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리뷰 갑질, 조작 등… 리뷰 문화 개선될 수 있을까
배달 앱 리뷰 갑질, 조작 등… 리뷰 문화 개선될 수 있을까
  • 조세령 기자
  • 승인 2021.03.31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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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요구부터 욕설을 일삼는 소비자들

업주의 불성실한 대응에 소비자가 피해 입는 사례도 발생

리뷰 조작 업체의 등장에 신뢰성을 잃어가는 별점 제도

올바른 소통과 취향 공유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조세령 기자 =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한해 동안 배달 음식 소비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12월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발표대회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배달 및 테이크 아웃 지출액이 33.4%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이 외식보다는 ‘집에서 배달음식 먹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2월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으로 전년(9조7398억원)보다 78.6%나 증가했고 이 중에 모바일 주문은 16조5197억원으로 전체의 96.4%를 차지하고 있었다.

배달 시장의 성장세에 배달 앱 업체들의 경쟁도 가열되었다. 배달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 번에 한 집만’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배달의 민족도 ‘번쩍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신속한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속도 경쟁에 가속도를 붙였다. 배달 기사 확보에도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부터 배달의 민족은 일반인 라이더 ‘커넥트’와 함께 하고 있으며 모든 라이더를 아르바이트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쿠팡이츠에 이어 요기요도 올해 상반기 중에 일반인 라이더인 ‘아르바이트 라이더’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점주들도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좋은 리뷰와 별점을 얻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배달 앱 내에서 주된 평가 시스템이 별점 및 추천순으로 줄 세우기 방식이기 때문에 업주들은 리뷰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상황이다. 빠른 배달 속도와 ‘없는 음식이 없는’ 다양한 메뉴로 ‘배달 선진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배달 리뷰 문화는 어떠할까?

 

고객 갑질로 고통받는 업주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평점 테러를 하거나 악성 리뷰를 남기는 고객들로 인해 업주들은 ‘리뷰 악몽’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고민을 호소하고 있다. 네이버의 한 자영업자 카페에서는 “퇴근하고 잠들었는데 꿈에서 별점 1점에 음식 최악이라는 리뷰를 받는 악몽을 꿨다”는 내용의 글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업주들의 댓글이 연이어 달리기도 했다. 악성 리뷰가 매출 감소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업주가 악성 리뷰에 대해 비공개 처리를 요청하더라도 소요되는 시간 동안에 리뷰를 확인한 다른 고객들이 발길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앱의 ‘별점 제도’를 갑질의 무기로 삼아 비인격적인 후기를 게시하는 고객의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지난 2월, 한 고객은 배달 예정 시간보다 치킨이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알바생 자식이냐. XX년 말투 띠껍네. 찾아오라고? 시간 늦게 배달이 당연한거니? 웃기네. XX 안 돼서 X년 못해 알바하면 그런 X소리 하지 말아야지. XX같은 년”이라는 리뷰를 남겼다. 성적인 발언과 욕설이 담긴 리뷰에 사장은 “손님께 전화로도 거듭 사죄드렸는데 리뷰로 딸아이를 성접대하는 여성 취급하고 저급한 여성 취급하는 건 참지 못하겠다. 배달 4분 늦은 건 죄송하지만 이런 글 쓰고 딸아이에 심한 욕설과 저급한 여성 취급한 것은 사과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극적인 사진과 멘트로 관심을 끌기 위한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배민 리뷰 개밥 논란’이라는 게시물에는 햄버거 패티가 덜 익었다며 “패티 익혀서 강아지 줬다”는 멘트와 함께 고기를 먹는 강아지 사진이 첨부된 리뷰가 올라왔다. 해당 리뷰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배달한 것은 업주의 잘못이 확실하지만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외에도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거나, 음식을 먹고 살이 쪘다는 황당한 이유로 음식물이 하수구나 변기통에 버려진 모습을 담은 리뷰가 등장하기도 했다.

잘못 배달된 음식이나 업주의 미흡한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 또한 소비자의 권리이기에 고객과 업주 모두를 위해서는 쓴소리가 담긴 리뷰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피드백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에 초점을 둔 리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관심을 통해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는 잘못된 감정 표출 방법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명 ‘갑질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리뷰를 순간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SNS의 일종으로 활용하는 사례”라고 분석하며 모방 효과가 불러올 파장을 고려해서라도 지나친 리뷰를 피해달라는 안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주의 감정적인 대응에 싸움터로 변하는 리뷰창

고객의 피드백에 날이 선 대응을 하거나 공개된 댓글에 비꼬는 듯한 말투로 대응을 하며 논란을 키운 가게도 있었다. 영어로 기재된 메뉴를 한국어 표기로 수정해달라는 고객 요청에 “그런데 너무 웃겨요. (한국어로 쓰면) 발라 먹는 아침 겸 점심 접시라고 써야 하나요? 내일까지 웃겨 죽을 것 같아요”라면서 “어차피 재주문 안 하시겠지만, 의견은 감사드린다”고 적은 업주의 댓글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무책임한 반응을 다른 고객들이 지적하자 업주는 직원들이 리뷰를 번갈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고객의 주소와 연락처 등 신상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는 이유로 협박을 하는 등 고객 정보를 악용하는 위험을 보여주는 사건도 발생했다. 젤라또를 주문한 고객이 시판 아이스크림을 받게 되자 “표기를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하셔야 할 듯하다”라고 남긴 리뷰에 카페 사장이 “다른 고객들은 불만이 없었다. 지극히 부정적인 개인적 의견”이라고 응답했다. 배달 리뷰창을 넘어 카페 SNS에서도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죽여버린다. 너 XX동 사는 거 다 안다"며 협박성 댓글을 남겼고 해당 가게에 대한 비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업주가 고객을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하며 일단락되었지만 카페 사장이 개인 정보를 위협을 가하고 집에 찾아가는 것이 무섭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배달의 민족 측에서는 배달이 완료되면 고객의 주소 정보는 폐기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게에서 개별적으로 주소를 기억하는 경우를 방지하는 뾰족한 방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업주가 소비자 주소를 취득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면 재발방지 서약서를 작성하거나 입점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 있지만 사후 조치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리뷰인가

