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종이책, 종이책의 매력은?
위기의 종이책, 종이책의 매력은?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3.23 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전자책 이용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종이책의 매력은 '오감 활용'

전자책과 종이책의 상생으로 발전할 독서 문화 기대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2010년대부터 시작된 전자책의 성장이 무섭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대면 활동으로 인해 도서 구독률과 전자책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1월 15일 교보문고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말까지 전자책 판매량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 기업인 '리디'는 하루 거래액으로 12억 원을 기록, 전자책 구독 앱 '밀리의 서재'는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출판사가 1천 곳을 달성했다. 그만큼 전자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자책의 성장세가 가속화될 때마다 종이책의 위기론이 대두된다. 하지만 아직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한국제지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2020년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종이 매체 호감도' 중 '종이책을 선호한다'라는 응답자가 3070명(88.4%), '전자책을 선호한다'라는 소비자가 348명(10%)로 큰 격차를 보였다. 또한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한 '미디어ㆍ콘텐츠ㆍ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이용률(팬데믹 이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년 2월까지, 1년 내 종이책을 구입했다는 응답자 13%, 전자책을 구입했다는 응답자 5%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전자책의 무서운 성장세에도 아직 종이책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의 무서운 성장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 편하다', ' 종이책보다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다', '싼값에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전자책 이용자들은 편리성과 경제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뽑고 있었다. 책 한 권 정도 되는 값을 매달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인 스트리밍이 전자책에도 적용이 되며 이용자들은 월정액 요금만 지불하면 무제한 서비스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전자책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매출 규모가 2015년 약 1967억 원에서 2016년 2560억 원으로 약 30% 증가했다. 국내 최초의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 '교보sam'이 출시된 지 3년 만, 전자책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가 나온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도서 구독 서비스는 매년 활성화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독서율은 2015년 10.2%▶2017년 14.1%▶2019년 16.5%로 증가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출판사들과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너무 적고 불안정하다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도서 구독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쉽게 접하도록 하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유통 창구가 넓어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게 합당한 수익이 돌아가는지는 좀 더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 작가와 출판사에게 정산의 개념으로 다운로드 횟수에 비례한 수익 배분이 이뤄진다. 이용자가 책 한 권을 열면 이것이 횟수로 카운팅이 되며 25회 카운팅이 일어날 때마다 정산을 받는 것이다. 처음 발생한 다운로드 건에 대해 한 번 정산을 받은 다음에는 이용자들이 책을 26번 다운로드할 때까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기도 하다. 

 

여전한 종이책의 매력

종이책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종이책은 아직 사랑받고 있다.  독자들은 실물로 책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종이책 특유의 냄새와 촉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등 오감을 활용한 독서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있다. 전자책과는 달리 눈이 피로하지 않고 필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근엔 종이책을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SNS 사용이 많은 MZ세대에게서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도 있었다. 

전자책 독서율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종이책 구매율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윤철호 대한 출판문화협회장은 "도서관이 문을 닫다 보니 온라인 플랫폼 통한 전자책 이용률이 늘었지만 매출을 책임지는 것은 여전히 종이책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 도서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야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어린이들의 활동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실내에서, 특히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도 제약이 따르며 어린이 독서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대학교 연구진은 종이책으로 읽혔을 때 아이들이 책 내용을 더 많이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전자책은 아이들의 집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전자책의 경우 e-book 리더기나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는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같은 인식을 주어 책의 내용에 대한 집중이나 상상력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소설가 한강은 2019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통해 종이책의 미래를 언급했다. 그녀는 유튜브 다음은 다시 종이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사람들이 아날로그에 굶주리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배고파 있다고 생각한다.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총합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크기와 무게가 있고 감촉이 있는 매체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오감을 활용한 독서 매체라는 종이책의 장점이 종이책의 미래인 것이다. 

물론 전자책에 비해 시장규모도 작아지고 있고 팬데믹으로 인해 출판시장 속 주도권을 빼앗긴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출판업계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다. 종이책의 인세는 첫 작의 경우 7%, 대부분은 10%까지 작가에게 돌아간다.  아직은 불투명한 전자책 수익구조에 비해 종이책 수익구조는 나름의 관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종이책의 새로운 출구 찾기

하지만 출판업계에게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여유는 없다.  종이책이 사라지는 것만이 위기가 아니라 매출이 떨어지고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도 위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출판업계는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SNS 유행 이벤트나 유튜브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띈다. (주)민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는 구독자 약 4만 5천 명으로 타 출판사 채널보다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 책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출판사와 상관없는 책 소개를 하며 독자들과 소통 중이다. 이러한 행보가 구독자를 늘리는 데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 역시 나오고 있다.

민음사 관계자들이 공식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굿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출처 : '민음사TV'
민음사 관계자들이 공식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굿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민음사TV'

문학동네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세계문학전집 MBTI테스트'를 진행했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MBTI 열풍을 활용한 것이었다. 테스트를 통해 질문 응답자와 가장 닮은 등장인물을 추천하는 해당 테스트는 20만 명이 넘게 참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당 이벤트가 시작된 날에는 문학동네의 '프랑켄슈타인'과 '오만과 편견'이 인터넷 서점의 실시간 검색 도서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

'밀리의 서재'가 종이책 결합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 '밀리의 서재' 공식 홈페이지
'밀리의 서재'가 종이책 결합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 '밀리의 서재' 공식 홈페이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상생이 아직 이어지는 것처럼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도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다. 전자책과 종이책 결합 상품이 구독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는 정기 결합 상품 가입자에 한해 격월로 종이책을 제공하고 있다. 유명 작가의 한정판을 먼저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보문고의 '교보sam'은 전자책으로 볼 수 없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매월 종이책 한 권을 배송한다. 이러한 결합 상품은 해당 플랫폼 이용자만을 위한 패키지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희귀성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전자책과 종이책의 감성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좋고, 한정판 책들을 먼저 받아볼 수 있다는 특별함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도서 플랫폼인 '플라이북'은 집에서 편하게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도서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에서 편안하게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책을 볼 수 있는 전자책의 장점과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 독서를 합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들도 전자책의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광주광역시 시립도서관은 도서관 이용자들 가운데 '밀리의 서재', '예스24 구독형 전자책' 이용자를 모집하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 업계 전망

그렇다면 종이책과 전자책 업계의 미래는 어떨까. 우선 종이책의 경우 두드러지는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자책과 함께 독자들을 나눠가지는 식의 명맥이 이어질 것이다. 전자책에게는 없는 종이책의 장점을 내세워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책과의 협업과 다양한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책 업계는 이미 e-book을 넘어선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채팅 형식으로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 챗북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 지난 15일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와의 협업으로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인 카카오와의 협업을 통해 전자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과 디지털이 상용화되면서 종이책의 위기론이 거론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독자들은 아직도 종이책을 찾고 있다. 비록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으나 이를 잘 활용하여 종이책의 매력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과 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전자책은 독서 문화 증진에 앞장서 있는 만큼 독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종이책과의 협업으로 독자, 출판사, 작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더욱 활발한 독서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랑구 봉우재로 143 3층
  • 대표전화 : 02-923-6864
  • 팩스 : 02-927-3098
  • 제보, 문의 : kesnewspaper2@gmail.com
  • 주간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6
  • 등록일 : 2009-09-09
  • 발행일 : 2000-05-25
  • 인터넷신문
  • 제호 : 한국연예스포츠신문TV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1
  • 등록일 : 2018-03-23
  • 발행일 : 2018-03-26
  • 발행인 : 박범석
  • 편집인 : 박범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범성
  • 한국연예스포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연예스포츠신문.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