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큰 변화,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 패션'으로
패션업계의 큰 변화,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 패션'으로
  • 김지환 기자
  • 승인 2021.04.1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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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0%이 패션 산업에서 나와

유행을 빠르게 따르기 보다는 환경에 앞장서는 패션 브랜드 부각

소비자들도 구입 전환경을 위해 재고해 볼 필요 있어

제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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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예스포츠신문] 김지환 기자 = 곧 여름이 다가온다. 계절이 바뀌기 전 올해 유행할 옷이 무엇인지 찾아본 뒤, 이번 계절만 저렴하게 입고 버릴 생각으로 다양한 옷들을 구매한다. 옷장을 열어봤을 때 비슷한 옷이 여러개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이 옷들도 똑같은 생각으로 샀던 옷이니 옷장 정리를 할 때 다 내보내면 된다. 우리에겐 환절기마다 익숙했던 이 일이 알고보니 환경 파괴에 앞장서는 일이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최신 유행을 채용하면서 저가에 의류를 짧은 주기로, 또 세계적으로 대량 생산, 판매하는 패션 상표와 그 업종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스파(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브랜드라고 부르는 갭, 자라, 유니클로, H&M, 포에버21 등이 있다. 스파 브랜드들은 유행이 시작되자 마자 기획, 생산, 유통, 판매까지 한 번에 진행하고, 유행이 끝나면 바로 폐기하여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환경에 어떤 피해를 줄까? 

 

제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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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다음으로 치명적인 오염원으로 지목된 패션 산업

프랑스 환경매체 노트르플라넷이 “프랑스자연환경연합이 환경에 섬유산업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탄소 배출량이 항공기와 선박의 것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패스트 패션’ 현상 심화로 인한 의류 소비 증가는 심각하고 다양한 환경 문제를 낳는다. 섬유 생산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쓰이고 의류를 매장까지 유통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대기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연간 120억톤이다.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이른다. 국제선 비행기나 선박이 뿜는 탄소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패션산업이 석유 다음으로 치명적인 오염원으로 꼽히는 이유다. 

패션 산업은 물 소비, 그리고 수질오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는 7000~1만1000L,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2700L의 물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패션산업은 전 세계 배출량의 20%에 해당하는 폐수를 만든다. 순환경제 전문 연구기관 엘런맥아더재단은 섬유 염색이 물을 오염시키는 세계 두 번째 요인이라는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합성섬유의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매년 바다에 50만톤의 플라스틱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생수병 500억개와 맞먹는 양이다.

폐기 시에도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 전세계적으로 거의 1,000억개의 의류 품목이 매년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20년 전보다 400% 더 많이 만들어진다. 그 중 3분의 1은 결국 매립지에 직행하고 이는 매년 7%의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MZ세대의 '가치 소비', 패션 업계에도 큰 영향

당연하게 여겨졌던 패스트 패션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로 Z세대(1996년 이후로 태어난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부터 1995년까지 태어난 세대)는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기성 세대에 비해 높았으며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잣대 역시도 깐깐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국 온라인 리세일 업체 스레드업(Thredup)이 2019년에 발표한 '새해 결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4명 중 1명이 올해 패스트 패션 구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설문에 응답한 밀레니얼 세대의 40%가 동일한 답변을 했으며, 이는 전체 평균 31%보다 높았다. 또한 Z세대 설문 응답자 중 54%는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제품 구입 의향을 밝혀 전체 평균 42%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 19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기업에게도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 음식으로 인한 비닐 폐기물과 플라스틱 폐기물이 작년 대비 11%, 15%나 증가하게 되었고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환경오염에 대해 더 주의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환경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응답자가 48%였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으로 소비가 결정되는 시대는 끝났다”며 “대안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념·명분 소비 트렌드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평소 가치 소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A씨(26세)는 "코로나로 인해 내가 일상 속에서 얼마나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 인간들이 무지하게 써온 지구의 환경들이 오염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시국에도 비환경적인 행태를 보이는 기업이라면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특히 먹을 것, 입을 것을 자주 사게 되다 보니까 의류 브랜드 중에서도 친환경적인 마케팅을 하면 눈길이 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옷을 자주 사는 B씨(21세)는 "유행이 바뀌면 바로 옷을 여러 가지 구매하는 편이었는데 최근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환경이 급격히 오염된다는 글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주변 지인들도 친환경적인 이미지의 옷 브랜드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간다. 그냥 기존 브랜드를 입는 것 보다 괜히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요즘에는 옷을 많이 사는 것 보다 이런 친환경적인 옷을 한 벌 사서 오래 입는 것이 소신 있고, 더 멋져 보인다. "라고 응답했다.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이 자켓을 사지마세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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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슬로 패션', 바뀌어가는 패션 업계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소비자들의 성향이 변화함에 따라 패션 업계들도 다른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그린슈머(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위 사진은 파타고니아의 유명한 광고 문구다. 의류 브랜드 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사지 말라'는 파격적인 광고 문구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타고니아가 이 같은 문구를 낸 첫 번째 이유는 사진에 있는 재킷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목화 생산에 물 135L가 소비되며 이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제품의 60%가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생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20파운드의 탄소배출이 되었는데, 이는 완제품 무게의 24배나 되는 양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이 제품을 아무리 오래 입다가 버린다 해도 완성품의 2/3만큼의 쓰레기가 남기 때문이다. 

