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한국 되고, 지면 북한 된다’, 미얀마의 쿠데타
‘이기면 한국 되고, 지면 북한 된다’, 미얀마의 쿠데타
  • 김수지 기자
  • 승인 2021.03.23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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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미얀마 향한 관심 부탁

문 대통령, 미얀마에 응원과 군부에 대한 규탄 메시지 

[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수지 기자 =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에 맞서 시위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을 진압한다는 명목하에 시민들을 향해 끊임없이 총을 쏘고 있다. 미얀마의 여성들은 미얀마의 전통치마와 함께 피 묻은 생리대를 지니며 시위를 하고 있고, 청년들은 혈액형과 전화번호를 몸에 지니고 있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는 미얀마 군부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 현지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번에 우리가 이기면 한국이 되고, 지면 북한이 된다.’이다. 민주화운동에 성공한 우리나라를 뜻하는 말이었다. 지난 2015년 미얀마에서는 군부 정권이 정리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쿠데타로 다시 군부로 정권이 넘어간 상황이다. 그렇다면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불안정한 국가, 미얀마

미국 등의 나라 혹은 언론에서 미얀마를 ‘버마’라 칭하는 것을 자주 봤을 것이다. ‘버마’는 미얀마에서 가장 많은 민족인 ‘버마족’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미얀마에는 버마족이 전체 인구의 약 68%에 달한다. 버마가 미얀마가 된 이유는 군부의 뜻이 담겨있었다. 많은 전문가는 미얀마로 국가 이름을 바꾼 이유로 “군부 독재 정권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다수의 버마인들의 저항을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군정부가 임의로 개칭한 국호인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버마를 고수하고 있다. 버마의 역사를 알아보자.

11세기 이전, 미얀마는 여러 소수 민족이 공존하던 곳이었다. 이후, 바간왕조가 여러 소수 민족을 통일하고 국가의 모습을 처음으로 갖추게 된다. 그러한 바간왕조는 원나라에 의해 무너지게 되고, 다시 여러 부족으로 나뉘게 된다. 가장 세력이 컸던 부족은 샨족, 버마족, 몬족이다. 이 세 부족이 패권을 다툴 때, 유럽의 나라들은 아프리카를 넘어 인도, 동남아시아까지 식민 지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인도를 식민지화한 영국은 미얀마까지 탐을 냈다. ‘영국-버마 전쟁’은 총 3차례에 의해 진행됐다. 이 전쟁에서 패한 미얀마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됐다.

 

영국령 시대의 버마국기와 독립한 버마 공화국의 국기
영국령 시대의 버마 국기(왼쪽)와 독립한 버마 공화국의 국기

영국은 식민지 침탈을 목적으로 미얀마의 이슬람을 믿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미얀마의 지배계층으로 활용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제일 큰 부족인 버마족을 관리 및 통제했다. 이러한 특이점은 후에 버마족이 정권을 다시 찾은 후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계기가 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들은 독립을 하게 됐다. 미얀마 또한 이 시기에 민주 의회를 시작하며 독립했다. 미얀마는 다수 민족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였기에 갈등과 분쟁이 많았다. 1962년, 네원 장군은 마르크스주의와 불교적 가치를 접목한 ‘버마식 사회주의’ 방침을 발표하며 쿠데타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버마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이 들어섰다. 버마식 사회주의의 이념은 불교와 정치의 일원화, 폐쇄, 고립정책, 모든 국토·산업의 국유화, 소수민족 탄압 등이 있었다. 독립 초기에 만들어진 이 이념은 오래가지 않아 실패했다.

1988년 미얀마에서는 민주화운동(8888항쟁)이 발생했다. 이 민주화운동으로 네원 장군의 독재체제가 막을 내렸다.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군부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세력의 군부를 개입시켜 혁명의 불을 꺼뜨렸고, 신군부 세력에 의해 또다시 군사정권이 나라를 장악하며 민주항쟁은 물거품이 됐다.

