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찾는 당신, 어쩌면 '도파민 중독'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찾는 당신, 어쩌면 '도파민 중독'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3.29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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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정제 설탕, 음악 듣기 ... 과하면 도파민 중독으로 이어져

생산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다른 취미를 찾아야 해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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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A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젯 밤에 잠들때까지 확인하느라 머리 맡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습관적으로 확인한다. 자는 사이에 밀린 메시지와 SNS 알람을 다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침대 밖으로 나온다. 방수가 되는 핸드폰이다 보니, 출근 전 샤워를 할 때도 수시로 확인한다. 차가 쌩쌩 달리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당연하게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본다. 일하는 도중이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자연스레 핸드폰을 꺼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새 글들을 확인해야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 생활 패턴이다. 누구나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기에 경각심을 가질 수 없었던 사소한 일들이 모여 '도파민 중독'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쾌락을 주는 도파민, 다양한 경로로 분비된다 

도파민(Dopamine)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의 전구체이기도 하다. 뇌신경 세포들간에 어떠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에 하나로, 행동과 인식, 자발적인 움직임, 동기 부여, 처벌과 보상, 프로락틴 생산의 억제 (젖 분비와 성적 만족에 관여한다.), 수면, 기분, 주의, 작업 기억,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포함하여 두뇌에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기능으로는 쾌감과 즐거움에 대한 신호를 전달해 인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 분비 조절에 이상이 발생하면 사람에게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거나 재흡수 되어 부족할 경우 우울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우울증이 만성화되는 경우 조현병의 증상도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운동장애를 일으켜 파킨슨병을 유발한다. 

도파민은 정제설탕, 카페인, 니코틴과 같이 섭취할 수 있는 것에서도 분비될 뿐만 아니라 SNS에서 맛있는 음식 사진이나 예쁘고 멋진 연예인의 사진을 볼 때, 게임을 할 때, 쇼핑을 할 때, 음란물을 볼 때에도 분비된다. 특히 좋지 않은 것인줄 알면서도 계속 하게 되고 그로부터 쾌감을 느끼는 행위에서는 대부분 도파민이 분비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남기는 것, 자기 중심적인 사고, 할 일이 남았음에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 타인에 대한 비난 등의 행동들이 속한다.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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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러운 도파민 자극제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만들어

카이스트 뇌공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송민령씨에 따르면 동기 부여, 학습, 습관의 형성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갈구, 반복, 습관화와도 관련이 깊은데, 도파민 분비와 관련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도파민이 다시 동일한 행위가 일어날 확률이 높도록 시냅스의 세기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꾼다. 이는 단시간에 도파민 농도를 올릴 수 있는 약물(중독성 마약류, 니코틴, 카페인)에 특히 해당되지만, 앞서 말한 게임, 쇼핑, 음란물, 핸드폰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뇌는 항상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항상성 유지 때문에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기고, 다시 도파민 분비를 위해 똑같은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는 도파민 분비로 포화상태에 빠진 뇌는 점차 거기에 적응돼 같은 자극이 주어졌을 때 점점 적은 도파민을 분비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우리 몸은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2020년 9월 7일 KT경제경영연구소와 디지털랩 DMC미디어의 '소셜미디어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 위아소셜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SNS 이용률은 87%로, 세계 평균(49%)의 약 1.8배를 기록했다. 이는 국가별 순위로 보면 무려 3위에 해당된다. 물론 적당한 SNS 활동은 장기적인 코로나 시대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지인의 소식을 들을 수도 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성 글을 접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매우 많다. 하지만 몇 초 단위로 새롭게 올라오는 글이 많은 SNS의 특성 상 도파민이 과도 분비 되어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너무 익숙해져 중독이라는 경각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 큰 문제

B씨(22)는 담배, 술, 커피만 조심하면 '중독'이라는 단어와는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섭취할 수 있는 기호 식품들 안에 있을 거라 추측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의 모든 수업이 비대면화되고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집에 있게 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SNS, 게임, 쇼핑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원래 하던 취미기도 하고, 과제를 하고 나서 자신에게 주는 보상과 같은 개념으로 쉬는 시간에만 조금씩 하게 되었다. 점차 시간이 늘어나서 과제 도중에도 SNS 알림을 확인하고 싶어지고, 게임 알림이 올 때면 무조건 들어가게 되었다.

심각성을 느꼈을 때는 코로나 단계가 하향된 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잘 보고 나왔지만, 러닝 타임 내에 어떤 알림이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고 싶어졌을 때다. 중독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했는데 자신 스스로가 당황스러웠고, 조금씩 줄여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다들 공감해서 더 큰 심각성을 느꼈다. 

B씨의 사례 같은 경우 흔히들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스마트폰으로 SNS, 게임같은 행위를 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말고도 당신이 하루 종일 붙들고 있는 무언가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 

제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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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습관을 만들기 위해 '도파민 디톡스' 도전하는 사람들 늘어

최근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도파민 디톡스(Dopamine Detox·또는 도파민 단식)’가 국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는 이렇게 게임이나 약물 등 인위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요소나 현대인이 빠져 있는 중독적인 행동을 30~40일간 일체 차단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물론 TV 시청, 쇼핑, 커피, 담배, 정제 설탕이나 가공된 지방이 든 음식, 음란물 시청과 성관계 등 도파민을 조금이라도 자극하는 행동은 한 달가량 일절 하지 않는 것이다. 도파민 디톡스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대인들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인위적인 자극을 좇고 중독에 빠진 탓에 인생의 목표나 대인관계를 소홀히 하게 된다”며 도파민 디톡스를 ‘삶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도파민 중독에서 한동안 벗어나야 도파민 분비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래야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파민 디톡스가 실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합리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의견은 아직까지 분분하다. 먼저 UC 샌프란시스코의 정신의학 임상교수인 카메론 세파는 지난 8월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in)에 도파민 단식의 요령에 대한 가이드를 발표했다. 그는 도파민 단식이 자신의 고객인 실리콘밸리의 임원들도 많이 행하고 있는 뜨거운 트렌드가 되었다고 밝혔다. 카메론 세파는 도파민 단식이 중독 치료에 종종 사용되는 인지행동요법(CBT)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CBT는 현재 정신 건강 상태의 호전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도파민 디톡스가 비합리적이라는 측의 의견은 도파민은 본능적으로 발현되는 호르몬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근호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도파민이 중독에 관여하고, 중독이 심해질수록 도파민 분비도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도파민은 인간이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고 움직이는, 동기 부여와 생존에 필수적인 신경 물질”이라고 말했다. 도파민은 몸에 해로운 물질이 아닐뿐더러 도파민을 끊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 전문의는 “사람이 중독에 빠지는 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걸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과거 중독 치료를 위해 도파민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자 효과는 별로 없고 도리어 행동과 사고가 심각하게 둔해지는 부작용만 더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앞서 찬성 의견을 주장했던 카메론 세파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임상교수도 도파민 디톡스를 옹호하면서도 “도파민 디톡스는 도파민을 제거하거나 두뇌 변화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도파민 디톡스라는 이름 자체가 오해를 일으키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매체 보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건강한 취미가 필요해 

도파민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은 불가능함과 동시에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행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우리가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항상 자기 전에 핸드폰을 1~2시간씩 보는 버릇이 있다면 지나치게 중독이 되기 전에 시간을 조금씩 줄이는 방향이 있다.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것들을 줄이고 나면, 빈 시간에 다른 취미를 넣어보는 것도 좋겠다.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 배우고 싶었던 악기를 연주하는 것, 그동안 생각만 해온 것들을 글로 담아보는 것 등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번 기회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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