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생계 유지하는 ‘프리터족’, 이들의 미래는?
알바로 생계 유지하는 ‘프리터족’, 이들의 미래는?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2.2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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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등장한 한국형 프리터족

열악한 고용 환경에 중장년층 프리터족도 늘어나고 있어

질 높은 일자리 마련이 우선되어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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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아침에는 피자를 서빙하고, 저녁에는 화장품 가게에서 알바를 한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도그 워커 알바 자리를 구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사는 대신에 소박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프리터족’ 캐릭터의 이야기다.

‘프리터족’은 'Free(프리) + Arbeit(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회사 취업처럼 고정적인 일자리 대신에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일본에서 해당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1987년에는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가 되었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절충안으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터족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알바몬이 최근 1년간 알바 경험자 25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4%가 스스로를 프리터족이라고 칭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11.4%p 증가한 수치이다.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알바생 1,368명 중 75.9%에 달하는 등 알바를 직업으로 삼는 상황이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형 프리터족’이 늘어난 이유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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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프리터족이라고 하더라도 선택의 자율성에 따라 ‘자발적’ 프리터족과 ‘비자발적’ 프리터족으로 구분된다. ‘한국형 프리터족’은 둘 중에서 비자발적 프리터족에 가깝다. 2008년에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의 일자리도 앗아갔다. 실업률이 상승한 해당 시기에 시간제 등 불안정한 알바 자리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 한국형 프리터족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발적 프리터족(42.1%)보다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 생활을 선택한 비자발적 프리터족(57.9%)이 많다. 앞서 언급한 알바몬 설문조사에서, 비자발적 프리터족 중 66.74%가 ‘취업이 되기 전까지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알바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한 노동시장 위축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즉, 한국형 프리터족이 급증한 첫 번째 시점 이후에 그보다 더한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동결된 취업 시장에서 만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로, 2018년 9.5% 이후 2년만에 다시 9%대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41.3%로 전년 대비 2.5%p 하락했으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청년층 규모는 44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예정되었던 채용 일정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곳이 많다. 기업 또한 새로운 인원을 채용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고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기에 취업 사정은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발적 프리터족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사회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 알바생으로 돌아오거나, 취업 준비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기에 비자발적 프리터족과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다. 상명대학교 무대미술학과를 졸업한 A씨 (27세)는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다. 야근이 잦은 환경에 2년동안 건강이 악화되었고 전부터 생각해오던 나만의 브랜드를 창업하는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퇴사를 결심했다”며 “알바로 생활비를 벌며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이기에 창업 준비생이라고 해야 할지 자발적 프리터족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입장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중장년층의 상황도 다르지는 않다. 연령대별로는 알바생 중 20대(46.1%) 30대(45.8%) 40대(32.8%)가 프리터족으로, 아직까지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에서의 비율이 높지만 취업 전선에서 낙오되는 중장년층이 증가하는 추세를 간과할 수는 없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40~50대 프리터족은 21% 증가한 200만 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제4회 서울대학교 전문대학원 연계 정책 심포지움’에서 “45~50세의 경우 최근 1년 사이에 고용률이 1.5%p 수준으로 감소하며 평균대비 두 배 이상 큰 충격을 받았다”며 “코로나 사태로 은퇴 연령대에 근접한 중장년층이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권고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프리터족’으로 일할 자리조차 부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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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프리터족은 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위태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가적 재난 상황이나 경기 불황에서는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대상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프리터족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위기에 닥친 자영업자들이 알바 인원을 감축하고 있기 때문에 알바 구직 활동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 1년 동안 자영업자는 560만6000명에서 553만1000명으로 1.3% 줄어들었고 ‘나홀로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1000명 늘었다.

‘고령화된 프리터족’이라고 불리는 40대 이상의 프리터족은 청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알바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1월 알바앱 알바콜의 조사에 따르면 40대 이상 915명 중 알바가 생업인 여성(68.2%)이 남성(57.7%)보다 많았다. 이처럼 자녀 교육비, 불안정한 노후 문제 등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여성 장년층도 늘어났지만 애초에 지원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알바몬 구직 사이트에는 ‘장년 알바 채용관’이라는 탭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서울 서초구 기준으로 ‘장년 알바’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공고는 6개에 불과했다. 편의점 알바도 20세~45세라는 연령 제한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아가 자신이 속한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시급하다고 보는 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청년층 프리터족과 중장년층 프리터족의 경쟁 구도가 심화될 전망이다. 엠브레인모니터가 전국 19~59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연령이 낮을수록 2030세대에게 일자리가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견(20대 55.6% 30대 38.4% 40대 26.8% 50대 29.6%)과 연령이 높을수록 4050을 위한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의견(20대 18.4% 30대 25.2% 40대 47.2% 50대 43.6%)이 도출되었다.

 

고용 환경 개선이 필요한 시점

전문가들은 프리터족이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통계청이 지난 11월 진행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 235만명 중에 청년층이 19만3천명에 달했다. 대졸 청년 백수는 13만7천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얼어붙은 고용 시장에서 많은 이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교수는 ‘중견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며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도 충분한 자기 계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일정기간 근무하면 동종 업게 해외 견학 기회를 주거나,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업 지원 등을 예로 들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당장 많은 양의 일자리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안정된 고용 시장을 위해서라면 ‘찾아오고 싶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사회의 키워드, 프리터족> 저자 마루야마도 일자리 제공 주체인 기업의 역할과 직업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구직자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프리터족이 급증한 2000년대 초반에 직업 훈련을 받은 프리터들을 대상으로 ‘직업능력증명서’를 발급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돈과 안정성보다는 자유로운 개인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자발적 프리터족의 선택에는 개인적인 상황과 가치관 등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이들이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취업을 포기한 이면에 놓인 고용 환경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높은 취업문과 중견 기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업무 환경에 좌절한 채 쫓기듯이 알바 자리를 구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봐야 한다. 더군다나 비자발적∙중장년층 프리터족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건강한 고용 환경을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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