마케팅만 친환경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2020년 FW 시즌을 맞아 출시한 '스냅티'는 100%로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신칠라 플리스 원단으로 만들었으며,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다른 의류들도 대부분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여 제작하고 있다. 

 

제공 : 프라이탁 공식 인스타그램
제공 : 프라이탁 공식 인스타그램

프라이탁(Freitag)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이며 트럭의 방수천, 자동차의 안전 벨트등 버려지는 폐품을 다시 재활용하여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가방을 만든다. 방수천을 떼어내는 것부터 색깔 별로 조각을 내고, 세척하고, 재단하는 것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친다. 수많은 과정들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고가의 가격이 형성되지만 소비자들은 이들의 가치에 돈을 지불한다.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싶은 소비자들의 마음과 가치소비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려는 마음이 적절히 맞닿아 시너지를 만든 것이다. 

프라이탁의 본사가 있는 취리히의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는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졌다. 심지어는 공장에서 나오는 에너지까지 재활용하곤 한다. 공장의 50%는 재활용열로 운영되며, 연간 140일 이상이 비가 내리는 스위스 특성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 가방제작에 필요한 물의 30%를 빗물로 활용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주범'으로 지목 받았던 SPA 브랜드도 친환경에 한 걸음 내딛어 

그동안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며 환경 오염을 크게 유발했다고 지적 받았던 SPA 브랜드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동참하여 친환경적인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먼저 H&M은 친환경 소재와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라인을 출시했다. 2020년 FW 시즌에는 농작 폐기물에서 탄생한 천연섬유, 지속가능한 목재 펄프로 제작된 직물등이 사용됐다. H&M 관계자는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가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들로 재탄생시켜서 폐기물의 잠재력을 깨닫게 하고,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에 대해 창조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작년 2월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텐먼스를 기획했다. 브랜드명인 텐먼스는 1년 중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의미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스트패션의 인기로 한 시즌만 입고 버려지는 옷이 많고,시즌이 지나면 품질에 문제가 없는 옷도 재고품이 돼 할인 판매되는 현실에서부터 출발했다"며 "이는 시즌별 신제품을 출시하는 패션업계의 관행을 과감히 깬 것으로, 2주에 한번씩 신제품을 내놓는 패스트패션의 트렌드와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작년부터 고객이 더 이상 입지 않는 다운 제품을 수거해 새로운 제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유니클로 다운 리사이클'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 유니클로는 진 생산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최대 99%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업계 헌장'에도 유니클로 외에 아디다스, H&M, 리바이스, 버버리 등 43개의 의류 업체가 서명했다.

 

제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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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낭비는 그만, 환경 보호에 일조해야 

환경과 인간을 위한 '착한 패션' 운동은 예전부터 대두되었지만, 오늘날처럼 '가치 소비'와 맞물려 큰 시너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단지 유행 때문에 저렴한 옷들을 사시사철 사기에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또한 이런 흐름에 맞춰 그 동안 제품 판매에만 집중했던 기업들도 친환경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 더 이상 단순히 예쁜 옷을 생산해내는 것이 우선이 되지 않고, 가치 있는 소비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질이 좋은 옷을 한 번 구입하여 오랫동안 입는 것, 친환경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내 소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이번에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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