 

민선 정부가 들어왔지만, 끊을 수 없는 군부의 개입

지난 2015년 미얀마에게 잊을 수 없는 해다. 바로 첫 민선 정부가 들어온 해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미얀마의 독립운동지도자 아웅 산의 딸인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국민 민주연맹(NLD)가 총선에서 승리했다. 당시 미얀마의 국민들은 1962년 이후 53년간 지속된 군부 지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얀마의 군부는 오랜 기간 이어진 군사정권을 통해 보장된 헌법으로 많은 권력을 갖고 있었다. △개헌 저지선은 25%, 의회의 의석을 정할 때 75%는 선거로 선정하고 25%는 군부가 지명. △경찰은 대통령이 아니라 군부의 지시 받아야 함. △국방부, 안보부, 국경부 장관은 군 최고 사령관이 임명함. △대통령 선출은 직선제가 아니라 간선제 등으로 현재까지 미얀마는 대통령 위에 군부가 군림하고 있었다.

국민 민주 연명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도 군부가 퇴진한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군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권력을 갖고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군부는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아웅산 수찌를 견제했고, 2008년 개헌까지 하며 아웅산 수찌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았다. 당시 개헌 내용은 △외국인 자녀를 둔 사람은 미얀마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 △국회의원의 25%는 군부에 할당한다 등이었다.

 

2020년 총선거가 쿠데타의 불을 지펴

2020년 미얀마는 총선거를 실시했다. 미얀마 총선거에서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국민 민주 연맹은 476석 중 396석을 차지 히며, 문민정부 2기를 시작했다.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은 33석을 차지했다. 이에 군부는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 중 860만 명 가량이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빌미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 1월 26일 부정선거 의혹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군 대변인은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부가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했다. 1월 30일 UN 및 현지 외교사절단이 우려를 표명하자 군부 측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군부는 군부 소유의 미야와디 TV에서 “앞으로 1년 간 군부가 미얀마의 정권을 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군부는 2월 1일, 본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의회와 정부를 강제로 해산시킨 후 권력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국민 민주연맹의 주요 간부와 국가 고문인 아웅산 수치가 구금됐다. 이번 쿠데타로 국가의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이양된 상황이다. 미얀마 군대는 “선거 부정에 대응해 구금 조치를 실행했고, 민 아웅 흘라잉 국방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선포했다. 2015년 총선 승리로 53년간의 군부 독재가 멈추는 줄 알았지만, 5년 만에 군부 체계의 독재로 돌아가는 상황인 것이다.

2월 2일 미얀마 전역의 공무원들과 의료계 종사자들은 쿠데타에 반대하며 전국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했다. 양곤 주민들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뜻으로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솥을 두드리며 “악을 물렀거라!”고 외치고 있다. 이날 일부 양곤 주민은 오후 8시에 독재 정권의 타도와 아웅산 수치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국내 미얀마 단체 및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2월 1일 쿠데타가 발생한 뒤 미얀마에서는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2000명 이상의 시민이 불법 투옥됐다. 미얀마의 시민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정부’라 칭하지 않고, ‘테러 조직’이라고 부른다. 경찰 대신 도심을 장악한 군인들이 주민을 폭행하고, 총살하며, 온갖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다. 사 사 유엔 미얀마 특사는 “그들은 미얀마 시민을 향한 테러리스트가 됐다”며 “군인들이 거리를 장악했으니 가급적 빨리 피신하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미얀마의 대부분의 민간 언론사는 문을 닫은 상태다.

 

세계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미얀마를 향한 관심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미얀마를 향한 관심을 보였다./ 출처: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군부를 향해 규탄 메시지를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군부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과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의 석방’을 촉구했다. 아시아 주요 정상 중 공식적인 규탄 메시지를 보낸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평화가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미얀마의 군부 제재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도덕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리나 포터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버마의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요구에 군부는 총탄으로 응답했다”며 “이는 군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국가에 쿠데타와 폭력에 반대하는 구체적 조처를 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한다”며 국제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의 시위 현장 사진을 보면 세 손가락으로 경례를 하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손가락은 △자유 △민주주의 △선거를 의미한다. 민주주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선거’에서 자유롭기를 희망하고, 미얀마 즉, 버마의 자유를 희망하는 것이다. 힘들게 얻은 자유 민주주의인 만큼 버마의 시민들과 NLD가 자유를 찾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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