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의 시대, 어디까지 왔을까?
배양육의 시대, 어디까지 왔을까?
  • 박현우 기자
  • 승인 2021.01.29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식 판매 승인에 이른 배양육

미래 먹거리 배양육 기술 발전 가속화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박현우 기자 = 드디어 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오른다. 202012,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양육이 싱가포르 정부의 식품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2년간 연구를 이어가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Eat Just), 그리고 싱가포르 현지 업체 시오크미트(Shiok Meats)의 식품 생산 및 판매 허가이다.

배양육이란 배양시설에서 동물의 세포를 키워서 만들어내는 고기를 뜻한다. 배양육 연구는 기업마다 차이는 있으나 보통은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소, 돼지. 닭 등 가축의 줄기세포를 키워서 살코기를 만든다. 이때 줄기세포는 실험실에서 약 6주 동안 영양액과 전기 자극을 통해 근육세포로 분화되고, 추후 염색 및 지방 주입을 통해 배양육으로 완성된다.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처음으로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일 때만 해도 배양육은 먼 미래의 음식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 승인을 통해 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부족, 환경파괴 등의 문제에 당면한 지금, 배양육은 어디까지 왔을까.

 

(네덜란드 기업 '모사미트'의 배양육 사진, 출처=모사미트 공식 SNS)
네덜란드 기업 '모사미트'의 배양육 사진/ 출처: 모사미트 공식 SNS

배양육은 왜 필요할까?

2015, 유엔은 '세계 인구 전망' 개정판에서 2050년 세계 인구를 94~100억 명으로 추정했다. 덧붙여 세계자원연구소는 2050년에는 필요 식량이 2010년대보다 69%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이는 식량 생산의 예상 증가치보다 큰 수치이다.

인구 증가는 심각한 문제이다. 식량 생산, 환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먼저,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아마존 산림의 70%가 목초지를 위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아마존이 자리한 브라질은 1997년부터 2016년 사이 쇠고기 수출이 약 10배 증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수요 증가를 위해 더 많은 목초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양육은 미래의 식량으로 주목받는다.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배양액과 전기 자극으로 만들어지므로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대의 한나 투오미스토 교수팀이 2011년 발표한 논문 배양육 생산의 환경 영향에서 배양육을 만드는 데 들어간 에너지는 기존 축산업보다 평균 55% 적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사용량은 기존 축산업에 견줘 각각 4%, 1%에 불과했다. 한정적인 토지와 에너지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배양육 기술이다.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모습, 출처=브라질 비영리 단체 Imazon)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모습/ 출처: 브라질 비영리 단체 Imazon

배양육 기술이 대중화된다면 축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류의 식량 생산을 위해 축산업은 필요한 업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동물단체들은 꾸준히 공장식 축산업을 지적해왔다.

실제로 2006년 세계 식량 기구(FAO)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 배출하는 세계온실가스 중 1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4년 동물자유연대 조사에 따르면, 암탉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사육 공간은 0.05제곱센티미터 정도다. 이는 약 A4 장 크기 안에서 닭이 평생을 살다 죽어야 함을 말한다. 물론 현재 축산 관계자들은 이러한 공장식 축산업이 식량 수요 증가로 인해 불가피함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배양육 시장이 성장한다면 더 크고 환경친화적인 공간에서 자란 농장 동물들만 고급육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동물자유연대 산란닭 조사 사진, 출처=동물자유연대)
2014년 동물자유연대 산란닭 조사 사진
/ 출처: 동물자유연대

