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살아보고, 구하고, 정리하는… 다양한 ‘집방’이 등장하는 이유
직접 살아보고, 구하고, 정리하는… 다양한 ‘집방’이 등장하는 이유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2.1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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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가진 한계를 넘어 가능성 찾기에 집중

코로나19로 확산된 트렌드 반영하기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부터 관찰 예능 <나 혼자 산다>, <온앤오프>까지 연예인의 집이 예능 스튜디오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제는 ‘집’이 주된 소재가 되는 예능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구해줘! 홈즈>가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신호탄을 시작으로 새롭게 등장한 집 예능 프로그램만 해도 다섯 손가락을 훌쩍 넘긴다.

코로나19로 ‘홈루덴스족’이 늘어나고 집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기에, 집 예능은 더욱 다채롭고 실용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홈루덴스족’이란 ‘홈(Home)’과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Ludens)’가 합쳐진 용어로, 집에서 홈카페, 홈파티, 홈가드닝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진행한 ‘2020 홈루덴스족∙홈 인테리어’ 조사에 따르면, 성인 65.3%가 스스로를 홈루덴스족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일명 ‘집방’으로 불리는 이러한 방송에서는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졌던 집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 나간다. 리모델링을 넘어서 직접 구해보고, 살아보고, 꿈꾸던 집을 체험해보는 등 집을 둘러싼 다양한 욕구를 예능이 해소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을까.

 

다양한 주거 형태의 등장…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전통적 가족모델을 벗어난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하면서 집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6월 말 주민등록 인구∙세대 현황 분석’에 의하면 1인 가구는 총 876만8414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38.5%를 차지했다. 이에 발맞춰 ‘코리빙하우스’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생겨났다. 기존의 셰어하우스가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방식이라면, 코리빙하우스는 독립적인 공간을 늘리고 공용공간을 헬스장, 정원, 서재 등으로 활용한다. 집에 사람을 맞추기 보다는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을 찾아 나가자는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커피드림하우스 매물을 소개하는 장면 / 출처: '구해줘!홈즈' 방송 캡쳐
1인 가구를 위한 커피드림하우스 매물을 소개하는 장면 / 출처: MBC '구해줘!홈즈' 방송 캡쳐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딩크족, 노인생활 공동체인 실버가족, 대안가족 등 가족의 의미는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소개하고 맞춤형 집을 구해주는 목적으로 등장한 예능이 바로 <구해줘! 홈즈>이다. 3대 10인 대가족, 25년지기 친구들을 위한 주말 주택, 공동 육아 자매를 위한 집 등 의뢰조건에 맞는 공간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방송된 ‘1인 가구를 위한 3억원 대 집 찾기’편에서는 첫 독립을 꿈꾸는 의뢰인을 위해서 1층 커피숍에서 무료로 1일 1커피 제공되는 ‘커피 드림 하우스’가 소개되었다. ‘반려견과 함께 살 남매집 찾기’ 편에서는 옥상 정원이 있고 산책하기 좋은 ‘팍세권’에 위치한 매물을 소개하며 많은 반려인들의 관심을 얻었다. 2월 7일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구해줘! 홈즈>는 1부 3.3%, 2부 4.6%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듀플렉스 하우스 소개 장면 / 출처: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방송 캡쳐
'따로 또 같이' 듀플렉스 하우스 소개 장면 / 출처: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방송 캡쳐

서울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맞춤형 드림 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시청자로 하여금 집이라는 공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간접 체험하도록 돕는다. 1월 6일 방송에서는 2세대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듀플렉스 하우스가 소개되었다. 1층의 공동 마당과 2층 테라스 등 공동 육아가 용이한 환경을 본 시청자들은 “아파트와 단독 주택 각각의 장점을 합친 집”이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니멀 라이프’, ‘홈데코’ 등 공간 활용에 대한 관심 증가… ‘신박한 정리’

'신박한 정리'를 의뢰하는 정주리 인터뷰 장면/ 출처: '신박한 정리' 방송 캡쳐
'신박한 정리'를 의뢰하는 정주리 인터뷰 장면/ 출처: tvN '신박한 정리' 방송 캡쳐

‘이동’에 초점을 맞추는 집방이 있다면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대신에 다양한 ‘정리’ 방법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신박한 정리>는 미니멀 라이프와 홈데코가 동시에 각광받는 트렌드를 고려하여 등장한 예능으로,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남은 공간에 행복을 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미니멀리스트’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데에는 ‘정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곤도 마리에의 노하우가 담긴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화제성이 한 몫을 했다. 집을 완벽한 휴식 공간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욕구는 ‘홈데코’에 대한 관심 증가로도 이어졌다. 대학내일 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 남녀 900명 중 82.3%가 ‘가구, 가전, 홈데코 등 리빙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를 고려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집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의 스토리가 담긴 공간이기에 의미가 있다는 점이 <신박한 정리>에서는 더욱 돋보인다. 연예인 패널과 함께 등장하는 이지영 정리 컨설턴트는 ‘공간을 정리하는 일은 인생을 돌보는 일과 닮았다’고 말한다. 연예인의 집을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보기에 다소 위화감이 들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 달리 누구에게나 집 정리는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는 공감 포인트를 성공적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여름 방영된 아들 셋 육아맘 정주리의 사연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는지 해당 편의 ‘비포&애프터’ 클립은 200만 뷰를 넘기며 화제를 낳았다.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목표로 했지만 오히려 잡동사니만 늘어났다는 이수경의 사연은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지만 정작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꿀팁과 함께 방영되었다.

