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기 전쟁, 대학가 수강신청 무엇이 문제일까
매학기 전쟁, 대학가 수강신청 무엇이 문제일까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2.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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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어지는 수강신청 문제

학생들, "듣고 싶은 수업이 아니라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없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매년 2월과 8월이면 아침 9시부터 PC방에 모여있는 학생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뒷모습만 봐도 안절부절못하던 그들은 바로 수강신청을 위해 모여있는 대학생들이다. 예상치 못하게 서버가 터지거나 무사히 로그인에 성공해도 '이미 수강인원을 초과했습니다'라는 문구에 많은 학생들이 절망하곤 했다. 

한 학기 일정, 더 나아가서는 졸업 요건 달성까지 걸려있는 문제이기에 학생들은 수강신청에 예민하다. 들어야 하는, 듣고 싶은 강의는 한정되어 있으나 해당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학생은 많은 상황이라 매년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서버가 터지거나 갑작스러운 오류로 인해 수강신청이 전면 무효화된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수강 인원 증원과 강의 증설을 요청, 하다못해 수강신청 서버 관리라도 요청하지만 대학 역시 입장이 난감하다. 여러 대안으로 해결방안을 찾으려 하지만 수강신청 시기만 되면 여전히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내 돈 내고 다니는 학교, 왜 이렇게 힘들게 다녀야 하나

'돈 내고 학교 다니면서 수업 듣는데 왜 이 고생을 해야 하지' 학생들이 수강신청 시스템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다. 2020년 4월 교육부가 발표한 196개 4년제 일반/교육대학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 연간 747만 9800원, 국공립은 연간 418만2700만 원이다. 학생들은 매 학기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때문에 돈 주고 다니는 학교, 돈 주고 듣는 수업을 이렇게 힘들게 신청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듣고 싶은 모든 수업을 듣게 해달라는 입장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니 그것에 어느정도 맞춰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듣고 싶은 수업을 듣게 해달라는 요구가 아닌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경영학과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컴퓨터공학과 같은 인기 학과의 경우 본 전공생과 제2전공생이 몰리며 경쟁력이 높다. 때문에 둘사이의 차이를 두어 수강신청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지만 그럼에도 학생들 입장에선 쉽지가 않다.

 

강의가 돈벌이 수단으로? '강의매매'까지 등장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양, 전공 강의들이 있다. 꼭 들어야만 졸업할 수 있는 수업을 듣기 위해 커뮤니티에선 '강의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에브리타임'이라는 모바일 학교 커뮤니티에 강의를 판매 혹은 교환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선 취소 후 신청의 방식이라 위험부담이 크다. 판매자가 강의를 취소한 뒤 타 학생이 해당 강의를 먼저 신청하게 되면 해결 방법이 없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기 위험도 크다.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강의를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 출처 : 에브리타임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강의를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 출처 : 에브리타임

일각에선 학교 측에서 계절 학기나 초과 학기를 통한 수입을 위해 강의 인원 증원이나 강의 증설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사립대 계절학기 등록금은 1학점 당 적게는 7만 9천 원, 많게는 11만 원까지 한다. 3학점을 듣는다면 약24~33만 원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초과학기자 역시 수강 학점에 따라 등록금의 일부를 내야 한다. 필수 교양이나 전공을 듣지 못한 학생들은 계절학기를 통해 학점을 채우려 한다. 이마저도 못했을 경우 초과학기라도 들어야하는 것이다. 수강신청을 실패했던 정규 학기에서도 등록금은 납부해야하니 학생들의 부담은 늘어간다.

 

학교도 알고 있다.

학교 측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과 학생회나 총학생회를 통해 서버 증설, 수강 인원 증원, 강의 증설 등 수강신청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교수들 역시 학생들에게 증원 요청 메일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강의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대형 강의의 경우 강의 정원이 많게는 200명 정도이고, 교양이나 전공수업의 경우 평균 40~60명을 오간다.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인원수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교수들 역시 최대 60명을 넘긴 수업은 벅차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A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한 교수의 수업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수업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는 매 학기마다 쏟아지는 학생들의 증원 요청에 대해 "많은 학우들이 우리 수업을 찾아줘서 정말 감사하지만 수업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기존에 수업을 신청한 여러분에게도 피해가 간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는 교수의 수업 진행에도 문제가 있지만 강의의 질이 떨어지면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요구하는 증원 인원의 수가 20명을 넘어가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20명 이상을 증원할 경우, 강의실 크기와 담당 교수의 강의 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표 과제가 많거나 토의, 토론 등을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의 경우 인원이 늘어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수업을 수행할 수 없고, 결국 수업 방식을 일반적인 강의형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학교 운영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월급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한 강좌당 교수들이 받는 월급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인원을 늘리는 것 자체를 교수들이 반기지 않는다. 대학 정교수 월급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국회 보건복지위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발표된 ‘2020년 전국 4년제 대학별 교원 연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4년제 대학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 138만 원, 조교수는 5천 353만 원이다. 하지만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 한 두명이 아닌, 10~20명 이상이 늘어나면 그만큼 교수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동일한 월급을 받으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강의 수를 늘리거나, 이를 위한 교수와 강사 채용을 늘리는 것 역시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다. 급여 지급으로 인한 지출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인원 증원으로 그치지 않고 강의 증설이 이루어진다면 그만큼 추가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 임용을 늘리는 것 역시 자금 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강의를 전임교원이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강의 증설을 위해 시간강사를 임용할 수도 있지만 2019년 8월 재정된 강사법 이후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가 높아지며 대학들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색한 해결방안

학생들의 모든 의견을 수렴할 순 없지만 학교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학생 모두에게 지급되는 마일리지를 통해 수강신청을 하는 '마일리지 선택제', 숙명여대의 경우 학년, 이수 학점, 직전 학기 성적 등으로 계산된 우선순위를 통해 신청하는 '우선순위제', 가천대학교는 대기번호를 부여하고 정정기간 중 여석이 발생할 경우 대기 순위에 따라 수강신청되는 '수강대기제' 등을 실행하고 있다. '배팅을 하라는 것이냐', '불공평하다', '대기 과목 외에 차선책을 세울 수 없다'와 같은 말들도 나오고 있지만 어지러운 수강신청 체계에 나름 도움이 되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학교와 학생, 양 측의 입장에 근거가 존재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가 이어진다. 결국 답은 소통에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 역시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학교 측에 피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왜 이렇게까지 반응할 수밖에 없는지, 현재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 운영의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해야 한다. 학교와 학생 모두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원활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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