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직장인 유튜버, 발목잡는 겸업 금지 조항은 왜?
늘어나는 직장인 유튜버, 발목잡는 겸업 금지 조항은 왜?
  • 이유진 기자
  • 승인 2021.01.28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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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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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이유진 기자 = 유튜브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의 절대강자로 부상하며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콘텐츠 경쟁력만 있다면 누구나 조회수, 구독자 수를 늘려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유튜브를 시작하는 이른바 '직장인 유튜버'가 늘고 있다. 2020년 10월,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 유튜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 이상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운영 이유에 대한 답변 역시 '수익창출'이 36.7%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이 수익창출을 꿈꾸며 유튜버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직장인 유튜버도 꽤 많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직장인 중 29.4%가 수익창출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니 해 볼 만한 도전이라는 게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막상 수익을 창출하게 되자 기업 측에서 겸업 금지 조항을 내세우며 유튜브 활동을 금지하거나 퇴사를 권유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2019년, 직장인 유튜버 '돌디'는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었다. 유튜브 활동을 문제 삼은 회사와의 마찰이 원인이었다. 회사로부터 퇴직 권유를 받아 유튜브 활동을 쉬어야 한다던 그는 결국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후 3개월 만에 돌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업으로 유튜버를 시작한 직장인들이 겸업금지 조항에 막혀 결국 유튜브 활동과 직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자기 일만 잘하면 아무 지장 없지 않나?", "겸업의 기준이 뭔지 말해야지, 그냥 돈 벌면 전부 다 겸업인가?’하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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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겸업금지 조항, 이유는?

그렇다면 왜 기업은 겸업금지 조항을 내세우며 직원의 유튜브 활동을 만류하는 걸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기밀유출에 대한 우려이다. 특히 근로 내용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는 브이로그 콘텐츠는 회사 기밀 사항이 밖으로 새어 나갈 위험이 크다. 실제 카페 근무 브이로그 영상에서는 음료에 들어가는 분말의 종류부터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의 비율까지 공개된다. 업무 중간 카페 머신을 정비하는 과정에서는 머신 모델 번호가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작성 시 제품 레시피 등 영업비밀에 관한 외부 유출은 제한하고 있다"며 "기업 기밀을 노출하는 브이로그의 경우 삭제 요청을 한다"고 밝혔다. 직원의 유튜브 활동이 기업의 기밀을 유출하여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겸업조항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 이미지 손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직원이 자신이 다니는 기업의 조직 문화를 솔직하게 밝히거나 다른 기업과 장단점을 비교하는 등의 콘텐츠로 기업의 이미지가 손상될 위험이 크다. 구독자 23만명에 달하는 '이과장' 채널은 직장 뒷담화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그 과정에서 "직장 상사는 다들 중2병 환자인 것 같다", "이 기업의 장점은 냉장고가 있는 것이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발언이 여과 없이 영상에 담겨 나갔다. 그러자 '이과장'이 근무했던 기업은 "유튜브를 하는 것은 좋지만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낱낱이 올리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준의 모호함, 납득 가지 않는 겸업금지 조항

기업이 직원의 유튜브 활동을 제재하는 이유가 기업 기밀유출이나 기업 이미지 손상과 같은 기업 관련 문제 때문이라면 기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콘텐츠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괜찮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였다.

2019년,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서 '퇴근 뒤 유튜브 활동이 겸업 금지에 해당하는가'를 두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에서 임대사업과 출판ㆍ작곡 등의 창작 활동을 겸업 금지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지만, 유튜브 활동은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직원 A(29)씨는 "유튜브도 콘텐츠 창작 활동인데 안 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업무 내적 이야기가 아니라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들 역시 겸업에 대한 모호한 기준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제시를 요구했다.

겸업금지 조항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은 사기업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은 수익을 창출하는 겸업 자체가 금지지만, 예외 조항으로 본인의 창작 활동에 관해서는 일부 허용된다. 하지만 그 기준이 기업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유튜브 활동을 창작활동으로 인정하는지에 대해 자신이 유튜버임을 밝히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공기업에 다니는 유튜버 B(27)씨는 “유튜브 활동을 회사에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겸업금지 조항으로 개인의 창작 활동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개인의 영역으로 놔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겸업금지, 납득할 만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이처럼 유튜버를 꿈꾸는 직장인의 다수가 납득가지 않는 겸업금지 조항에 부딪혀 고민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유튜브 활동을 무작정 금지하거나, 유튜브 활동 시 퇴사를 권유하는 등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 회사는 되는데 왜 우리 회사는 안돼?’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중 LG전자와 아모레퍼시픽은 비업무시간에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겸직을 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기에 ‘우리 회사’의 겸업금지 조항을 납득하는 것이 더욱더 어렵다. 

사실 겸업금지 조항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사기업 근로자라면 겸업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노무법인 길 권창근 노무사는 "직업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절대권리이므로 직장에서 벗어난 이후의 영리 활동을 금지할 법적 근거는 희박하다"며 "퇴근 후 행하는 유튜브 활동을 딱히 금지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즉, 직원의 입장에서는 퇴근 후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이 법에 저촉되는 일이 아니기에 겸업금지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마트법률 사무소 김찬영 변호사는 “주52시간제와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늘어나는 직장인 유튜버는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회사에 불이익을 끼치지만 않는다면 이는 자연스런 시대적 흐름으로 보아 용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한화기업은 회사 내의 특정 장소를 노출하면 안 된다거나 업무 중 시간엔 촬영이 금지된다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규정하였다.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이라면 직원의 유튜브 활동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영구 노무사 (노무법인 119)는 “회사의 기밀 사항을 노출한다면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지만 단순히 출장 내용을 공개한다든지 회사를 비판한다는 내용이라면 징계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유튜브 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는 회사 기밀 유출 금지에 관한 내용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기업은 직원의 유튜브 활동을 무작정 ‘금지‘하기보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유튜브 활동을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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