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부터 살인까지 잔인한 연기, 아역 배우는 과연 안전할까?
동물학대부터 살인까지 잔인한 연기, 아역 배우는 과연 안전할까?
  • 김규리 기자
  • 승인 2021.03.22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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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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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규리 기자 = "연기 잘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tvn드라마 '마우스'의 한 클립영상에 올라온 댓글이다. 드라마 속에서 어린 고무치(송민재 분)는 한서준(안재욱 분)이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형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후 경찰차에 타고 있던 어린 고무치는 한서준에게 폭행을 당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 고무치가 넘어지면서 무너진 눈사람 속에서 발견된 것은 고무치의 어머니였다. 

한서준의 아들인 재훈(김강훈 분)은 뱀이 쥐를 먹는 모습을 구경하고 토끼가 살이 쪘는지 임신한건지 확인해보겠다는 이유만으로 토끼를 죽여 배를 갈랐다. 집으로 돌아온 재훈은 양부가 좋아하는 물고기를 죽이고 강아지를 호수에 빠뜨려 죽인다. 이후 모든 사실을 들킨 재훈은 동생이 고자질했다고 생각해 어린 동생까지 생매장하려고 했으며 마지막에는 양부의 배에 칼을 찔러 죽인다.

드라마 '마우스'는 방송 전에 '아역배우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며 촬영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삽입했다. 폭행뿐 아니라 동물 학대 등 잔인한 사이코패스 연기를 아역 배우가 소화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렇게 잔인한 소재를 다룬 1화에서는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왜 19금인가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 "드라마 보는 동안 계속 소름이 끼쳤다"라며 전반적인 드라마 내용이 잔인하고 자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역배우의 사이코패스 연기를 보고 "아역배우가 걱정되네요"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역배우들이 걱정되는 연기, 어떤 것이 있었을까?

2018년에 방영했던 tvn드라마 '마더'는 아동학대를 받던 아이를 임시 담임교사가 구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혜나(허율 분)는 엄마의 동거남에게 구타를 당해 귀와 몸에 상처가 생겨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집에서 혜나가 잠을 자는 곳은 바퀴달린 큰 가방, 캐리어다. 뿐만 아니라 남자는 혜나의 목을 졸랐고 립스틱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며 냄새를 맡는 등 성적 학대를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학대 모습을 목격한 혜나의 엄마가 더럽다며 혜나를 쓰레기 봉지에 넣어 바깥에 두었다.

이렇게 너무나도 실제적인 묘사와 대사로 많은 시청자들은 아역배우의 정서 불안을 걱정하게 되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잔인한 연기는 사회의 잘못된 점을 알리기 위함이다', '아역배우도 인권이 있고 지나치게 잔인한 연기는 시청자에게도 좋지 않다'라는 대립된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더' 측에서 아역 배우의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묘사로 인해 아역배우들의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도가니' 이후이다. 2005년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실화를 다뤘던 이 영화는 어린이 성폭력 장면이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따라서 '아동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자'는 주제의식과 달리 아역배우들은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장이 어린 여자아이들을 때리며 옷을 벗기려고 하고, 다른 교사가 남자 아이를 구타하고 목욕시키며 성추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아역배우들은 모두 13~14살의 어린 나이였다. 

 

출처: 영화 '도가니' 스틸컷
출처: 영화 '도가니' 스틸컷

'도가니' 제작사 관계자는 2011년 9월 26일, 동아일보에서 아역배우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 조치는 하지 않았고 "아역배우들은 부모의 입회 아래 영화를 찍었다.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에서는 당시 상황이 어떤 장면인지 모르도록 하는 등 신경을 썼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많은 영화평론가, 교수 등 전문가들은 그러한 조치만으로는 아역배우들의 보호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잔인한 연기가 어린 배우들에게 정서 불안을 가져올 수 있어

