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어쩌다 악당이 되었을까?
플라스틱은 어쩌다 악당이 되었을까?
  • 박현우 기자
  • 승인 2021.01.26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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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853만여t

중국은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하는데 처리방법은 오리무중 

(19일 수원도시공사에서 진행된 탈 플라스틱 운동, 출처=수원도시공사)
19일 수원도시공사에서 진행된 탈 플라스틱 운동/ 출처=수원도시공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현우 기자 = 올 1월부터 환경부에서 진행하는 탈 플라스틱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고고 챌린지이다. ‘고고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거부하'' 해야 할 한 가지를 실천하''에서 따온 말이다. 해당 운동은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 사용 저감을 위해 생활 속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 1가지와 할 수 있는 일 1가지를 약속한 뒤, SNS 태그를 통해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고 챌린지는 사회 각 저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1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소개하는 '고고 챌린지', 출처=환경부 공식 SNS)
1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소개하는 '고고 챌린지'/ 출처=환경부 공식 SNS

1907년 레오 배클랜드가 최초의 상업용 플라스틱을 개발한 후 플라스틱은 장난감, 단추, 틀니 정도의 용도로만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1933년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이 등장하고 포장용 비닐봉지, 플라스틱 음료수병, 전선용 피복재료 등으로 사용되면서 플라스틱은 곧 20세기 기적의 소재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황금기가 지나가고 2020년부터 플라스틱은 전 세계의 악당으로 전락했다. 중국은 '플라스틱오염 관리강화제안'에 따라 올해 11일부터 중국 전 지역에서 발포플라스틱 음식용기 및 플라스틱 면봉의 생산과 판매가 금지시켰다추가로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첨가한 샴푸, 린스, 손 세정제, 비누, 스크럽, 치약 등도 새해부터 생산이 금지됐으며 2023년부터는 판매도 금지된다유럽 연합(EU) 역시 2021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와 빨대 등을 금지 시키고, 202412월 까지 음료 컵이나 식품 용기 플라스틱까지 금지시키기로 제정했다.

한국 정부는 20186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플라스틱 퇴출에 대해 언급하고 최근 고고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폐플라스틱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플라스틱은 없어져야 할 것이 되었을까?

 

(2018년 6월 청와대 공식 SNS 플라스틱 관련 게시글 캡쳐)
2018년 6월 청와대 공식 SNS 플라스틱 관련 게시글 캡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먼저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이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미생물로 인해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스티로폼은 썩는데 500년이 넘게 걸리며 비닐봉지의 경우는 이보다 더 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플라스틱을 인류가 개발한 1907년부터 2020년보다 더 긴 시간으로, 현재까지 인류가 만든 모든 플라스틱은 여전히 지구에 남아 쌓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잘 썩지 않는 폐기물들은 보통 소각이나 매립을 통해 해결하곤 하지만 폐플라스틱은 그 마저도 쉽지 않다. 먼저 폐플라스틱을 소각하는 과정에서는 다이옥신 같은 독성 물질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일찌감치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반대로 매립할 경우 침출수 등의 과정을 거쳐 독성물질이 지하수나 토양으로 흘러 들어가며, 매립 공간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

 

(2016년 크레이그 레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2016년 크레이그 레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A PLASTIC OCEAN' 포스터
/ 출처=네이버 영화

그래도 폐기물로 수집되는 플라스틱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16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원제: A Plastic Ocean) 은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양 생태계에 대해 고발했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20165월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2010년에만 최소 480t에서 최대 1270t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2050년 바다에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비율이 50 50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중 한 장면, 출처=넷플릭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중 한 장면, 출처=넷플릭스

이렇게 자연을 떠돌던 플라스틱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인간 신체에 피해를 끼친다. 197211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플라스틱 잔여물이 혈액에서 발견됐다는 기사가 등장한 후 2020년 세계자연기금(WWF)은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신용카드 한 장 정도 무게인 5g가량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 속 화학 물질들이다. 특히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 등 플라스틱에서 나온 환경호르몬은 대부분의 사람 몸 속에 존재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체내에서 호르몬을 대체해 기능하면서 인간의 생식 기능 저하, 기형, 성장 장애, 암 등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재활용도 안 되는 플라스틱

이러한 플라스틱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한국의 경우는 1991년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하여 과태료를 부과한데 이어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59%로 독일에 이어 세계 2위에 달성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분리 배출 표시, 출처=환경부)
플라스틱 분리 배출 표시/ 출처=환경부

