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극심해진 '키오스크 포비아'
코로나19로 극심해진 '키오스크 포비아'
  • 김수지 기자
  • 승인 2021.02.0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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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로 키오스크 시장 확대

노인부터 장애인까지, 정보 소외계층의 남모를 어려움

사람 키와 비슷한 키오스크, 지체 장애인의 손은 닿지 않아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수지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언택트’ 시대가 찾아왔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많은 가게와 시설에서는 직원을 대신해 고객이 직접 주문과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셀프 주문시스템인 키오스크가 활성화됐다.

키오스크는 인건비용도 줄일 수 있고, 타인과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키오스크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키오스크가 처음 도입된 2000년대 초반에는 관공서와 같은 공공기관에서만 주로 사용되다 현재는 일반 가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약 220억 원이 넘어설 정도로 크게 발달했다. 지난 19년의 키오스크 시장은 150억 원으로 약 1.4배 증가했고, 연평균 성장률은 61.5%로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키오스크 사용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말하는 ‘키오스크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키오스크 포비아’를 느끼는 정보 소외계층들에게 키오스크는 그저 높은 벽이다.

 

단단한 벽이 되어버린, 키오스크

지체장애인이 휠체어를 사용할 때 앉은키는 평균 934mm이다.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 힘든 경우가 많다, 키오스크의 평균 높이는 165cm이다.

실제 지난해 휠체어를 사용했던 김정우(가명 21) 씨는 키오스크 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상에서 키오스크를 굉장히 많이 접했다”며 “처음 휠체어를 타고 키오스크가 있는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조작조차 안되는 것을 보고 민망했고 오래 걸리니 뒤에 사람들에게 민폐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식당은 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공항이나 관공서 등에도 키오스크가 있는데 그러한 곳에서까지 차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실제로 휠체어를 탑승한 채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 키오스크의 높이 때문에 전체 부분을 조작하진 못했다.
실제로 휠체어를 탑승한 채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 키오스크의 높이 때문에 전체 부분을 조작하진 못했다.

김 씨에 따르면 낮은 키오스크의 경우 화면을 누를 수 있다고 해도 휠체어의 크기 때문에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갈 수 없는 키오스크도 있다. 김 씨는 “키오스크를 조작할 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넘어지기도 할 뻔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함도 있다. 박진우(가명 45) 씨는 “키오스크에 없는 가게에 들어가 주문하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키오스크가 많아지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어찌어찌 가게의 키오스크까지 가서 조작하면 안내 음성이 나오긴 하지만 버튼이 어디 있는지, 어떤 메뉴가 있는지, 결제는 어떻게 하는지 등 세부 사항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의 정보 접근 및 이용 보장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국가정보화 기본법’의 개정을 검토해야 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문화·예술사업자, 의료기관 등이 생산, 배포하는 전자정보 및 비전자정보에 대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8월 민간영역의 키오스크 및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 등에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의무를 기재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척수 장애가 있는 최 의원은 “장애인은 햄버거 하나 주문하기도 버거운 현실이다”며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운용되고 있는 무인 정보단말기는 장애인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 차별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와 박 씨가 공통으로 말한 것이 있다. 바로 키오스크의 통일성이다. 김 씨는 “키오스크의 높이, 카드 리더기의 위치 등이 가게마다 제각기여서 더 힘들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점자 및 음성안내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많다”며 “가게마다 규격화된 키오스크가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더 쉽게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란 장애인들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세계의 각국에서는 배리어 프리를 위해 많은 것을 개선하고 있다. 지하철의 휠체어 리프트 등의 도입과 함께 키오스크에도 배리어 프리가 도입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 및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편의를 증진해 정보 습득을 돕는 무인 정보 단말기를 말한다.

이러한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가 모든 키오스크를 대체할 수 없기에 정부 차원에서의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들의 도입으로 더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게 된 지금,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합리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또 개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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