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의 세계화…이제는 익숙한 다국적 아이돌 그룹
케이팝의 세계화…이제는 익숙한 다국적 아이돌 그룹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3.1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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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진출 위한 지렛대 역할

케이팝 열풍으로 국내 데뷔 꿈꾸는 연습생 늘어나

멤버 이탈∙정치적 문제 등 갈등 사례도 존재

다국적 그룹 장점 최대화하는 전략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케이팝 그룹 내에서 외국인 멤버와 우리나라 멤버의 조합은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한 팀에 여러 국적을 가진 멤버들이 속해 있는 그룹 형태를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의 발자취는 한국 드라마 열풍으로 시작된 ‘한류 1.0’시대를 지나 케이팝이 주도한 ‘한류 2.0’시대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발빠르게 중국 진출을 꾀하던 SM 엔터테인먼트에서는 2001년 ‘HOT CHINA’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국인 한경을 영입하고 2005년에 그가 포함된 그룹 '슈퍼주니어'를 선보였다. 2008년에는 중국인인 조미와 헨리를 투입한 '슈퍼주니어-M'이라는 중화권 유닛(그룹 중 일부 멤버가 별도의 그룹을 구성해 활동하는 형태)으로 중국 최고 권위의 음악차트 ‘음악풍운방’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유닛 활동으로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 통하자, 슈퍼주니어의 후배 그룹 '엑소'도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엑소-K'와 중국인 4명과 한국인 2명으로 구성된 '엑소-M'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JYP에서도 태국계 미국인인 닉쿤이 소속된 '2PM'와 중국인 멤버 지아와 페이를 포함한 '미쓰에이'에 이어, 미국, 홍콩, 태국 출신이 속한 '갓세븐'까지 여러 다국적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켰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의 성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이루어진 9인조 걸그룹 '트와이스'와 태국인 1명이 포함된 걸그룹 '블랙핑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인 멤버 영입에 소극적이던 YG에서도 지난해 일본인 멤버 4명을 포함한 신인 그룹 '트레저'를 제작하는 등 다국적 그룹을 향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활동 무대 넓히려는 글로벌 전략

YG 출신 다국적 걸그룹 블랙핑크/ 출처: YG엔터테인먼트
다국적 걸그룹 블랙핑크/ 출처: YG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다국적 그룹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는 데에는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통신은 ‘팝스타 파워랭킹’ 1위에 블랙핑크가 선정되었음을 발표하며 “영어와 태국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는 블랙핑크 멤버들의 능력이 인기 비결”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네이버 V라이브 방송에서 4개국어 교실을 오픈하고 전 세계 팬들과 다양한 언어로 대화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현지 언어에 유창한 아이돌 멤버는 현지 팬들에게 보다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고 문화적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일본 도쿄돔 콘서트를 진행한 트와이스/ 출처: JYP 엔터테인먼트
일본 도쿄돔 콘서트를 진행한 트와이스/ 출처: JYP 엔터테인먼트

외국인 멤버의 인기몰이가 중요한 이유는 개인 팬덤의 인기가 곧 그룹의 인기로 직결되는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사이트 랭킹닷컴에서 진행한 트와이스 멤버 인기 순위에 따르면 일본인 멤버 모모, 사나, 미나가 각각 1위, 3위, 4위를 차지하며 자국에서의 인기를 입증했다. 트와이스는 데뷔 2년차부터 일본 앨범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발매한 10장의 앨범 모두 25만장 이상의 출하량을 기록하는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으며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진행한 도쿄돔 콘서트에서도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탄탄한 팬 층을 자랑하고 있다. 콘서트에서 통역가 대신에 외국인 멤버가 직접 자국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외국 팬덤에게는 더욱 친근한 덕질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들은 일본 NHK의 연말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2017년부터 3년 연속 출연하면서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입지를 견고히 다졌다.

 

외국인 멤버를 향한 국내 팬들의 호응

라디오스타에서 활약한 피에스타 멤버 차오루/ 출처: MBC 라디오스타 캡쳐
라디오스타에서 활약한 피에스타 멤버 차오루/ 출처: MBC 라디오스타 캡쳐

다국적 아이돌 그룹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목적으로 탄생한 조합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셀링 포인트가 된다. 장민지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 인터뷰에서 “애초에 외국인 멤버 영입의 시작은 국내 시장 공략이 목적이었다”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타입의 서구형 마스크를 지닌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한국과 해외 모두를 고려한 전략임을 설명했다.

(여자)아이들 중국인 멤버 우기/ 출처: 유튜브 '셀럽티비' 캡쳐
(여자)아이들 중국인 멤버 우기/ 출처: 유튜브 '셀럽티비' 캡쳐

그룹 내 외국인 멤버가 예능에서 독보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이들이 풍기는 문화적 차이가 색다른 매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피에스타'는 지난 2018년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활동하는 동안에 중국인 멤버 차오루의 예능 활약으로 그룹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5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차오루는 4차원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예능보석이라는 눈도장을 남겼으며 그 후에도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나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멤버들은 그룹의 ‘입덕’ 멤버 역할을 하기도 한다. 6인조 다국적 그룹으로 중국, 대만, 태국 출신 멤버가 포함되어 있는 (여자)아이들의 팬임을 밝힌 대학생 A씨(23세)는 “예능이나 브이 라이브에서 중국 출신 우기가 한국어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다가 입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 ‘셀럽티비-celuvtv’ 채널에 업로드 된 ‘한국어 담당 송우기 모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우기의 한국어 실력과 예능감을 칭찬하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댓글이 많았다.