2018년 10월, 뉴스렙에서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권윤정 대표원장은 "아직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촬영현장에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실제라고 믿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촬영 후 심리상담을 통해서 '연기와 너는 분리되는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학대, 욕설, 죽는 연기 등 여러 정서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아역배우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폭력' 같은 사회의 부조리한 행태를 비판하는 작품의 목적성과는 다르게 오히려 직간접적으로 아역배우들이 학대를 경험할 수 있고 심하면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영화 '범죄도시' 스틸컷
출처: 영화 '범죄도시' 스틸컷

성인 배우들도 잔인한 연기를 하는 악역이나 심각한 범죄의 피해자 배역을 맡은 후에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악역인 장첸을 연기한 윤계상은 2017년 9월, 이슈데일리에서 "휴유증은 매일매일 찾아왔어요. 연기자들이 온 힘을 다해서 괴로움을 표현하니까 진짜 칼로 지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어요. 현장에서는 괜찮았는데 집에 가면 잔상이 남아서 찜찜했어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감나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유명한 남궁민도 "배우들과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라며 연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처럼 성인배우들에게 잔인한 연기 후 후유증,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성장기에 있는 어린 아역배우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역 배우 대상 심리상담 어떻게 진행할까?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아역배우의 안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2012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함께 아역배우의 정신 상담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동성폭행을 다룬 영화 '소원'이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대표작이다. 이준익 감독은 아역배우 이레(당시 8세)를 배려해 아동센터를 통해 아이의 심리적 반응에 맞는 처방을 받고 실제 정신과 전문의가 이레와 상담했다고 밝혔다.

 

출처: 영화 '소원' 스틸컷
출처: 영화 '소원' 스틸컷

하지만 2015년 11월 MBN이 해당 아동센터와 이야기한 결과 당시 이준익 감독이 심리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제 성폭행 피해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지원은 어려웠다고 한다. 대신 '상담'은 전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아역배우들의 보호 조치가 법적 제제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허그맘허그인 심리상담센터 권윤정 원장은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상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된다면 현장 촬영 전 사전에 심리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아이와의 라포형성 후 현장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와 라포 형성 후 진행되는 현장 상담은 아이가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 아역배우가 감당하기 힘든 소재의 배역이라면 성인 배우가 해당 역할을 맡는 경우를 검토해보는 것도 좋다. 이는 아역배우 보호뿐만 아니라 시청자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도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법적 조치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 현장에서도 아역배우들을 위해 심리상담 진행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제도적 수준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법 규정으로 유아는 하루 20분 이상 조명에 노출되면 안되며 5세 이하는 6시간, 6~11세는 8시간, 12~17세는 9시간으로 제한된다. 더불어 아역배우의 학습권이 엄격하게 보장되고 있어 아역배우를 캐스팅하는 영화사의 경우 초등학교 교사자격증이나 1개 이상 전공과목이 있는 교사 자격증, 캘리포니아 노동법에 정통한 스튜디오 티처를 고용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은 '아역배우 관련 법(children in Entertainment)를 두고 있어 아역 배우가 필요할 경우 지역 행정당국에 해당 연기자에게 제공될 건강, 복지, 휴가 및 학교 교육을 상세하게 신고해야 한다. 최대 리허설, 공연 시간도 5~8세는 3시간, 9세 이상은 5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국내에서는 아동보호법 17조에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와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아동의 건강 또는 안전에 유해한 곡예를 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동청소년 연예인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대중문화산업법'이 있다. 청소년 예술인의 학습권, 건강권, 인격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등 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조항들이 포괄적이고,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어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기 힘들다. 

동물학대부터 살인까지 여러 잔인한 연기를 하는 아역배우는 심리적으로 트라우마가 찾아올 수 있다. 악역 연기에 익숙한 성인들도 후유증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는 만큼 아역배우들이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폭력적인 소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심리지도 아래 촬영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심리상담뿐 아니라 실제 촬영현장에서 아역 배우의 심리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현장에서 무리한 촬영을 제어할 수 있도록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역 배우들의 관리가 법적 제재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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