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2년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일본 불매운동 2년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 안지윤 기자
  • 승인 2021.03.29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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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2년 후, 이제는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탈일본화ㆍ국산화 등 남아있는 문제도 있어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안지윤 기자 = 프랑스 로레알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가 16년 만에 국내에서 철수한다. 로레알 코리아는 지난 22일 "올해 9월 말까지 슈에무라 사업을 종료한다"라며 "9월 이후부터는 면세점 온,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슈에무라는 2004년 로레알 그룹에 인수됐으나, 생산은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2019년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유니클로도 휘청거리고 있다.  2019년 기준 186곳이던 매장 수가 올해 2월에는 144개로 줄었다. 종로, 명동, 강남, 홍대 등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5,746억 622만 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이미 타격을 입고 있던 상황 속에서 코로나19발 경기 침체가 겹쳐지며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가 참여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 결과(2020년 12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비율이 69.3%,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독려해야 한다'라는 비율은 59.9%에 달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사회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불매운동의 시작

일본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가 2018년 10월 나온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며 시작되었다. 당시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고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을 지급하라 판결했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7월 1일, 반도체 생산의 필수 품목에 한국 수출규제를 상화하는 조치를 7월 4일부터 시행하겠다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와 OLED로 잘 알려져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에 필수 화학물질인 포토레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의 품목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변경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손상되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다시 7월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 장관이 한국 수출규제 조치는 '일본의 안전 보장을 위한 수출 관리를 적절히 하려는 차원의 운용 방침 재검토'라 말하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이 아니라고 말을 바꾸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어 8월 2일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일본의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강제징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루어진 수출규제라는 것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한 유니클로 임원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한국 불매운동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유니클로는 불매 집중 대상이 되었고,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 역시 높아졌다.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반도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액인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타격이 더욱 컸다. 이에 우리나라는 다른 수입 국가를 찾아 나서며 대체재를 찾기 시작하며 국산화 계획도 실행했다.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삼성전자와 SK가 해당 기술을 개발하며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양국 간의 경제 전쟁에 불매운동도 큰 역할을 했다. 2019년 당시 일본 맥주 수입은 전년대비 80% 넘게 감소했다. 수입 맥주 시장에서 매번 상위권을 차지했던 일본 맥주가 9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후 불매운동이 느슨해지고 대규모 판촉 행사까지 진행되며 맥주 수입이 다시 늘기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맥주뿐만 아니라 승용차, 미용기기, 화장품 등 소비재 품목의 수입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일본산 필기구가 문구업계에서 강세를 보였던 만큼 불매운동 이후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는 무궁화와 태극기를 활용하여 국산 필기구들을 표기해놓는 등 소비자들의 국산품 구매를 지원하기도 했다. 

불매운동은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으로 연장되기도 했다. 위메프 투어에 따르면 전체 국제선 항공권 환불 건수에서 일본행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월 4주 차에는 9%였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1주 차가 되자 15%로, 3주 차에는 44%로 급증했다. 

기존에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는 것과 함께 예약 자체에서도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일본행 항공권 예약 건수는 2019년 6월 4주 차에 전체 예약 건수 중 25%였지만, 2019년 7월 3주 차에는 10%로 떨어졌다.  일본 관광청의 숙박여행 통계에 따르면 2019년 8월 일본의 호텔과 료칸 등에 숙박한 한국인 여행자는 전년 동월보다 49.2%가량 줄었다.  

 

'이럴 거면 불매운동 왜?', 선택적 불매 논란

닌텐도 스위치 소프트웨어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출처 :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닌텐도 스위치 소프트웨어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출처 :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2020년 3월, 닌텐도 스위치 게임 소프트웨어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콘솔 본체의 품절대란이 일었다. 본체 정가 36만 원을 훨씬 뛰어넘는 50만 원에서 최대 80만 원이라는 프리미엄 가격까지 지불하며 구매하려는 사람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선택적으로 할 거면 왜 시작했냐', '왜 불매를 안 하냐', '한국인들 근성은 여전하다'라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구매자들의 주장에도 근거는 뚜렷했다. '불매 운동은 온전한 개인의 선택이니 강요해선 안 된다', '제트스트림은 모나미로 바꾸면 되지만 닌텐도는 국내에 대체할 게임기가 없다' 등의 반박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정규 심리학 박사는 '동물의 숲'에 대한 광적인 관심을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경제적 관점으로 상품 대체품이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 가치가 있기 때문에 수요가 높아졌다는 관점이다. 두 번째, 마케팅 판매 전략으로 일부러 초기에 소량만 공급해서 완판을 기록하면서 상품을 이슈화시켰다는 것, 세 번째 국민 정서적 관점으로, 지금도 불매운동이 진행되는 와중에 단말기 품귀현상까지 빚어야 하는가 이런 이중적인 성격을 탓하는 관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선택적 불매운동을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대체품의 부재와 개인의 자유를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하는 A 씨(24세)는 일본 제품은 국산으로 대체하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조건 국산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하지만 화장품처럼 일본의 기술이 뛰어난 경우는 아직 바꾸지 못한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하며 그래도 유니클로는 여전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경우의 국내 SPA 브랜드들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브랜드였다. 또 다른 불매 성공사례인 맥주의 경우도 다양한 대체재가 충분했다. 특히 불매운동 이후 수제 맥주 열풍이 일며 굳이 소비자들이 굳이 일본 맥주를 구입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특정 분야에선 일본의 상품 가치를 따라잡을 대체재를 찾기가 어렵다. 화장품이나 필기구, 게임기, 애니메이션 등 수요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일본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엔 다른 사람의 소비에 대해 과하게 관여하는 일이 많았다"라며 "오늘날에는 소비자들이 자기 나름대로 자기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불매운동을 실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일본 불매운동은 사회에 꽤나 깊게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하고 있다. 결국, 타인의 소비에 과하게 관여하기보단 불매운동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매운동 계속 지속될까?

불매운동 지속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 의사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택적이든 아니든 일단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불매운동은 이미 국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한다. 다만 모두에게 강요할 수는 없고,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 때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국민의 의식이 불매운동을 넘어서 국산품 애용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 불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국산품 애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2019년 당시만큼 불매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다시 커진 대일 무역적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불매운동에 대한 여론이 심해지면서 그해 무역적자는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인 191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며 느슨해진 불매운동과 다양한 행사를 통해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었던 맥주류와 자동차의 수요가 점점 회복되는 중이기도 하다. 

 

'2020 도쿄 올림픽' 엠블럼 / 출처 : '2020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2020 도쿄 올림픽' 엠블럼 / 출처 : '2020 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소부장(수재, 부품, 장비) 산업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자체 기술을 만들어내며 국산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또다시 일본이 수출 규제를 선언했을 때, 우리나라가 이를 기회로 삼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경제 회복을 한 양국 간의 관계 복원 목소리도 들려온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 해소를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올해 7월 23일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활발해질 민간 교류를 바탕으로 관계 회복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국 간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혐오가 아닌 올바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 부분임은 확실하다. 

탈 일본화를 완벽하게 실행하기엔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 국산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우리나라만의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혐일 정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지만 국산품으로 대체재를 찾으며 국산품 애용으로 자리 잡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문화적 교류나 선택적 불매에 대한 자유는 강요가 아닌 이해가 필요하다. 아직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문제가 존재한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이해와 수용이 아닌 양국의 올바른 교류가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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