 

국내 데뷔 희망하는 외국인 지망생 증가

우리나라에서 등장한 다국적 그룹의 인기를 보면서 케이팝 스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외국인 지망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케이팝 인기에 힘입어 자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케이팝 프리미엄’이 외국인 지망생들에게는 한국에서의 데뷔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케이팝 첫 외국인 아이돌로 주목받으면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되었던 슈퍼주니어 한경과 ‘태국 여신’이라고 불리며 자국 팬 사인회에서 1만명 이상의 인파를 모은 블랙핑크 리사 모두 선망의 대상에 속한다. 연습생들의 간절한 마음은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엔터테인먼트와의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2'에 멘토로 출연한 블랙핑크 리사 / 출처: YG 엔터테인먼트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2'에 멘토로 출연한 블랙핑크 리사 / 출처: YG 엔터테인먼트

특히나 우리나라는 ‘아이돌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개발팀’에서 안무, 보컬, 연기, 언어 총 네 가지 분야의 훈련을 진행하며 연습생 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는 ‘맨투맨’ 트레이닝 방식을 적용한다. 태국 최대 음반사 지엠엠그레미(GMM) 부사장 수리차이 센스리는 “한국의 콘텐츠를 모델로 해서 본사도 공부 중이다”라며 한국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음을 밝혔다.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인 ‘청춘유니’는 엠넷에서 방송했던 ‘프로듀스101’시리즈와 비슷한 포맷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의 트레이닝 방식을 보여주었다. 블랙핑크 리사는 ‘청춘유니2’에서 댄스 멘토로 활약하면서 연습생들 사이에서 예리함을 갖춘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각국의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우리나라의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연습생들도 ‘케이팝 유학’을 오거나 직접 글로벌 오디션에 참가하는 등 국내 데뷔를 꿈꾸고 있다. 케이팝 유학생들은 2주 단기 과정이나 6개월 장기 과정을 수강하며 안무 및 보컬 교육과 스타일링 등을 배우는 사람들로, 국내 기획사 ‘레인보우브릿지월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습생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드림 위더스’는 2015년에서 2018년까지 수강생이 무려 2배가량 늘었다. 지난 2018년 말 MBC에서 방송했던 ‘언더나인틴’이라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 각지에서 온 지원자들로 162: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멤버 이탈 문제 등 소음이 발생하기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다국적 그룹도 잦은 멤버 탈퇴로 인해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던 경우가 있었다. SM 소속 중국인 멤버들의 무단 이탈은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기고 엔터테인먼트사에서는 계속되는 소송으로 이미지 실추 등의 비용을 감수하게끔 한 안타까운 사례였다. 슈퍼주니어를 이탈한 후 중국에서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경은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SM과의 전속계약에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던 엑소의 중국인 멤버 타오는 지난 2017년에 패소가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활동을 한다면 한국 시장에서의 10~20배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받을 수 있기에 멤버들의 팀 이탈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획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나아가 외국인 아이돌의 행동이나 발언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결부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상황도 있었다. 일본 불매운동이 진행되던 시점에서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가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난다는 건 쓸쓸한 일이다”라고 올린 SNS 게시물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헤이세이 시대'란 일본의 시대 구분 중 하나로,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한 1989년 1월부터 퇴위한 2019년 4월까지의 시대를 가리킨다.

지난 11월에는 6·25 전쟁이 ‘항미원조 전쟁’(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중국인 아이돌들의 활동 제재를 요청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에프엑스 빅토리아, 우주소녀 성소, 엑소 레이 등 몇몇 아이돌이 ‘항미원조 출국 직전 70주년 기념’ 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게시한 글이 화근이 된 것이다.

다국적 아이돌의 출신지가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중국이 대부분인 만큼 역사적으로 민감하게 얽힐 수 있는 사안이 많다. 이는 다국적 그룹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국가 간 관계를 개선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김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트와이스나 아이즈원의 성공처럼 점차 많은 젊은 층을 중심을 정치와 문화를 분리하는 움직임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교류를 돕는 다국적 그룹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외 모두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

외국인 멤버의 영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이돌 성공 전략에 있어서 외국인 멤버의 국내외 셀링 포인트가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에서 배출한 한일 합동 걸그룹 '아이즈원'의 인기 덕분에 이제는 다국적 아이돌 그룹을 공개적으로 결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도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방송 예정인 ‘걸스 플래닛 999’은 한국, 중국, 일본의 아이돌 지망생의 걸그룹 데뷔를 목표로 한다. 나아가 멤버 이탈 등의 리스크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활동을 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중국 기획사와의 합작도 증가하는 추세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대형 기획사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을 체결하고 위에화 소속 아티스트를 한국에서 관리하고 양국 활동을 돕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과 벨기에 출신 멤버가 포함된 ‘블랙스완’이라는 걸그룹이 출범하면서 케이팝이 세계적인 장르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외국인 멤버를 단지 언어장벽을 허무는 수준의 역할에만 머무르게 한 채로 숫자만 늘려간다면 글로벌화에 적합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기에 글로벌 팬덤의 인기를 얻기 쉽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그룹 내에서 외국인 멤버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방안과 팀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활동을 기획해야 하는 시점이다. 각 나라의 문화와 정서 차이를 세심하게 고려한 접근으로 국적이 다른 멤버 간의 시너지 효과를 빛나게 하는 다국적 그룹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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