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싱, 한국에선 아직도 무죄?
스텔싱, 한국에선 아직도 무죄?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2.24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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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스텔싱', 첫 민사 승소 판결 내려져

아직까지 국내 처벌 법안 없어, 해외에서는 이미 유죄 선고 사례 존재

피임에 대한 인식 제고와 책임감이 필요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스텔싱’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텔싱은 성관계 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콘돔 등 피임 기구를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말한다. 상대방 모르게 행위가 이뤄지기 때문에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 '스텔스'를 빗대 스텔싱(stealthing)이라고 부른다. 콘돔이 아니더라도 정관수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행위 또한 스텔싱에 속한다. 

18일 법원에서 서울동부지법 민사32단독 임범석 부장판사는 A씨가 자신에게 스텔싱 행위를 한 B씨를 상대로 제기한 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스텔싱 행위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스텔싱 행위는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에서는 성범죄로 처벌하지만 한국에는 형사처벌 규정 자체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는 민사소송으로 진행된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성범죄이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형벌도 없는 것이 실정이다.

 

네이버 댓글 캡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두고 '스텔싱'을 언급하는 댓글 / 출처: 네이버 댓글 캡쳐

지난해 임신 14주 이내에 대해 조건 없이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24주 이내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낙태죄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을 때 온라인에서 스텔싱을 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럼 앞으로 피임을 하지 않고 강제 임신 시킨다. 그리고 연락두절한다", "이제 책임은 필요없어졌습니다" "이제 콘돔은 안써도 되겠다" 등의 댓글이나 게시글 등이 게재된 것이다. 이는 처음이 아니라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에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스텔싱'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제공 : pixabay
출처 : pixabay

성병 예방에도 필수적인 콘돔, 사용률은 점점 낮아져

그렇다면 피임 도구에 대한 성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피임약 머시론이 2019년 8 최근 6개월 성관계 경험이 있는 20 비혼 남녀 400(여성 200, 남성 200) 대상으로 피임 방법과 피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86%(344) 본인이나 여성 파트너가 경험할 있는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반영구적인 피임 시술을 받는다고 해도 임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은 성관계 후에 따라오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서 현재 사용 중이거나 가장 최근에 사용한 피임법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는 콘돔을 선택한 응답자가 92%(369명)으로 가장 많았고 질외사정이 44%(177명)로 뒤를 이었다. 중복 응답인 것을 고려하면 반절이 안되는 수준의 성인들이 임신 확률이 약 23%에 달하는 질외사정으로 피임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질외사정을 택한 이유로는 '콘돔을 사용하면 성감이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답변이 4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콘돔 볼모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콘돔을 잘 사용하지 않는 국가이다. 또 시간이 지날 수록 콘돔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비뇨기과 박주현 교수 팀이 성인 여성 5 명을 조사한한국 여성의 성생활과 태도에 관한 10년간의 간격 연구 따르면 2004 35.2% 이르던 콘돔 사용률이 2014 11% 떨어졌다. 응답자 61.2% 답한 1순위 피임법은 질외 사정이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에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집계한 질병관리본부 보고서에도 콘돔을자주사용한다고 말한 사람은 9.8% 불과했다.

 

유튜브 채널 방언니 제공
출처: 유튜브 채널 방언니

제아, 치타가 진행하는 <쎈마이웨이> 10번째 에피소드에는 '남친이 콘돔이 싫대요'라는 제목의 사연이 등장했다. 사연 속의 남자친구는 콘돔을 안 쓰는 것이 느낌이 좋고, 질외사정을 하다가 임신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자신은 성병이 없기 때문에 의심하는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성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성병과 원치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콘돔을 거부하는 것이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SNS 상의 성 관련 워드클라우드 분석에 따르면 '피임'에 관련되어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콘돔이고, 주로 남성의 콘돔 사용 회피와 이에 대한 여성의 거부가 가장 많았다. 콘돔 사용을 하더라도 중간에 여성의 의사를 묻지 않고 몰래 콘돔을 빼고 관계를 한 후 질내/외 사정 문제에 직면해 상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SNS를 포함한 각종 미디어에서 '스텔싱'행위에 대한 고민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행위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유죄 선고까지 내려진 사례 존재해

pixabay 제공
출처: pixabay

해외에서는 어떨까. 2014년 캐나다에서는 상대방에게 콘돔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한 피고인에게 특수성폭력을 적용,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하게 되었다는 이유가 적용됐다. 싱가폴은 스텔싱 행위를 성적 착취로 인정하며 성관계시 동의는 무효라고 간주했다. 독일은 2018년 스텔싱에 대해 유죄를 선고, 8개월의 집행유예와 3000유로의 벌금형 그리고 피해자에게 성병검사 비용 96유로를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위 국가들은 상대방의 동의 없는 피임 도구 제거는 정신적,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폭력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강간 또는 성폭력 범죄의 구성 요건에 ‘상대방의 동의’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한국의 강간죄 구성 요건에는 동의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스텔싱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 스텔싱이 범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동의 간음' 확립되어야

우리나라에는 앞서 말했듯 스텔싱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기하기 힘들다. 여성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였거나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게 명확해야 성범죄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싱은 성범죄로 의율될 수 없다”고 했다.

스텔싱을 범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비동의 간음’부터 확립되어야 한다. 비동의 간음은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모두 범죄로 보는 개념이다. 입법부의 움직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2020년 8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현행 법조문에는 '폭행 또는 협박'만을 강간죄 요건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위계·위력'이라는 문구 등을 추가했다. 2018 안희정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위계에 의한 사건 이후 여야 관계 없이 비동의 간음에 대한 여러 입법 개정안을 쏟아냈지만 아직까지도 실질적으로 개정이 사례는 없다. 비동의 간음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본다면, 법정 다툼으로 경우 실제 동의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고 자칫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상호 합의하에 안전한 피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

2019년 한 해동안 신고된 HIV/AIDS 감염자는 1,222명이었다. 이는 전년도보다 1.9% 증가한 수치이며 임상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확진된 감염자다. 상대방의 감염 여부를 모르고 성관계를 가질 시 콘돔을 제대로 착용한다면 에이즈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안전한 콘돔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 콘돔은 절대 재사용하지 않는다.
  • 사정 직전이 아닌 처음 삽입부터 사용해야 한다.
  • 콘돔의 끝을 비틀어 공기를 다 뺀 상태에서 덮어 씌워야 한다. 공기가 남아 있을 시 터질 수 있다.
  • 태양이 비치지 않고 건조한 장소에 보관한다.
  • 유효기간이 지난 콘돔은 사용도중 손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 사정 후 콘돔이 벗겨지지 않도록 콘돔의 입구를 잡아서 빼야 한다. 

 

잠깐의 쾌락을 위해 동의 없이 피임 도구를 제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끔찍한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텔싱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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