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밈(Meme)의 세계, 명과 암(暗)
무궁무진한 밈(Meme)의 세계, 명과 암(暗)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3.15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기회이자 놀이터, '밈(Meme)'

성숙한 저작권 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 필요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최근 아이유와 방탄소년단, 쇼미더머니를 제치고 멜론차트 1위를 기록한 곡이 있다. 바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이다. 해당 곡은 2017년 3월 7일 발매되었지만 뒤늦게 빛을 보았다. 이러한 풍경은 과거 '위아래' 직캠으로 역주행 신화를 썼던 그룹 EXID를 연상케한다. 역주행 과정도 비슷하다. '밀보드(밀리터리 + 빌보드)' 1위 곡으로 철저한 인수인계를 통해 알려져오던 곡이 한 유튜브 댓글 모음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바로 '밈(Meme)'이 적용된 것이다. 

비(Rain)의 '깡'과 영화 '타짜(2006)'의 곽철용도 '밈(Meme)' 문화를 통해 재조명 받았다. '밈'이란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1976) 책에서 등장한 말이다. 그는 유전자(Gene)처럼 복제기능을 하는 문화요소와 그리스어 '미메메(mimeme; 모방)'와 합쳐 한 음절의 용어로 만들었다.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라는 뜻이다. 음악, 사상, 패션, 건축양식, 언어, 종교 등 거의 모든 문화적 요소와 현상이 밈의 범위에 속한다. 최근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밈(Meme) 문화의 영향력을 볼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짤'로 감정 표현을 대신하기도 하고, 내용에 적절하게 붙여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로부터 생겨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초기 생산자가 누구인지 추적이 쉽지 않다. 한 콘텐츠를 보고 여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확산되고 제2, 제3의 콘텐츠가 생겨나는 것이 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밈 확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깡' 뮤직비디오
출처 : '깡' 뮤직비디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 익은, 대중에게 노출된 지 오래된 예전의 콘텐츠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유가 되던 것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2년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 속 배우 김영철(김두한 )의 '사딸라(4dollar)' 역시 약 2년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우격다짐으로 미군과 협상을 하며 외친 '사딸라'가 '짤'로 만들어서 '밈'을 형성하며 확산되었다. 김영철의 또 다른 역할이었던 궁예의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도 화제였다. 이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태조 왕건'의 극 중 장면이다. 

'밈'의 시작인 자발적 확산과 특징인 역주행은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진다.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 가장 대중적이다. 알고리즘 기술이란 유저에게 알맞은 영상 추천 기술로, 유저들의 반응과 접속자 수, 조회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영상을 관심사가 비슷한 유저에게 노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띄워주는 일도 생기곤 한다. 

 

밈 문화, 마케팅의 중심

출처 : '농심' 공식 유튜브 채널
출처 : '농심' 공식 유튜브 채널

밈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도 상당하다. 작년 2020년 농심은 새우깡의 모델로 비를 섭외했다. 당시 화제였던 '깡'을 적극 활용한 것이었다. 그 덕분인지 새우깡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배우 김영철 역시 광고계를 사로잡았다. 궁예와 김두한 역할을 활용하여 각각 에뛰드와 버거킹의 광고에 출연했다. 누리꾼들 역시 '콘셉트와 너무 찰떡(잘 맞는다)이라 더 웃긴다', '역시 궁예'라는 반응으로 해당 광고를 즐겼다. '곽철용 역'의 배우 김응수도 배우 김영철의 뒤를 이어 버거킹 광고에 출연했다. 명대사인 '묻고 더블로 가!'를 활용한 재치 있는 광고였다. 

 

출처 : '에뛰드하우스' 공식 유튜브 채널
출처 : '에뛰드하우스' 공식 유튜브 채널

이러한 밈 활용은 기업이 밈 문화의 중심에 있는 MZ 세대를 공략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략은 밈을 활용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 생산해내는 MZ 세대에게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역주행, 새로운 기회

밈은 대중들에겐 즐거움, 기업에겐 경제적 효과를 불러옴과 동시에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준다. 바로 밈의 주인공들이다. 200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비(Rain)가 우스꽝스러운 춤과 허세 가득한 가사의 노래를 불렀을 때,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한 여학생의 커버 댄스로 다시 인기를 얻고 공중파인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완벽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대스타의 모습보단 한결 편안한 자신감과 열정이 가득한 가수로 다시 얼굴을 알린 것이다. 