그런데 대한민국의 쓰레기 재활용율은 재활용 시설로 반입된 양일뿐 실제 재활용되는 쓰레기의 비율은 낮다는 비판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3%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즉석밥 용기처럼 혼합 플라스틱이거나 이물질이 섞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플라스틱들을 특별한 구분 없이 모두 같은 이름으로 수거했고, 수거된 플라스틱을 다시 분류한 뒤 재활용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분류 작업은 중국에서 주로 이루어졌으나 중국은 20177월부터 수입 중단을 사전 통보해왔고, 2018년부터 수출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은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해 왔다. 1980년대 자원 부족을 해결하고자 외국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폐기물을 수입해 산업화에 활용하도록 장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중국이 수입한 전체 폐기물 규모는 180억 달러(195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6년 왕구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의 개봉과 함께 중국의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중국 빈곤층의 플라스틱 쓰레기 분류 작업에 대해 고발하며 암스텔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로스엔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 등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2016년 왕구량 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2016년 왕구량 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해당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되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환경오염 및 폐자원 사업의 경제성 문제를 이유로 폐 비닐, 플라스틱 등의 수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수거업체들이 재활용업체에게 넘기는 폐플라스틱 가격은 지난해 1kg350원에서 60원으로 무려 6분의 1 가까이 뚝 떨어졌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재활용하는 가격보다 새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단가가 저렴해졌다.

결국 2018년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 분리배출 품목의 수거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환경부는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에 따른 재활용 폐기물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수거를 거부한 업체들과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냈지만, 최근 코로나 19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자 다시 업체들은 플라스틱 수거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늘어만 가는 플라스틱과 지지부진한 해결책

그러나 플라스틱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150t에서 201936800t으로 약 200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 폐기물이 되는 양은 2016년 기준으로 약 72% 정도인 24200t에 달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 ‘신 플라스틱 경제: 플라스틱의 미래에 대한 고찰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1124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의 플라스틱 의존도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기계협회(EUROMAP)2016년 펴낸 세계 63개국의 플라스틱 수지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5년 기준으로 132.7에 달한다. 이는 170.9인 벨기에, 141.9인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양이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더욱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853만여t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109t(14.6%)오른 수치다. 재택과 거리두기로 음식배달 이용률이 전년보다 75.1% 늘면서 폐플라스틱 배출량도 덩달아 많아진 셈이다이렇듯 눈앞에 닥친 플라스틱 문제에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환경부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자제 홍보 포스터, 출처=환경부)
환경부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자제 홍보 포스터/ 출처=환경부

먼저 정부는 지난해 전체 용기류 중 플라스틱 용기의 비율을 현재 47% 수준에서 202538%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용기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생산 용기류 가운데 플라스틱 용기 생산 비율을 설정해 권고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1회용품 생산·사용을 금지하고 음식 배달용기 두께를 1.2mm에서 1mm로 제한한다. 또 무색 페트병을 의무화해 플라스틱 재활용을 확대한다. 바이오 플라스틱 등 대체제도 마련한다. 원천적으로 플라스틱 발생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쓰레기 문제들은 지지부진하다. 먼저 쓰레기 매립지 선정에서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인천 쓰레기 매립지에 의존하던 서울시는 202010월 열린 시민의 날 행사때 인천이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알리자 비상이 되었다.

서울시는 2019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950t(1일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약 10%)의 일반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보내 묻었다. 해당 쓰레기들이 갈 길을 잃는다면, 이미 현재 서울 내 소각장들도 포화상태에 빠져 반드시 새로운 쓰레기 매립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5년 전부터 새로운 쓰레기 매립지를 검토했으나 혐오시설인 탓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아직도 선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1월 14일부터 4월 14일까지 90일간, 수도권 대체 매립지 공모, 출처=환경부)
1월 14일부터 4월 14일까지 90일간, 수도권 대체 매립지 공모/ 출처=환경부

, 여전히 하루 100톤가량의 재활용 쓰레기가 수집되나 그 중 절반 이상은 그냥 버려지는 상황으로 아직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과 불가능한 물건에 대한 구분도 잘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플라스틱 분리 배출 방법에 대한 정확한 홍보가 부족한 이유도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분리 배출법에 따르면 일반 페트병은 재활용을 위하여 라벨과 뚜껑 등은 사전에 제거를 부피를 줄이기 위해 가장 작은 사이즈로 작게 구겨주어야 한다. 또 스티로품은 이물질 없는 흰색 스티로폼만 분리수거가 가능하고, 볼펜과 같은 작은 플라스틱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는 바로 코앞까지 와있다. 더 이상 단순한 분리배출과 혐오시설 외면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플라스틱 사용과 정확한 분리 배출 방식을 알고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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