끝으로 배양육은 식품 안전성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물론 20119종의 항원충제, 구충제를 제외한 항생제의 사료첨가가 전면 금지되면서 한국의 축산 항생제 사용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한국 양돈 의사회는 수의사 진단을 통한 항생제 투약이 아닌 농장주가 임의로 남용하는 항생제 및 호르몬제의 오용을 지적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 30종 가운데 무려 18개가 사람의 박테리아 감염 질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배양육은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훨씬 안전한 상태의 고기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실험실에서 생산되어 곧장 유통되는 방식으로 고기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생충, 대장균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에 의해 요동치는 공급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배양육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배양육이 가졌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싼 가격과 시간이었다. 실제로 싱가포르 승인을 받은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도 초기 제품에 100% 배양육이 아닌 식물 단백질과 혼합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3년에 첫 공개된 배양육 햄버거 패티가 당시 32만 달러, 제작 기간 6개월이 필요했던데 반해 20194월 이스라엘 회사 알파 팜(Aleph Farms)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배양육의 가격은 파운드당 100달러까지 줄었으며, 제작 기간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배양육 시장에 대규모 자본투자와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향후 생산비는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맛이다. 고기의 맛은 근육 사이의 지방과 신경에서 나오지만, 배양육이 그런 맛을 일으키는 부분이 없다. 따라서 과거에는 지방세포를 따로 배양하여 배양육에 뿌리는 형태를 취했다. 이는 배양육 제작에 추가 작업이 발생하는 것으로 비용 및 시간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2019년에는 배양육과 지방세포를 함께 생산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미국의 지속 가능 식품 보급 비영리단체인 좋은식품연구소(GFI)는 밝혔다. 실제 비슷한 연구가 이어진다면, 실제 고기와 비슷한 수준의 질감과 맛을 선사하는 배양육이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배양육 기술에 대한 투자도 쏟아지고 있다. 당장 빌 게이츠가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소량의 근육, 지방, 연결 조직을 이용해 고기를 배양하는 배양육 스타트업 멤피스미트에 2017170억 달러(184300억 원)를 투자했다.

그 밖에도 스페인 기업 바이오테크푸즈(BioTech Foods)가 주축이 되어 진행 중인 미트포올(Meat4All)’ 프로젝트,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슈퍼미트(SuperMeat), 앞서 2013년 첫 배양육 햄버거를 만든 모사미트 등의 회사들이 배양육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스라엘의 기업 '슈퍼미트' 배양육을 활용한 음식, 출처=슈퍼미트)
이스라엘의 기업 '슈퍼미트' 배양육을 활용한 음식/ 출처: 슈퍼미트

한국은 배양육 관련 기술 개발이 막 시작되었지만 관심은 뜨겁다. 20207, 한국의 풀무원이 미국의 스타트업과 함께 생선 배양육 국내 도입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 투자로는 작년에 16억을 투자받은 배양육 개발사 다나그린50억을 투자받은 셀미트등이 배양육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올해 대체식품·맞춤형 식품 등 유망식품 분야 연구개발(R&D)313억 원을 투자한다. 배양육은 대체식품 분야로서 배양육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가축 유래 세포 확립 및 대량배양 기술과 배양액·세포 지지체 등 연관 소재 개발 등을 투자받을 예정이다.

(16억을 투자받은 한국 배양육 기업 ‘다나그린’, 출처=다나그린)
16억을 투자받은 한국 배양육 기업 ‘다나그린’/ 출처: 다나그린

피할 수 없는 배양육의 시대

영국 금융 서비스 업체인 바클레이즈는 식물육, 배양육을 포함한 대체육 시장이 향후 10년 안에 세계 육류산업의 10%1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컨설팅기업 키어니(Kearney)도 전체 고기 소비량 가운데 배양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10%, 203522%, 20403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전통적인 고기 소비량은 203072%, 203555%, 204040%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배양육에 쏟아지는 투자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대체식품 연구를 진행하는 마이셀 프로젝트 사성진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축산업은 완전히 소멸한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반대로 배양육이 기존 축산업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아닌 질 높은 고급육으로서 공존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존재한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 현재 인류에 닥친 식량부족, 환경파괴, 인구증가의 고민 속에서 배양육의 시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식탁 앞에 설 배양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