 

출처 : '버거킹' 홈페이지
출처 : '버거킹' 홈페이지

배우 김영철과 배우 김응수도 마찬가지다. 이 둘은 1953년 생, 1961년 생이다. 일반적인 전성기 나이라고 하기엔 중년을 훌쩍 넘겼고 청년들에겐 생소한 얼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주행을 통해 뒤늦은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배우 김응수는 '곽철용 역주행' 이후 광고가 120건 들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롤린(Rollin')의 브레이브걸스는 2011년 데뷔한 11년 차 걸그룹이다. 스타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설립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빛을 볼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걸그룹 전쟁 속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 지난 2월에는 멤버들끼리 모여 팀 해체 여부를 논의하기도 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며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역주행'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이러한 역주행 사례는 스타들에겐 좋은 기회로, 대중들에겐 대기만성 스타들의 성공을 통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놀이문화를 넘어 선한 영향력으로

출처 : 인스타그램
출처 : 인스타그램

밈이 꼭 짤, 인기 동영상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음식, 건축양식, 종교 등 모든 문화적 요소들이 밈에 속한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 '아이스버킷 챌린지(2014)'와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의료진의 희생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국민 참여형 캠페인 '#덕분에챌린지(2020)'가 밈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경우, 초반엔 스타들의 참여가 주를 이뤘으나 챌린지에 담긴 좋은 뜻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의 참여도 늘었다. 밈의 특징 중 하나인 '자발적 확산'이 단순한 놀이문화, 특정 세대만 향유할 수 있는 놀이문화에서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갖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해준 것이다. 

 

부정적 영향 역시 존재한다

밈 문화는 어떤 콘텐츠가 주목을 받을지 알 수가 없는, 예측 불가능한 문화이다. 때문에 재생산 되는 원 콘텐츠가 꼭 스타들의 콘텐츠가 아닐 수도 있어 일반인을 향한 초상권 문제가 종종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슈퍼스타K'에 출연했던 한 고등학생은 '슈스케 없어요 남'으로 불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오디션 참가자인 일반인이었다. 방송 이후 짤로 해당 장면이 돌아다니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다. 학생의 외모 지적 댓글이 많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 성형커뮤니티 앱 광고 영상. 일러스트로 되어있지만 2019년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 출처 : 유튜브
한 성형커뮤니티 앱 광고 영상. 일러스트로 되어있지만 2019년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 출처 : 유튜브

밈의 기본 속성이 '2차 저작물'이기 때문에 초상권 문제와 더불어 저작권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콘텐츠 가공 과정에서 밈의 주인공을 모델로 기용하지 않고 무문별하게 콘텐츠만 차용하는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 경제적 문제로 인해 본 콘텐츠를 재생산하기보단 일러스트 형식으로 재가공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튜브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들이 이런 식으로 밈을 활용하고 있다. 아무리 일러스트로 재가공을 했다고는 하나 2차 가공물인 만큼 원 제작자, 밈의 주인공에 대한 초상권과 저작권에 유의하여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해당 마케팅 광고를 접하는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밈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조롱'으로 시작한 밈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깡'과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둘 다 비(Rain)의 작품이면서 흥행 참패를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비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자전차왕 엄복동'은 2019년 개봉 후 1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대중들은 'UBD(엄복동의 영어 스펠링 줄임말)'라는 단위를 만들어 '1UBD=17만'으로 활용하며 조롱했다. '깡' 역주행 역시 조롱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잘 받아낸 것은 비 본인의 역량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또 다른 형태의 악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올바른 문화현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최영균 문화 평론가는 "'밈'이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선 소재가 되는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필요하다"라며 "특정 인물이나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질 수 있는 '밈'의 사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중들이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되 콘텐츠의 주인공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수 문화 평론가는 "나와 다른 이를 타자화 시켜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던 건 아닌지, 어떤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려는 괴롭힘이 있던 건 아닌지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과는 다른, 자신이 알고 있던 기준과는 다르다고 하여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기업 역시 제품과 브랜드에 맞는 밈, 혹은 적당한 밈의 활용을 권장한다. 시기에 맞는 밈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미 유행 시기가 지나버린 밈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누구나 만들어내던 '짤'에서 온라인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밈'. 선한 영향력을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갖추고 있다. 유희와 풍자의 요소를 적절히 결합하여 재미를 찾되 반드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지키는 성숙한 누리꾼들의 의식도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웃음으로 승화되기엔 당사자가 입을 상처의 크기를 외면할 수는 없다. 놀이문화를 넘어 성숙한 의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재생산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