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도입 17년, 주 4일제 가능할까?
주 5일제 도입 17년, 주 4일제 가능할까?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2.24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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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토토일' 주 4일제에 대한 팽팽한 의견 충돌

세대, 직업마다 다양한 반응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시대전환의 조정훈 대표가 주4일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4.5일제를 공약으로 내놨다.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된 지 17년 만에 주4일제, 주4.5일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7년 전 그 때처럼 ‘월화수목토토일’이라고도 불리는 주4일제에 대해서 상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근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도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찬성 의견과 주 4일제 도입 시 경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으로 대표된다. 

 

주 5일제 시행 당시 LG 사무실 / 제공 : 시사IN
주 5일제 시행 당시 LG 사무실 / 출처 : 시사IN

주 5일제 도입 17년, 어떤 결과 있었나

먼저 현재 이슈인 주 4일제를 살펴보기 전에 주 5일제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주 40시간 근무제 (주 5일제)’는 당시 많은 반대 여론이 쏟아졌다. 이혼율 증가, 기업의 부담 가중 등의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 그러나 주 40시간 근무제는 무사히 안착했다. 2003년 3.1%였던 경제성장률은 이후 4년간 4.3~5.8%를 유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박윤수·박우람 연구위원이 10명 이상 제조업체 1만1692곳을 분석해 2017년 11월 1일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 40시간제는 1인당 노동생산성을 1.5% 증가시켰다. 삶의 질을 높여도 삶의 터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2년 8월 자료에 따르면, 주 5일제 시행 효과로 취업자가 267만 명 증가했고 1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5시간씩 단축됐다.

 

제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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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변화의 큰 물결 속 노동시간도 바뀔 때

주 4일제 찬성 측의 입장에서 가장 큰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 19 장기화 사태로 인한 업무시간의 유연성'이다. 2020년 9월에 한국델데크놀로지스가 발표한 '2020 재택근무 동향 및 PC 구매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74%가 재택근무 시행 중이거나 향후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시작했던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나니 장점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작년 7월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직장인 남녀 1000명에게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재택근무 경험을 해 본 직장인의 84.4%는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재택근무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응답한 사람도 61.5%에 달했다. 단점이 많다는 사람은 15.1%에 불과했다. 또 재택근무 외에도 주 4일제, 출퇴근 시간 조정 등 다양한 근무 조건을 도입해 운영해본 기업이 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모든 근무자가 똑같은 근무 체제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유연적인 업무 시간을 경험한 기업, 직장인들이 늘면서 주4일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다.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고, 워라밸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

앞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시행한 재택근무 설문조사 결과 재택근무 경험자의 65.6%가 이전보다 '심리적 여유가 많아졌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 64.3%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우리 사회에 '워라밸'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고, 여가활동이나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61.3%)도 많았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다. 앞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시에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워라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29일 고용노동부가 일·생활·제도·지방자치단체 관심도 등 4개 영역 24개 지표를 실태조사 한 결과를 보면 ‘2018년 일·생활 균형 지수’는 전국 평균 50.1점으로, 한 해 전(37.1점)보다 13.0점 올랐으나 간신히 50점을 넘긴 수준이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전체 국가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노동시간이 길다. 주 4일제 도입으로 여가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된다면 자연스레 워라밸 지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여가 시간을 취미, 자기계발, 레저 활동에 쓰면서 다른 산업의 활성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제공 : 에듀윌
제공 : 에듀윌

 

에듀윌, 엔씨소프트... 이미 시행해 본 기업들의 긍정적인 결과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훨씬 앞선 2019년 9월부터 2년째 굳건히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에듀윌은 주 4일 근무제를 ‘드림데이’라 칭하고 직원들이 각자 원하는 요일에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했다. 연봉은 주 5일제와 동일하게 유지했으며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오히려 직원들을 더 채용하고 있다. 에듀윌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환경 개선 공적을 인정받아 ‘2019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2020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듀윌은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유연한 근무환경과 자율적 조직문화를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조사에서 ‘우리 회사의 근무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약 90%로, 주 4일제 도입 및 복지제도 확대를 그 이유로 꼽았다.

게임기업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 27일부터 3월 6일까지 7일간 게임사 처음으로 전사 유급휴가를 줬고, 4월 6일부터 29일까지 약 한 달간은 매주 하루씩 특별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주4일제를 진행했다.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탄력 근무제, 유연 근무제를 잘 지키며 시행했기 때문에 차질없이 주4일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2020년에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까지 직원 수는 4,025명에 달했으며, 3분기 기준 직원 수는 4,114명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게임기업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이다. 작년 5월에 게임 취업포털 게임잡이 게임업계 종사자 3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 72.2%가 과로 중이라 이야기했다. 야근, 초과 근무가 당연시하게 여겨졌던 게임 업계에서도 주 4일제를 통한 업무 효율 상승을 보여준 것이다.

 

제공 : pixabay
제공 : pixabay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도 중소기업에게는 낯설다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현재 주 4일제를 논의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을 시작으로 현재 50인에서 299인 사업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5인에서 49인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채이배 전 의원에 따르면 사업장이 큰 대기업의 경우 자본과 노동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어도 여유롭게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하는 경영자의 입장도 존재했다. 또한 중소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뽑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 19로 인해 입국이 힘들어지자 인력난이 생겼다. 또 형사처벌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경우도 크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면 보통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아직 유예 기간에 있는 중소기업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 일단 주 52시간 근무제가 잘 정착한 뒤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급이 줄어도 주 4일제?

재택근무, 근무 일수 조정 등이 늘자 직장인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주 4일제를 주제로 '주 4일 10시간 근무와 주 5일 8시간 근무'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주 4일 근무를 한다면 연봉의 얼마까지 포기 가능한지 등을 묻는 설문 조사가 올라왔다. 또한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진행한 주 4일제 관련 설문 조사에 따르면 근무 일수를 줄일 때 가장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주당 근무 일수가 줄어든 만큼 내 급여도 감소할 것 같다(71.2%)’고 답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주 4일제를 도입할 경우 상당수 기업은 인건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임금을 낮추면 여력이 생길지 몰라도 주 4일 근무는 경영계에 신규 채용 자체를 부담스럽게 하고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특히 시간에 따른 수당을 받는 직업의 경우 근무 시간의 축소는 임금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제도 도입 시 논쟁은 불가피해, 적극적인 의견 교류 중요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제도와 규범들도 변화해야 한다. 그 중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 관련 제도는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따라 수 많은 의견이 오갈 수 밖에 없다. 국민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 만큼 한 쪽에 입장만을 듣거나 여러 외부 이슈들로 인해 급하게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의 확산,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으로 논의의 속도와 정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정부·기업·시민 등 전 사회적인 의견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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