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규리 기자 =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25)은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더럽다', '냄새난다'고 옆에 오지 말라고 했다. 매일 본인들 마음에 안들면 욕설을 퍼부었다." 라던 피해자의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송명근(28), 심경섭(30) 또한 13일 중고교 시절 폭언폭행, 신체 중요부위를 다치게 했다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이에 송명근, 심경섭 또한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되었다. 또한, 과거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책임지고 자숙한다는 의미에서 2020-2021 V리그 잔여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깜짝 놀랐다", "한국 프로배구의 미래가 암울하다"등 사람들의 반응과 함께 배구계를 강타한 과거 학교폭력 사실 폭로 논란은 프로배구뿐 아니라 전체 스포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학교폭력을 저지른 스포츠 선수들, 어떤 처벌을 받았나
2018년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후배를 집단 폭행했다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한, 구단도 자체적으로 정규시즌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려 고교시절 최대 투수유망주로 불리던 선수의 앞날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유명 선수만 논란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KBO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로 지명되었던 김유성과 관련해 2017년, 팀 전지훈련에서 후배에게 폭행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당시 지명 구단이었던 NC다이노스는 "지명 과정에서 해당 선수의 사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전체 체육계 폭력 사건으로 넓혀보면 더욱 많아진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은 과거 월드컵 대회 참가 중 후배를 폭행했던 것이 밝혀져 2019년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출전 정지 1년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2014년부터 3년간 이어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성폭행 및 강제 추행을 해 징역 10년 6개월형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6월 한국체대 남자 핸드볼 부의 후배 폭행 사건, 2015년 역도 사재혁 선수 후배 두 명 폭행 사건이 일어나 경찰에 입건되거나 10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학창 시절 트라우마는 수 년째 치료를 받아도 이어져
이처럼 스포츠계의 폭력은 수년간 이어져 온 적폐이다. 학창시절 '운동부'에서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때리고 선배가 후배를 때렸다. 이렇게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온 학교폭력은 프로선수가 되어서까지 이어진다. 맞고 자란 선수들은 자신이 선배나 지도자가 되었을 때 똑같이 폭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 선수 6만 32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4.7%가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당했던 몇몇 사람들은 학창 시절 기억으로 인해 10대 학생만 봐도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당시 폭언폭행으로 받았던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오기 힘들다. 왕따와 심한 언어폭행을 당했던 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사람을 절대 믿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친구를 가짜로밖에 못 대하는 이 상황이 고통스럽다"라며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16일 MBC 뉴스에서 최희영 유스메이트 부대표는 유명인들에 대한 학교폭력 폭로가 계속 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아직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가해자는 잘못을 다 잊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잘 나가고 있다거나 했을 때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폭로하는 경우도 있고"라고 말하며 사과는커녕 자신의 잘못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학교폭력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처럼 학창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자들이 가해 선수들이 TV에 나올 때마다 고통을 받을 것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과거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의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되고 50경기 징계를 받은 이후 대형 야구 커뮤니티의 게시글에는 야구팬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한 네티즌은 "50경기 출장 정지는 징계가 아닌 휴식을 주는 것 같다. 요즘 상위 라운더(1차 지명 등) 투수들은 대부분 팔꿈치가 무리가 가 있어 1년을 통째로 쉬고 재활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재활시키면서 50경기 징계 기간 채우면 그건 선수 관리해주는거다." 라고 징계 수위가 낮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팬은 "가해 선수가 진작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관련자들과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등 확실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라며 징계 수위보다는 가해자의 반성 태도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대응 촉구한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더이상 체육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지켜볼 수 있을 수 없어 청원하게 되었다"라며 가해 선수들에 대한 제명과 지명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어 "야구 구단과 협회들도 최근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난 선수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행했던 것처럼 여자배구 선수들의 학교폭력이 사실이면 배구 연맹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영구제명을 해야할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학교폭력 선수에 대한 비판 여론, 징계 수위 높여
무려 3년 전만 해도 "운동만 잘하면 되지" 혹은 "다 맞으면서 크는거야"와 같이 폭력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스포츠계에 있는 폭력은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학교폭력 피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한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되면서 학교폭력 가해 선수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게 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각 프로스포츠 연맹의 징계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몇 경기 출전 정지에서 시작했다면 최근은 자격정지 또는 선수제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해 NC다이노스의 1차 지명 철회부터 시작된 중징계는 16일 프로배구연맹이 학교폭력과 성범죄 등에 중하게 연루된 선수는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에 전면 배제를 밝힌 것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징계들은 당장의 경기력에는 큰 악영향을 주겠지만 길게 볼 때는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피해를 줄임으로써 프로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 또는 동급생을 구타하는 행위가 자신에게는 대물림되어왔던 관례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되는 만큼 징계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경기력을 위한 눈가리고 아웅'이 아닌 과거 잘못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 여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과거 폭력이 정당화되었던 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