 

‘한달 살기’, ‘홈캉스’ 등 집이 힐링 공간으로 변모하는 중… ‘바퀴 달린 집’, ‘여름방학’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은 집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키우기만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 전망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69.6%가 코로나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여행을 꼽았다. 집콕에 지친 사람들은 나름의 힐링 방법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1월 13일 한국관광공사는 ‘2021 국내 관광 트렌드’로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회복에 대한 기대감 사이에서 ‘힐링 여행’, ‘한 달 살기’ 등 대체 상품이 각광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출처: '바퀴 달린 집' 방송 캡쳐
출처: tvN '바퀴 달린 집' 방송 캡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단비처럼 등장한 예능으로는 ‘바퀴 달린 집’과 ‘여름방학’이 있다. ‘바퀴 달린 집’ 출연진들은 이동식 주택과 함께 강원도 고성, 제주도, 담양, 고창 등 한적한 자연을 유랑하며 보는 이에게 힐링을 제공한다. 강궁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성비와 로망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이동이 가능한 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에서 유행한 사례가 있는 최소한의 생활 공간만을 갖춘 ‘타이니하우스’가 세계적인 전염병 위기 속에서 다시금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출처: '여름방학' 방송 캡쳐
출처: tvN '여름방학' 방송 캡쳐

‘한 달 살기’와 ‘홈캉스’의 접목으로 등장한 ‘여름방학’은 집을 떠난 여행이 아니라 집과 함께 하는 여행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달 살기의 환상을 방송을 통해 실현시켜줄 뿐만 아니라, 현지인처럼 거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나름의 애로사항까지 담아내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게 즐기는 휴식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재택 근무가 늘면서 직장인들도 새로운 환경으로 여행을 떠나 일과 힐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기에 여행 업계에서도 장기 투숙 프로그램 상품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4월부터 장기 숙박 관련 내용과 할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등 내국인의 장기 임대 수요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환상 속 집에서 살아본다면? 현실과 이상 사이… ‘나의 판타집’

(위) 이승윤의 판타집 '아이언맨 하우스' (아래) 허영지의 판타집 '유리 온실 하우스' / 출처: '나의 판타집' 방송 캡쳐
(위) 이승윤의 판타집 '아이언맨 하우스' (아래) 허영지의 판타집 '유리 온실 하우스' / 출처: SBS '나의 판타집' 방송 캡쳐

치솟는 집값으로 자가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현실에, 2030세대들은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닌다는 ‘부동산 노마드’라는 명칭을 얻었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은 커지기 마련이다. 파일럿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1월부터 정규 편성에 들어간 <나의 판타집>은 현실에서 집을 통해 느끼는 결핍감을 채워주는 동시에, 드림하우스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덧붙인다는 차별점을 내세운다. 연예인의 드림 하우스 체험기를 공개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환상의 집의 실제 ‘거주감’을 살펴보겠다는 목적인 것이다. 제작진은 “평수와 가격 등 부동산적 가치로만 평가됐던 집에 거주감이라는 개념을 부여하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은 개개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임이 해당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다양한 집의 사례를 통해 증명되기도 한다. 자문위원으로 출연 중인 건축가 유현준은 방송에서 “건축공간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이 프로그램이 집을 알아가는 프로라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는 프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영지는 어린 시절 아빠가 만들어준 큰 창문이 달린 집의 추억을 상기하며 유리온실 판타집을 체험했고, ‘아이언맨 하우스’를 꿈꾸던 이승윤은 외부 수영장, 헬스장, 시어터룸 등 각종 여가 공간을 갖춘 약 190평의 집을 체험해보았다. 이승윤은 “실제로 거주한다면 이 정도 크기보다 작은 공간도 괜찮을 것 같다”는 거주감을 설명하며 “넓은 공간이 주는 행복도 있지만 결국 내 마음의 공간을 크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직접 살아본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판타집>의 강점이다.

 

집방이 나아갈 길은?

집이 지니는 의미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다양해질 예정이다. ‘CES 2021 시사점’ 보고서에서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모든 일상이 집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개인 맞춤 극대화가 중요한 트렌드로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만가지의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앞으로 집방이 담아낼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집의 모습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홍익대 건축학부 유현준 교수는 “코로나로 이동 제한이 생기면서 다양한 공간에 대한 욕구를 모두 집에서 해소해야 하므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차 집이라는 공간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흐름에 맞춰 방송가에서도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집 예능과는 다른 차별화된 아이템을 찾아가고 있다.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집을 주제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세인 만큼 ‘흔한 집방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에 맞설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떠한 방송 포맷도 인기 상승세를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기에, 때에 맞게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힐링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는 방송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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