지 않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범죄 잔혹성이나 중요도에 비해 관대한 처벌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법률 전문가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직원이나 아이들을 보호 관찰하는 사람들의 객관적인 목소리를 반드시 참고하여 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처벌법의 강화를 넘어 재판 과정의 공정성을 세우고 학대행위자를 제외한 주변인들의 증언을 재판의 중요한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아동학대, 솜방망이 처벌만이 원인인가

지속되는 아동학대의 원인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면 아동학대 관련 처벌법을 강화하는 것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방안이 되는가. 이보다 더 우선되는 문제는 없을까.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는 이유와 솜방망이 처벌 이후에 발생되는 문제점이 무엇일지, 또한 그보다 더 이전 단계인 아동학대 신고접수와 처리 과정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지 알아보았다.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출처: 보건복지부

 

1) 학대 행위자를 가해자가 아닌 양육자로 보는 시선

아동학대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인 것은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부모가 학대행위자인 경우가 76.9%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김영미 아동학대 국선 변호사는 "재판부는 주요 양형요소로 부모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라며 "부모가 주 양육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감옥에 보내면 남은 가족의 생계가 곤란하다던지, 부모에게 양육 스트레스가 있었다던지, 학대행위가 훈육의 일환이었다던지 등의 사유를 모두 감안하다 보니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너무 낮다"라고 말했다. 아동을 학대한 행위자가 부모일 때, 학대 행위자를 가해자로 보기보다는 이후로도 아동을 책임져야 할 양육자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입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동학대 발생의 주원인이며, 재학대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2020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재학대란 '최근 5년간 한 번 이상 아동학대로 판단된 경우'이다. 또한 통계자료에는 학대 사례 10건 중 1건 이상이 재학대로 발생했으며, 재학대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었다. 특히 그중 부모의 재학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94.5%으로 밝혀져 학대행위자를 양육자로 보는 판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2) 최초학대 이후, 학대 가정으로 복귀되는 피해 아동

재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 역시 반복되는 아동학대의 원인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복지시설 아동 인권보호 매뉴얼'에는 학대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로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을 즉시 분리시켜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복지법 제4조 3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을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아동에 대한 '확실한 보호'보다 '신속한 복귀'가 우선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나타난 통계결과를 보면 아동학대 판단 이후 피해 아동을 원가정으로 보내는 '원가정 보호'의 경우가 80.1%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대 행위자가 부모일 경우, 피해 아동들은 판결 이후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계속 집에 남게 되는 것이다. 

재학대 가해자 유형/출저: 보건복지부
재학대 가해자 유형/출저: 보건복지부

 

그러나 문제는 재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재학대 사례는 11.4%로 피해 아동 10명 중 1명은 재학대를 당한다. 또한 재학대 가해자의 94.5%가 부모라는 것 역시 나타난다. 즉, 가정으로 복귀조치 당한 피해 아동은 어떠한 보호 없이 재학대의 두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1월 16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공식적인 절차는 아동 및 보호자의 복귀의사를 확인 후 재학대 가능성과 양육 환경을 점검하고 아동과 보호자가 함께 가정복귀 훈련 프로그램까지 이수하는 것이다. 또한 복귀 전, 심리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같지 않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예정 대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추천서를 쓰면 지자체가 승인하는데 승인할 때 아동과 부모의 상태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승인을 내린다"고 밝혔다.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원가정 보호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현행 제도에 대해 “원가정보호원칙을 따르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아동 학대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창원대 가족복지학과 권희경 교수는 "학대 부모가 다시 학대를 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모니터링, 관리하고 교육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학대 아동이 재학대에 노출되지 않도록 재판 이후 처리와 조치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최초신고 이후 부진한 대응, 확실치 못한 조치

아동학대 신고 접수 처리 과정/출처: 보건복지부

처벌과 사후 조치 개선을 넘어 확실한 예방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껏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과정을 살펴보면 아이가 숨지기 전까지 아동학대 정황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 번 나타났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정인이 사건'은 세 차례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최초 신고 후 부진한 대응이 문제라는 목소리에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학대 부모가 강하게 부인하면 학대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전문성과 많은 경험, 담당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학대 정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전문성이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2주 간의 짧은 교육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전문성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에 대해 강지영 숙명여대 교수(아동복지학과)는 "전담공무원이 전문성을 갖춰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랜 교육을 통한 경험을 갖출 수 있도록 개인의 업무 강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인력을 보충하고, 알맞은 처우로 보상해야 한다며 의견을 덧붙였다. 

 

 

'정인이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여 사회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분노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여 '어떤' 변화를 '어떻게' 추구해야 할지 더욱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그 순간, 잠시 주목하다 금방 사그라지는 일회성 관심이 아닌 공정한 판결과 제도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의 본질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고민한다면 아동학대 근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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