배달 앱에서는 고객 유치 요소로 ‘리뷰 이벤트’를 이용하는 업주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별점 5개와 함께 리뷰를 남기면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거나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별 개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서비스 상품을 무료로 받고서도 리뷰를 남기지 않는 ‘리뷰 먹튀’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벤트 마저도 진행하지 않으면 고객을 모으기 어렵기에 가게 입장에서는 딜레마로 작용한다.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리뷰 조작 업체 관련 글 / 출처: '아프니까 사장이다' 네이버 카페 캡쳐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리뷰 조작 업체 관련 글 / 출처: '아프니까 사장이다' 네이버 카페 캡쳐

리뷰 이벤트가 고객과 합의된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별점 높은 리뷰 글을 대신 작성하는 등 불법 마케팅을 진행하는 리뷰 대행 업체도 등장했다. 배달의 민족이 지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2019년 초까지 총 6만 2000건의 불법 리뷰를 적발한 것을 고려하면 허위 리뷰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검색 포털에 ‘배달 앱 리뷰 광고’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 글에는 리뷰 1건당 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과 함께 사진을 포함한 신뢰도 높은 리뷰를 작성해주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네이버의 한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리뷰광고 업체로 골머리는 앓는 업주들의 사연을 여러 개 찾아볼 수 있었다. “배민 리뷰광고 업체가 있나요?”라고 묻는 게시물에 “경쟁 업체에서 매일 작업 리뷰가 올라오더라”, “정직한 사업장들은 오히려 피해를 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결국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이 리뷰 업체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냐는 씁쓸한 반응이 많았다.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해결책은?

출처: 배달의 민족
출처: 배달의 민족

고객과 자영업자가 리뷰를 두고 벌이는 갈등이 늘어나자 배달 플랫폼이 중재자로서 리뷰 전담 관리를 시작했다. 배달의 민족은 2019년부터 악성 리뷰 전담 관리팀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사전 감시 기능도 추가했다. 점주가 신고한 리뷰가 명예 훼손성 리뷰로 판단되면 해당 리뷰를 30일 동안 비공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리뷰 작성 기간도 주문 이후 7일에서 3일 이내로 줄이면서 실제 내용과 무관한 악성 리뷰가 달리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요기요에서도 ‘클린리뷰’ 시스템으로 주문 1건당 1개의 리뷰만 작성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자사의 데이터 분석팀이 딥러닝 기반의 프로세스를 통해 정확도를 96%까지 끌어올린 허위 포토 리뷰 감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혹 리뷰 관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서 고객과 영업주의 불만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일 방안을 꾸준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배달의 민족 소비자고발센터에는 허위 리뷰를 작성한 내역이 없는 고객이 갑자기 특정 가게로부터 차단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 측에서 실수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가게 업주가 직접 자신을 차단했다며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에게도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리뷰 창의 순기능 강화하는 방안 찾아야

네이버 '태그 구름' 가상 이미지 / 출처: 네이버
네이버 '태그 구름' 가상 이미지 / 출처: 네이버

지난 17일 네이버는 올해 3분기까지 스마트플레이스 리뷰 서비스를 별점 위주에서 취향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별점 리뷰가 인공지능 기반의 ‘태그 구름’ 형식으로 바뀌면서 고객들의 취향 공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네이버에는 ‘영수증 리뷰’라고 불리는 실제로 가게를 방문해서 받은 영수증이 코드 인증을 통과하면 작성할 수 있는 리뷰 제도가 존재한다. 해당 서비스는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 인정받으며 서비스가 개설된 지 10개월 만에 1억개의 리뷰를 모았지만 후에는 영수증 리뷰를 조작하는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배달 앱 리뷰 조작과 마찬가지로 네이버 영수증도 30건에 30만원, 50건에 40만원 등 요금제까지 제시하면서 허위 리뷰를 게시하는 업체가 존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이용자에게 익숙해진 표준을 없애는 것은 도전적인 시도지만,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리뷰 방식을 실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조작과 악성 리뷰로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과 정직한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리뷰를 없애는 시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기에 앞으로 리뷰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과 ‘정보 공유’에 초점을 둘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좋은 리뷰만 보여주도록 하는 제도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자영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최소한의 평균 평점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뷰창이 유익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약하려면 앞서 언급한 플랫폼의 제도 개편과 더불어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일례로 쿠팡에서는 ‘우수 리뷰어’를 선정하고 무료 상품권이나 신제품 체험단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리뷰를 작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충분히 음식 배달 업체에서도 적용할 만한 제도이다. 이처럼 허위 리뷰를 감시하고 사후 차단하는 것에서 나아가 리뷰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공정한 평가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흐름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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